2022년 ‘몽골 역사 교사 워크숍’ 개회식(몽골 현지)
‘몽골 역사 교사 워크숍’ 개최
아침 8시, 로비 문을 당겼다. 감기몸살로 지친 내 몸처럼 문은 잘 열리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익숙한 목소리다. 눈을 들어보니 오늘 워크숍을 위해 어제 늦게까지 준비한 학생들이었다. 워크숍 장소까지 이어진 미로 같은 길을 한국학과 학생들이 밝은 미소로 안내한다. 현수막 걸고 청소하고 간식 준비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밝은 미소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지난 학기 한국사를 수강한 침게와 아자는 참가자들의 등록을 받고 워크숍 교재를 나눠 주고 있었다. 민제와 빌라는 고려 시대 공부도 할 겸 일손을 돕겠다며 도우미를 자청했다.
매년 5월 말이면 국제울란바타르대학에서는 몽골 역사 교사들을 대상으로 ‘몽골 역사 교사 워크숍’이 개최된다. 대상은 울란바타르시 교육청이 추천한 역사·사회 교사 30여 명과 한국학을 강의하는 교사와 교수로 총 50여 명 정도다.
올해 주제는 “고려 시대 한몽의 역사와 문화 교류”다. 몽골 TV에서 방송하는 K-드라마는 인기가 많다. 역사 교사들은 학생들로부터 드라마 주인공인 주몽, 허준, 대조영이나 한국사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면 대답이 궁색했는데, 이번 워크숍을 통해 그동안의 난처함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예전에 한국을 방문한 교사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 바 있어, 혹 이번에 우수교사로 선발돼 한국 방문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 처음으로 자세히 듣다
경제 개발이 국가의 핵심 과제인 몽골에서 가장 핫한 나라는 한국이다. 몽골인 대부분은 한국에서 생활하는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가 한 명쯤은 있다. 지인이 한국에서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노라면 부러워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기회의 땅 한국, K-pop을 따라 부르고 한국 드라마를 보는 학생들, 전자 상가를 독점하다시피 한 삼성과 LG의 TV, 냉장고, 세탁기, 휴대폰을 보며 발전한 한국에 대해 늘 궁금했다.
대학 졸업 후 역사 교사로 근무하고 있지만 빡빡한 교육 현장에서 개인적인 성장을 꿈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새로운 지식을 얻을 기회도 많지 않았다. 대학에서는 주로 서양사와 중국사 중심으로 배우기 때문에 한국 역사는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그렇다고 넉넉지 않은 월급으로 한국사 관련 서적을 구입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최신 연구성과를 교육에 반영하지 못해 학생들에게 늘 미안했다. 따라서 이번 워크숍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고려는 몽골어로 ‘고일링 올스’라고 한다. 교사들이 고일링 올스에 대해 이렇게 자세하게 들은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교사들은 몽골의 한국식당에 가면 볼 수 있는 소주가 몽골에서 전해졌다는 이야기, 몽골의 의상이 고려에 영향을 주었다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해 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의 한류처럼 원나라에서도 고려문화가 크게 유행했다는 사실도 알았다.
워크숍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은 점심시간이다. 밥과 미역국, 반찬으로 제육볶음, 김치, 치킨, 무절임, 양배추 샐러드로 가득한 한식 도시락이었다. 삼겹살, 제육볶음, 갈비찜은 몽골인이 좋아하고 즐겨 먹는 음식이라 맵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도시락은 반찬 하나 남김없이 깨끗하게 비웠다. 간단한 다과와 음료로 짧은 점심시간에 나눈 이야기도 즐겁기만 하다. 예년과 같은 뷔페나 별도의 만찬이 아니어도 괜찮다.
한국을 더 알고 싶게 한 워크숍
모든 강의가 끝나고 질의 및 응답 시간을 가졌다. 교사들은 강의 중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하는 한편 오늘 워크숍에 대한 자신들의 소감을 밝혔다. 한 교사는 “오늘 워크숍 내용이 재미있어 한국어도 배우고 싶고, 한국 역사도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라고 했다. 또 다른 교사는 “몽골과 한국이 유사한 문화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오늘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돼 감사드립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또 다른 교사는 “학교 졸업 후 전문지식을 접할 수 없었는데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어 행복한 하루였습니다”라고 했다.
보양토그토흐 울란바타르시 교육청장이 교사들에게 수료증을 수여하고, 전체 사진 촬영을 마지막으로 워크숍은 끝났다. 선물로는 동북아역사재단 로고가 새겨진 텀블러를 전달했다. 배움의 즐거움만큼 기쁨 한 아름 안고 돌아가는 교사들의 뒷모습에 배웅하는 우리도 행복해진다.
한몽의 문화교류를 강의하는 이평래 한국외대 교수 고려시대사를 강의하는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
고려와 원나라의 관계사를 강의하는 홍성민 재단 한중관계사연구소 연구위원 / 고려와 원나라 시기 동아시아 질서를 강의하는 윤영인 영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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