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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포커스
일본 황실의 근심
  • 윤유숙 재단 한일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도쿄의 황궈(皇居)



안정적인 황위계승을 위한 지식인 최종보고서

    

지난 20211222, 안정적인 황위계승에 관해 논의해 온 일본 정부의 지식인회의가 최종보고서를 정리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에게 제출했다. ‘천황 퇴위 특례법2017년 제정됐을 때 안정적인 황위계승을 확보하기 위한 과제나 여성 황족가문(宮家)의 창설 등을 검토하도록 국회가 부대결의(付決議)로 요구했고, 지식인회의는 그에 따라 설치됐다.


일본 정계가 새삼 안정적인 황위계승을 우려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재위 중인 나루히토(德仁) 천황에게는 딸 아이코(愛子)가 유일한 직계후손이고, 황실에서 차세대 미혼 남성은 나루히토의 남동생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의 아들 히사히토(悠仁, 1)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일본헌법 제2·황실전범(皇室典範) 12조에 의하면, “황위는 황통(皇統)에 속하는 남계(男系)의 남자 황족이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다. 남계남자란 아버지 쪽 조상 중에 천황이 있는 남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재의 황실전범에 따르면 나루히토 이후 황위는 그의 남동생 아키시노노미야에게, 그리고 아키시노노미야의 아들 히사히토에게로 계승된다. 나루히토의 딸 아이코는 계승에서 배제된다.


또한, 종래 황족 여성은 결혼과 함께 황적에서 삭제돼 일반 국민의 신분으로 생활해 왔다. 현재 황실에는 아이코를 포함해서 총 5명의 미혼 여성이 있으나, 앞으로 이들이 모두 결혼해서 황실을 떠나면 미래의 천황 히사히토의 주변에 차세대 황족은 전무한 상태가 된다.

보고서에서는 황위계승에 관해 히사히토 님 다음 세대 이후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기에는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고, 오히려 황위계승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중략) 황위계승 문제와 분리해서 황족의 인원수 확보를 도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이어 황족 구성원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여성 황족이 결혼 후에도 황실에 남는 방안과 옛 황족의 남계남자(男系男子)를 양자로 맞이하는 방안, 두 가지를 제시했다. , 여성 황족이 결혼 후 황실에 남더라도 그녀의 배우자와 자녀는 황족 신분을 갖지 않는다고 했다. 구황족의 남계남자를 양자로 맞이하는 방안에서는, ‘패전 후 1947년에 황적을 이탈한 11개 가문의 자손을 고려할 수 있지만, 양자로서 황족이 된 사람은 황위계승 자격이 없다고 했다.

    

 

최종보고서에 대한 언론의 비판

    

이러한 최종보고서의 내용에 대해 일부 일본 언론이 문제점을 제기했다.

당초 지식인회의는 여성천황의 문제나 여성 황족가문의 창설 등을 검토하려는 취지로 설치됐는데, 최종보고서는 황족 인원수 확보에만 논점을 맞췄다는 점에 비판이 집중됐다. 제시된 방안들도 각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여성 황족이 결혼 후 황족의 신분을 유지하더라도 그 배우자와 자식에게 황위계승자격이 없다면 이 대안은 미래의 황위계승책이 될 수 없다. 또한, 구황족의 남계 자손 중에 과연 황족이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있을지 불확실하다. 이 두 개의 안으로 황족의 인원수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 경우 구황족의 남계남자를 법률로 직접 황족으로 만든다는 방안도 제시됐는데, 개인의 의사를 무시하는 이런 방식이 과연 현실적으로 추진 가능할지 의문이다. 결국 최종보고서는 남계남자주의(男系男子主義)를 지지하는 보수층을 배려한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받는 이유다.

    



이세신궁(伊勢神宮)



무산된 황실전범 개정

 

그런데 황위계승에 관한 지식인회의나 보고서 제출은 이전에도 있었다. 1965년 아키시노노미야가 태어난 이래 황실에서 남자 아이의 출생이 없다가 200112, 당시 황태자였던 나루히토의 첫아이로 딸 아이코가 태어나자 일본사회에서는 여성 천황이 즉위할 수 있도록 현행 황실전범을 재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됐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2005년부터 2006년에 걸쳐 당시 총리대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의 사적인 자문기관 황실전범에 관한 지식인회의에서 아이코의 즉위를 염두에 둔 여성천황·여계천황의 가능성이 검토된 적이 있었다.


지식인회의는 20051124, 상징천황제의 안정적인 유지를 위해 황위계승자격을 여성이나 천황·황족의 여계 자손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 최종보고서를 정리해 고이즈미 총리에게 제출했고, 황실전범의 개정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69, 황실에서 41년 만에 남자 아이(히사히토)가 태어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총리대신에 취임하자 개정 움직임은 중단됐다. 2019년 시점에서도 일본 국민의 70~80%는 아이코의 천황 즉위를 지지하는 분위기였지만 유독 아베 총리가 여성천황을 기피했다고 한다.


여성차별, 남녀동권론의 관점에서 현행 일본의 황위계승, 황족 가문 제도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최종보고서가 여성천황에 관해 거의 다루지 않은 것으로 보아 향후 일본 사회에 여성천황이 출현할 가능성은 다시 불투명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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