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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포커스
일본 내 혐한 문제의 현황과 증오 범죄
  • 김현철 재단 한일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한류 붐 속에 혐한 감정의 또 다른 표현은 계속된다

    

현재 일본 사회 내 재일 코리안에 대한 태도를 보면 차별적 발언을 넘어서 혐한적 분위기가 감돌고 있으며, 2021년에는 일부 방화사건 등 증오범죄(혐오범죄, 또는 헤이트 크라임) 마저 발생하는 등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한동안 재일 코리안(한국인)을 표적으로 길거리에서 싫어하는 감정을 표현하거나 노골적으로 나가라고 하는 시위나 행동은 줄어들었지만, 인터넷상에서 헤이트 스피치나 차별적 발언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일본내에서 K-POP, K-DRAMA 등 한류붐에도 불구하고 재일 코리안에 대한 혐한(嫌韓)’발언이나 행동은 또 다른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헤이트는 사라졌을까?(每日新聞, 2021.10.19.)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혐한 현상이 일본 사회 내에서 점차 구조화되고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인에 대한 심리 분석을 통해 볼 때 혐한 감정에는 다음 두 가지의 측면이 있다. 하나는 열등하다라고 본 상대를 두들겨패서 자존심을 채우려는 욕구로, 일본 사회 내에서 같이 살아가고 있는 재일 코리안을 대상으로 우월적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배경으로 혐한을 소재로 하는 출판물이 잘 팔리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 젊은이들은 현재 한국 상황을 묘사한 한국 이 나라는 지옥인가라든지 한국 너무 지나친 자본주의라는 제목이 붙은 책들을 읽으면서 심리적 위안감을 얻는다고 한다. 현재 한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과 젊은이들이 취업난 등으로 겪고 있는 지옥과 같은 상황을 묘사한 부분을 읽을 때 일본인들은 한국은 정말 힘들구나. 일본에서 태어나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책들이 쓰여지고 있다. 이러한 책들이 팔리는 분위기는 그동안 재일 코리안들에게 일본에서 나가라라고 말하는 것과 같이, 또 다른 형태의 한국에 대한 혐한 내지 헤이트적 요소가 포함돼 있다.




헤이트 스피치를 반복해 온 단체의 거리 선전 활동에 항의하는 시민들(2020년 9월 20일)가와사키시의 JR가와사키역 앞에서 출처 『每日新聞』(2021.10.10)

    


재일 코리안 대상의 혐한 행동과 우토르 마을의 방화 사건

    

재일 코리안들에게 충격적이고 우려스러운 사건으로 2021년 하반기에 재일 코리안 관련 시설이 방화되거나 훼손된 사건 등이 발생했다.

그 예로서 20211214일 오사카시는 재일한국·조선인에게 차별적인 내용이 적힌 전단을 돌린 조선인이 없는 일본을 지향하는 모임의 대표 이름을 시 헤이트 스피치 억지 조례에 의거해서 공표했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자 오사카시 헤이트 스피치 심사회의 야구라 마사코(矢倉昌子) 회장은 호별 배포는 재일 조선인들에게 집마저 안전지대가 아니라 언제 어느 때 평온한 삶이 위협받을지 모른다는 강한 불안감을 안겨 주었다라고 코멘트할 정도였다.(日新聞, 2021.12.15.) 그동안 인터넷상에서 익명의 대상에게 가했던 차별적 발언이나 혐한 행동들이 이제 특정 지역에 살고 있는 구체적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사건이다.


그리고 재일 코리안들이 모여 살고 있는 교토부 우지(宇治)시내 우토로 지구에서 20218월 빈집 등이 불에 탄 화재로 202112620대 남자가 방화 혐의로 체포 기소됐다. 이 남자는 2021년 나고야시의 아이치현 내 재일한국 민단의 시설에도 불을 질러서 기물 손괴한 용의자로 아이치현경찰에 체포됐다.(朝日新聞, 2022.1.10.) 방화혐의로 체포된 피의자에 대한 공판에서 일본 검찰은 모두 진술에서 직장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직이 된 열등감을 풀기 위해 한국인에게 악감정을 갖고 방화를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피의자는 마이니치 신문기자에게 재일코리안에게 공포를 주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말했다.(NEWS 1, 2022.5.16.)


우토로 지구는 일제하 전시 비행장 건설에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이 거주했으며 전후에 그 후손인 재일 코리안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 우토로 방화사건 용의자가 체포되자, 20211215일 교토부 내 교토부·시에 유효한 헤이트 스피치 대책의 추진을 요구하는 모임등 일본 시민단체들은 교토부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 사건은 차별적 동기로 특정의 민족·집단을 노린 범죄, 혐오 범죄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서 이 같은 범죄의 근절을 목표로 하는 성명문을 발표하는 등 일본 사회 내 경각심과 주의를 환기시켰다.(京都新聞, 2021.12.15.)




우토로 방화사건의 화재 현장(2021년 8월 30일 오후 6시) 출처 『朝日新聞』 (2022.1.10)

    



오사카시의 조례에 근거해 스피치를 인정하고, 이름을 공표한 것을 설명하는 오사카시청의 담당자 출처 『每日新聞』(2021.12.14)



헤이트 크라임 발생에 대한 우려와 대책 촉구

    

이와 같이 재일 코리안 등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련의 범죄에 대해 일본 내에서는 민족 마이너리티를 노린 헤이트 크라임(혐오 범죄 또는 증오범죄)’이라고 부르고 있다. 혐오 범죄는 차별적 동기에 기초해 인종이나 민족, 장애인, 젠더, 종교 등 특정 속성을 가진 집단을 겨냥한 범죄다. 2009년 배외주의 단체 재일 특권을 허락하지 않는 시민 모임에 의한 조선학교 습격 사건 이후 헤이트 스피치 규제와 함께 국회에서도 구체적인 의제로 제시됐다.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解消法)2016년에 제정됐으나 헤이트 크라임의 입법화는 표현의 자유를 둘러싸고 뿌리 깊은 반대도 거세 현재까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사회 내에서 이러한 혐오 범죄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일부 지식인과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 예로서 후지사키 마사토(藤崎剛人) 사이타마공업대학 강사 겸 비평가는 Newsweek JAPAN20211223일에 실린 재일코리언에 대한 혐오 범죄를 막기 위해 머조리티(다수)가 생각해야 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일본에서 심각한 헤이트 크라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일본 사회 내에서 외국인이 많이 살면 치안이 나빠진다”, “민족 마이너리티가 일본을 탈취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하는 망상적인 배외주의 사고도 근본적으로 존재하고 있고, 이것이 높아지면 더 무서운 헤이트 크라임으로 발전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후지사키씨는 추가 헤이트 크라임을 멈추기 위해서는 범인의 심리분석이 아니라 국가나 지자체가 이 문제를 남의 문제로 취급하지 않고 머조리티의 책임으로서 마이너리티(소수)의 인권을 지키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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