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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보고
고교생들, 북방 대륙에서 평화·통일의 희망을 찾다
  • 장세윤 재단 한일역사문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지난 7 22일부터 28일까지 전국의 고등학생 35명과 인솔 교사, 재단 및 교육부, 교육청 관계자 등 44명과 함께 연해주 지방과 중국 동북지역(만주) 탐방을 떠났다. 이 사업은학생 동북아 평화·통일 체험사업의 일환으로 교육부의 기획과 충북 교육청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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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주요 탐방 일정과 주요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7 21일 재단 대회의실에서 사전교육과 안내를 한 뒤, 다음 날 아침 인천공항을 출발해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19세기 말~20세기 초 한인들의 독립운동 유적지와 시내 중심가, 군항을 조망하며 21세기 한·러 관계와 동북아 평화 문제 등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7 23일에는 블라디보스토크 한국교육원을 방문해 한국어를 수강하는 러시아 학생들과 교류하고 시내 중심가를 함께 탐방하는 기회를 가졌는데, 참가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다. 1937년 한인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했던 현장인 라즈돌노예역을 방문해 약소민족의 비애를 실감하기도 했다. 우수리스크에서는 고려인문화센터와 독립운동가 최재형 기념관, 이상설 선생 기념비, 발해성터를 방문해 한민족의 발자취와 발해의 역사를 상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7 23일 밤 11시에 우수리스크에서 출발해 7 24일 아침 8 20분에 하바롭스크에 도착하는 시베리아 열차는 학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이 철도는 1907년 헤이그 특사의 이동 경로였고, 1917~1921년 러시아 혁명 중에 혁명파인 적군(赤軍)과 함께 공동 투쟁했던 우리 독립군과 한인 의용군부대들의 활동무대였다. 또한 한인들의 강제이주 코스이면서 향후 북한을 경유, 한국철도와 연결된다면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하바롭스크에서는 한인 최초의 공식 사회주의자로 알려진 김알렉산드라 여사의 발자취를 탐방하고 중앙시장도 견학했다. 향토박물관과 드넓은 아무르강흑룡강을 전망하는 기회도 가졌다. 이곳은 중국 국경지대인데, 1969년 중국과 소련이 충돌한진보도(珍寶島, 러시아명 다만스키섬)’가 부근에 있다.  



7 24일 오후 하바롭스크에서 여객기를 타고 중국 동북의 하얼빈으로 이동했다. 다음날,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찾아가 동상에 참배하고 그의동양평화론에 대해 토론했다. ‘일본군 731부대 죄증(罪證)진열관은 학생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듯했다. 학생들은 일본군 세균부대의 만행에 몸서리쳤다. 이날 오후 우리는 중국 고속철도를 타고 하얼빈에서 연변지역의 돈화(敦化)로 이동 후 버스를 타고 백두산 부근의 이도백하(二道白河)로 갔다. 최근 중국의 발전상을 실감하는 기회였다.



7 26일 오전에는 대망의 백두산 천지에 올랐다. 궂은 날씨에도 많은 중국인이 백두산에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비가 내려 정상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그러나 학생과 인솔 선생님들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마침내 천지를 보고 산을 내려 왔다



6일 차인 7 27일에는 심양에서 단동(丹東, 구 안동)으로 고속철을 타고 이동했다. 이날은 주로 한국 현대사 관련 유적인 압록강 단교(斷橋)와 압록강 나무다리 유지, 그리고 중국의 역사왜곡 현장인 호산장성(虎山長城), 북한 땅과 지척인일보과(一步跨)’를 둘러보았다. 학생들은 6·25전쟁 중에 유엔군의 폭격(1950.11.8)으로 끊어진 압록강 단교를 보면서 민족의 큰 비극인 6·25전쟁의 생생한 현장을 확인했다. 경남에서 온 학생들은 압록강 물을 물병에 담아 한국으로 가져가 한국물과 합치려는 계획을 실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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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물을 뜨는 학생들(2019.7.27.)


또 압록강 단교 위쪽 수심이 가장 얕은 곳에 중국에서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1951 5월 말에 급히 세운 목조다리(정식 명칭은압록강 연와[燕窩, 제비집] 철로교)’의 흔적을 보며 중국의 한반도 사태개입 현장을 직접 확인했다. ‘호산장성은 원래 고구려의박작성이있던 곳인데, 최근 중국에서 이곳에 중국식 만리장성을 쌓고 원래부터 이곳에 만리장성이 있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일보과는 압록강의 토사가 쌓여 북한 소유의 섬이 중국 영토와 연접할 정도로 가까워진 곳이다. 조그만 개울만 건너면 바로 북한 땅인데, 근래 탈북민이 증가하고 북·중 국경지대에 문제가 생기면서 경계가 삼엄해졌다. 학생들은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북한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했다. 이날 밤에는 대련大連으로 이동해 학생들의 발표와 평가회를 통해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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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놓은 압록강 목조다리 잔해(2019.7.27.)



 

탐방 마지막 날인 7 28일일요일 오전에는 안중근 의사가 재판을 받았던 여순 관동지방법원과 안중근, 신채호 등이 수감되었던여순일아감옥旅順日俄監獄을 방문했다. 이동 중 버스 안에서의 강의와 현장 설명, 간담회 등을 통해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7 27(공교롭게도 이날은 6·25전쟁 휴전협정)일 북한과 중국의 국경도시인 단동의 압록강변 답사 때의 이야기였다. 압록강 철교와 6·25전쟁 때 미군의 폭격으로 끊어진 단교(斷橋), 중국이 위화도에 연결했다가 부식되어가는 나무다리(木橋)의 잔해를 보면서 학생들은 중국이 앞으로도 한반도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할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끊어진 다리 위에서 북한을 바라보면서 많은 학생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수긍이 갔다. 그렇다면 평화적 통일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학생들을 포함하여 우리 모두는 앞으로 계속해서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해야 할 것이다.



이번 탐방을 통해 학생들이 편협한 민족애와 일국사적 관점에 머물지 않고, 폭넓은 인류애와 고매한 도덕성, 보편타당하며 설득력 있는 논리와 국제적 안목을 겸비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들이 동아시아,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 한반도의 통일과 민족화해에 앞장서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된다면 이런 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