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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감’을 기반으로 한 학술협력의 물꼬를 트다
  • 대담 이병택 재단 국제관계와역사대화연구소 연구위원 / 정리 윤현주 작가

 


지난 6 21일 재단 대회의실에서는 베트남 사회과학원과 함께시공을 초월한 국가의 형성: 한국과 베트남의 비교라는 주제로 첫 공동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재단은 2017년 베트남 사회과학원과 MOU를 맺고 학술협력의 기반을 구축해 왔다. 외세의 압박 속에서도 긴 역사를 이어온 한국과 베트남, 공감을 기반으로한 두 나라의 학술협력은 양국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사회과학원 딘 꽝 하이 역사연구소장을 만나 베트남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앞으로의 교류에 대한 전망을 들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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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꽝 하이 (Dinh Quang Hai)

베트남 사회과학연구원 역사연구소 소장


하노이대학교 베트남 근현대사학과를 졸업하고, 러시아 과학원 동양학 연구소에서 역사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1985년 베트남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의 연구원을 시작으로 수석연구원, 부소장을 거쳐 현재 역사연구소 소장으로 재직중이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 역사연구지의 편집위원장, 베트남 사회과학아카데미 역사학과의 학과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1975-1990 베트남: 성과와 경험(공저)』, 『베트남의 노동자 계층 문화 형성 및 발전: 몇가지 이론적이고, 실제적인 문제』, 『근대 베트남 전통공예품의 복원과 발전과정』, 『사이공 몰락과 내부의 적 - 베트남 전쟁과 통일전선전술(공저)』 외 다수.

 




Q

베트남 사회과학원은 베트남 정부 정책 자문을 위한 핵심 싱크탱크로 국내뿐 아니라 다양한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학술협력과 공동연구를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베트남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좀 부탁드릴게요.

 

A

베트남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는 문지사(문학, 지리, 역사 연구)회에 기반을 두고 1953 12 2일에 비엣(Vit Bc) 거점에서 설립됐습니다. 당시 베트남은 프랑스와의 전쟁이 가장 치열할 때였죠. 베트남 역사연구소의 주요 역할은 베트남 역사뿐 아니라 세계의 역사를 경제, 정치, 문화, 사회, 외교, 국방 보안 등 다양한 측면을 연구하는 겁니다. 객관적이며 과학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분명하게 다룰 뿐 아니라 유익한 규율, 경험 그리고 이어받아야 할 역사적 가치 등을 발견해내는 것도 우리의 일이죠. 중요한 경제, 사회 발전 프로젝트를 비판적인 사고로 평가해 의견을 제시하고 경제적, 사회적 이슈 등에 대해 자문과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연구뿐만 아니라 역사학 석·박사 과정의 교육을 진행해 전문 인력의 양성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베트남 사회과학원과 각 정부기관, 전국 지방자치단체 기관 등에 질 높은 인력 공급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Q

연구소가 설립된 지 어느덧 65년이 됐습니다. 연구소의 역사가 긴 만큼 역사연구에 있어서 수많은 성과를 거뒀으리라 생각하는데요. 대표적인 성과,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역사연구소는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추진하고 가치가 높은 연구물을 발표, 출판해 왔습니다. 훙왕(Hùng Vương) 시대에 대한 연구, 베트남의 문화 특색을 밝히기 위한 베트남 문화-문명에 대한 연구, 역사에서의 정치, 경제, 사회 이슈에 대한 연구, 민족 해방 투쟁 역사에 대한 연구 등을 진행해 왔죠. 베트남 통사 집필도 역사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입니다. 역사연구소는 2003년도부터 학자들을 모아 베트남의 태초시대부터 2000년까지 통사 집필을 추진했고, 이를 2014년도에 출판했습니다. 2017년도에 출판된 『베트남 일반 역사(Lch s Vit Nam ph thông), 『교육역사(Lch s giáo dc)』 도 역사연구소가 이뤄낸 대표적 성과입니다. 역사 사료를 수집, 검토하고 번역해 연구자들을 위한 공구서도 집필했는데요. 12편의 『베트남 근대 혁명 참고 자료(Tài liu tham kho cách mng cn đi vit nam), 『베트남 역사적 사건들(Vit Nam nhng s kin lch sử), 『세계편년사(Biên niên lch s thế gii)』와 같은 역사 자료 책들도 출판했습니다.

 

Q

화제를 돌려 한국과 베트남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두 나라는 지정학적 유사성 때문인지 여러 면에서 역사적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에서 비슷한 점이 많은 듯한데요. 소장님께서는 한국과 베트남의 가장 큰 차이점과 주목할 만한 유사점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A

한국과 베트남은 닮은 듯하지만 상당 부분 다르기도 합니다. 우선 제가 생각하는 두 나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베트남은 54개의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지만 한국은 단일민족이라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치적, 역사적 측면에서는 많은 유사점을 지니고 있죠. 가장 대표적인 게 방금 언급한 중국과의 관계가 아닐까 합니다. 베트남과 한국은 모두 중국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베트남의 역사는침략에 저항하는 전쟁의 역사라고 할 만큼 많은 침략을 받아 왔습니다. 특히 과거 중국 봉건세력들의 침략과 지배를 1000년 동안 받았죠. , , , , , 청 등 봉건시대뿐 아니라 현대에 와서도 덩샤오핑 시대에 국경 전쟁이 있었고, 현재도 베트남의 동해 주권 분쟁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협박과 비합리적인 요구를 받고 있습니다. 베트남과 중국, 양국 간의 관계는 늘 긴장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돕니다. 하지만 침략을 받고 전쟁을 한다 해도 베트남은 늘 민족의 독립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전쟁에서 승리한 후에는 화해의 정신 아래, 중국 포로들을 인도적으로 대하고 중국으로 사신을 보내 조공했습니다. 베트남은 화해 정신을 바탕에 두고 충돌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외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해 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Q

식민지 역사는 많은 상처를 남깁니다. 한국의 경우 광복이 된 지 70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도 식민지 역사를 두고 설전을 벌이는 이슈들이 있습니다. 베트남의 경우 한국보다 더 오랜 기간 프랑스와 미국,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아온 만큼 식민지 과거 청산이 쉽지 않은 문제였을 것 같은데 어떻게 했는지 궁금합니다.

 

A

베트남 역시 일본의 지배를 약 5년 동안 받았습니다. 그 당시 일본은 베트남에서 상상 이상의 많은 악행을 저질렀죠. 대표적인 예로 당시 먹을 것이 많이 귀한 시기였는데 일본이 자국민들의 기아를 해결하기 위해 베트남에 있는 많은 쌀과 식량을 훔쳐 갔습니다. 그래서 베트남 사람들 200만 명이 기아로 굶어 죽는 사건이 발생했어요. 일본이 설립한 정부가 무너지게 되면서 베트남 내에 머물던 일본인들은 떠났지만 베트남 내에는 친일파들이 남게 되었죠. 그러나 베트남 정부는 이런 친일파들을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관용을 베풀어 다시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해주었어요. 나라를 위해서 복무를 하겠다는 의사를 표하면 그렇게 하게 해주었고, 그러지 않겠다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준거죠. 친일파 이전의 친미파, 친불파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그중에서도 너무 많은 나쁜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은 처벌을 하기도 했지만 그건 일부의 이야깁니다. 독립된 베트남 정부에서는 대부분의 반 베트남파 사람들을 받아주었고, 일반 시민들처럼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아직 일부에선 베트남 정부를 반대하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그들은 극소수일 뿐입니다. 베트남은 총 54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는 다민족 국가에요. 그렇기 때문에 호찌민 주석을 비롯해 베트남 정부가 추구하고자 하는 정신이 바로 민족 단결성입니다. 베트남의 구성원은 다민족이지만 그들을 통틀어서 우리는 모두 하나의 민족이라고 하는 거죠. 베트남은 이러한 민족성을 강조하면서 나라를 발전시켜왔습니다. 식민지 시절 미국이나 프랑스 정부에서 일했던 베트남 사람들도 기본적으로는 모두 베트남 사람이고, 베트남 국민이라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본인들이 하는 일이 매국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을 거라고 이해하려 하는 거죠. 어쩌면 그들은 그들 나름의 애국심과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활동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런 마인드는 베트남에서는 이런 말로 표현됩니다. “도망치는 놈을 때리지, 돌아오는 놈을 때리진 않는다.”고요.

 

Q

베트남이 가진포용력을 가장 간결하고 쉽게 표현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이야기네요. 현실로 돌아와서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에 대해 짚어보죠.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신남방정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협력 파트너로 베트남을 꼽았습니다. 이를 통해 양국 간의 교류가 지금보다 더 활발히 이루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감도 일고 있는데요. 소장님은 이를 어떻게 보십니까?


A

개인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을 중요한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베트남의 위치를 보면 베트남은 지정학적, 지전략적으로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지리, 군사 등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고, 현실적으로도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베트남의 위상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 베트남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국으로 진출했고 2020년에는 아세안의 회장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베트남의 동해 문제에 있어서도 베트남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죠. 문재인 정부가 베트남을 가장 핵심적인 협력 파트너로 꼽은 건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특히 경제-무역 협력 관계에 있어서 한국은 베트남에 최고의 파트너라 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 FDI 투자국 중에서 한국은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투자해 성공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베트남과 한국은 문화-사회적 측면에서도 활발한 교류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수많은 베트남 근로자가 현재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고, 42만 명의 베트남 출신 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해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두 나라가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확인 가능합니다. 어디서 어떻게 활동하고 있든 이들은 베트남과 한국, 양국 간의 관계가 갈수록 왕성해지는 데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소장님의 말씀에 적극 공감합니다. 베트남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와 동북아역사재단이 베트남과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것도 두 나라의 유대를 돈독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학술회의를 시작으로 두 기관의 직접적인 교류가 시작되었으니 양국 간의 역사와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베트남 사회과학원 역사역구소는 앞으로 재단과 함께 어떤 일을 수행하고 싶으신가요? 간략한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A

베트남 역사연구소는 동북아역사재단과 함께 다양한 협력을 추진하려 합니다. 이를 다섯 가지 정도로 요약한다면 첫째, 고대·중세 시기에 한국과 베트남의 민간 교류관계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려 합니다. 이는 중국으로 파견된 외교 사절, 양국 상인들 간의 물건 교역 활동, 또는 기타 활동들에 대한 연구가 선행될 겁니다. 둘째, 베트남과 한국의 민족 해방을 위한 투쟁 과정 및 통일 과정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려 합니다. 민족 해방, 나라 통일, 베트남 전쟁에서의 한국 군대의 참전이 주된 내용일 테고, 일본의 지배, 민족 화합, 관계 정상화 과정 등에 대한 연구도 함께 이뤄질 예정입니다. 셋째, 베트남과 한국 역사를 베트남어, 그리고 한국어로 집필하고 출판할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간략하면서도 가장 충분하게 양국의 역사를 다룸으로써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베트남 결혼 여성, 그들의 남편,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가 등을 위한 역사자료로 제공하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베트남과 한국 간의 외교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넷째, 연구소와 재단 간의 자료, 잡지, 도서 등의 교환 및 공유를 하고 싶고, 마지막으로는 2019년 말에 하노이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려 합니다.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교류해서 양국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