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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새로운 동아시아사 서술의 이론과 방향을 모색하다
  • 오병수 (한중관계연구소 연구위원)

새로운 동아시아사 서술의 이론과 방향을 모색하다


재단은 지난 1120~21동아시아 냉전사의 재구성사상, 학술, 이데올로기라는 주제로 국제 학술회의를 개최하였다. 대만 중앙연구원 근대사연구소와 함께 기획한 이번 회의는 동아시아의 냉전을 지역사적 시각에서 조망함으로써 새로운 동아시아사 서술의 이론과 방향을 모색하려는 취지였다. 회의는 총 4개 섹션으로 나누어 진행되었고 대만, 일본, 베트남 등 국내외 학자 20여 명이 참가하여 다양한 주제 및 연구 방법과 각국의 냉전 경험을 활발하게 논의하였다.

    

서로 연동되어 있는 동아시아 냉전사와 지역연구

첫 번째 섹션에서 황즈젼(黃自進) 대만 중앙연구원 교수는 오키나와의 귀환과 한국·대만·삼국의 상호 연동을 통해, 전후 오키나와에 대한 미국의 점령과 일본 반환 과정을 냉전사의 맥락에서 설명하였다. 특히 미국이 전후 동아시아의 안보를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신탁통치 방식으로 오키나와를 점령하였고, 일본은 포위정책등 미국의 안보 정책에 적극 편승하는 한편, 한국, 대만 등에 대한 주도적인 외교 활동을 통해 오키나와 반환에 성공하였음을 밝혔다. 모리카와 히로키(森川裕貫) 교토대 교수는 중국 근대 국제주의의 기원과 변천을 통해 근대 중국의 대표적 국제법학자인 저우겅성(周鯁生)의 국제주의 사상을 조망하였다. 전전 국제주의를 신봉하였던 저우겅성은 전후에도 시종 국제주의를 견지하였으나 이후 냉전의 격화와 사회주의 중국이라는 환경적 제약 때문에 국제주의를 포기하고, 새로운 사회주의 국제주의를 모색하였음을 밝혔다. 르엉 티 홍(Luong Thi Hong) 베트남 사회과학원 교수는 냉전 속의 열전북 베트남에 대한 사회주의 원조, 1954-75’라는 발표를 통해 베트남 전쟁 시기 북베트남에 대한 소련과 중국의 원조를 실증적으로 다루면서도, 원조 배후에 작동한 미·소 갈등, ·소 분쟁 및 베트남과 중국·소련과의 갈등이라는 4자 구도 속에서 설명하였다.

두 번째 섹션에서 주마론(朱瑪瓏) 중앙연구원 교수는 ‘19세기 동아시아 연안에 대한 냉전 지역연구의 기원을 발표하였다. 냉전 제국의 정보, 지식, 학술(지역학)의 구성 방식에 주목한 주 교수는 19세기 홍콩, 상해 등지에서 간행된 영문 잡지가 지역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구성하고 확산하는 방식에서 그 기원을 구함으로써 매체를 통한 냉전사 연구의 방법을 새롭게 제기하였다. ‘1950년대 북한의 비동맹 운동 인식을 발표한 홍종욱 서울대 교수는 1950년대 북한에서 간행된 국제생활기사를 분석하여, 반식민주의와 국제사회주의 노선 사이를 길항하였던 북한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부각하였다. 김인수 건국대 교수는 냉전과 지식정치박진환의 농가경영분석의 성립 사정을 통해, 한국 사회과학의 형성 과정을 냉전의 맥락에서 재해석하였다. 김 교수는 록펠러 재단에 소장 자료를 통해 박진환의 농가경영분석(1966) 작업이 미국의 냉전 정책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관하여 추진되었는지를 추적함으로써 지식 네트워크, 연구비, 훈련 기회를 무기로 한 냉전기 미국의 학술 권력이 한국 사회과학의 형성에 작용하는 과정을 해명하였다.

 

새로운 동아시아사 서술의 이론과 방향을 모색하다

 

냉전 자유주의의 영향과 냉전사 연구

세 번째 섹션에서 윤해동 한양대 교수는‘‘냉전 자유주의와 한국 정치의 탈자유주의적전환이라는 발표에서 비서구 사회에서 자유주의가 민족주의, 또는 반공주의 등 여타 이데올로기와 결합하여 작동하는 식민주의적 성격, 50·60년대 세계 냉전의 성격 변화라는 두 가지 배경을 전제하고, 이승만과 박정희의 자유주의를 각각 미국의 냉전 자유주의, 서독의 질서 자유주의와 연관하여 해명하였다. ‘냉전 초기 적산 처리와 자유주의를 발표한 황병주 국사편찬위원회 연구관은 한국의 국가체제 형성과정에 미친 미국의 영향력을 적산 불하 과정을 통해 분석하였다. 특히 적산 불하가 미국의 냉전 정책에 따라 일본 배상 포기, 일제의 국공유 및 사유재산 몰수, 개인 및 공공 불하 과정으로 진행되었음을 밝히고, 이를 통해 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결합한 미국식 체제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사적(개인) 소유와 함께 국가, 공공 소유가 병존하는 한국식 체제를 형성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에 주목한 장인성 서울대 교수는 냉전과 일본의 자유주의마루야마 마사오의 냉전 자유주의와 리얼리즘이라는 발표를 통해 이성적인 자기결정 능력을 자유의 근본으로 보았던 마루야마가 자유와 민주를 위협하는 냉전 현실에 대한 대안으로 중립평화’, 그리고 공평한 판단자주적 결사라는 대안 제시에 이르게 된 사상적 궤적과 일본적 체험을 깊이 있게 설명하였다.

마지막 섹션에서 천쉬예란(陳學然) 홍콩 성시대 교수는 탈정치화적 정치 조작냉전 홍콩의 교육 정책 정리와 지향이라는 발표를 통해, 전후 홍콩의 중등, 고등 교육에 대한 각 정치 세력의 개입과 그에 대한 홍콩 당국의 규제 과정을 탈정치화라는 관점에서 조망하였다. 아울러 판광져(潘光哲) 중앙연구원 근대사연구소 교수는 반공의 사상자원을 찾아서만년의 천두슈(陳獨秀)에 대한 후스(胡適)의 성찰과 평가를 중심으로라는 발표를 통해 천두슈의 민주주의론과 정당정치에 대한 사상의 변화를 추적하였다. 필자는 동아시아 냉전사 연구의 경향과 전망을 통해 최근의 다양한 냉전사 연구 경향은 지역사적 이해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과, ‘국격(National Status)’의 획득과 유지를 위한 연쇄과정으로서 동아시아 냉전사의 구성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이번 회의는 재단이 대만 중앙연구원과 공동 진행하는 장기연구의 첫 번째 모임이었다. 회의를 통해 참가자들은 각국의 냉전 경험과 그것을 다루는 방식에 심각한 차이가 있음을 공감하고 후속 연구를 이어가기로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김도형 재단 이사장은 동아시아에서 냉전은 정치, 사회는 물론 일반 시민의 생각과 사상까지도 지배한다는 점에서, 재단이 지향하는 역사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