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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계명구도(鷄鳴狗盜)
  •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김도형

계명구도(鷄鳴狗盜)무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새해가 되면 우리는 항상 새로운 1년 계획을 세우고 이를 이루겠다고 다짐합니다. 물론 계획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계획은 1년을 살아가는데 적어도 지남(指南)은 될 것입니다. 계획의 달성 여부가 아니라, 계획하면서 마음에 그린 방향과 의지도 또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취임한 지 2개월이 지난 저로서도 처음 시작할 때의 다짐을 다시 한 번 마음에 되새겨봅니다.

    

우리 재단은 설립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재단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많은 성과가 있었고, 또 이를 자랑할 수도 있습니다. 모두 여러분의 땀과 헌신 덕분입니다. 다시금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재단이 성장하고, 사업이 확대된 것에 비해 재단의 안팎에서는 아직도 우리를 향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동북아시아에 상존해 있는 패권주의 질서와 이로 인해 야기된 역사 논쟁을 미래 지향적 화해의 길에서 풀고 동북아의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 재단의 목표이고, 또한 우리 국민의 바람입니다.

저는 이렇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올해 우리 재단의 모든 가족은 재단이 출범하던 때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초심(初心)을 돌이켜보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루지 못한 계획이더라도 그 방향까지 잃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곧 우리 재단의 정체성을 다시 확립하자는 것입니다.

그 일환으로 저는 취임하면서 몇 가지를 함께 하자고 한 바 있습니다. 우리 재단이 짊어진 과제를 연구하고,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면서 이를 대내외적으로 알리고 교육하는 과정을 위한 방안이었습니다. 연구에서는 균형(均衡)된 역사인식을 갖추고, 대안 마련을 위해서는 국제질서와 외교정책에 정통(精通)하며, 그리고 이를 국민과 공유(共有)한다는 원칙으로 나아가자고 했습니다.

재단의 정체성이 기본적으로 연구에서 출발한다면 여러 행정 업무는 연구가 원활하고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추진되어야 합니다. 저는 행정 업무는 공정한 평가와 자율적 수행이라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애쓰겠다고 하였고, 이러한 행정 자세 또한 재단의 정체성 재정립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원칙 아래 우리는 먼저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면밀하게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우리가 해야 할 사업 가운데 무엇이 빠졌고, 무엇이 미흡한지를 냉정하게 도출해야 할 것입니다. 재단의 설립 목적을 항상 염두에 두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전체적인 재단 사업의 밑그림을 그릴 기획 기능을 강화할 것입니다. 또한 앞으로 1년간의 단기적인 사업이 아니라, 긴 호흡의 사업도 꾸준하게 추진하여 그 결과를 축적해 가야 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간혹 여러분의 노고를 더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연구나 업무와는 전혀 다른 영역의 연구나 업무를 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재단의 목표를 위해 개인의 임무를 재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발전의 속도가 아니라 방향, 곧 초심을 되돌아보는 방향입니다. 이런 정체성의 회복은 물론 여러분의 노력과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개띠의 해, 계명구도(鷄鳴狗盜)라는 고사가 생각납니다. 중국 전국시대 맹상군(孟嘗君) 이야기입니다. 맹상군은 출신과 신분에 관계없이 천하의 인재를 후하게 대우하여 수많은 식객을 거느렸습니다. 그중에는 닭 울음소리를 잘 내는 사람, 개 가죽을 쓰고 물건을 잘 훔치는 도둑 같은 온갖 재주를 가진 이들도 있었습니다. 후에 맹상군이 진나라 왕의 의심을 받아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이들의 도움으로 살아나게 됩니다. 맹상군에게는 닭소리를 잘 내는 사람도, 개 가죽을 쓰고 물건을 잘 훔치는 능력을 가진 사람도 버릴 것 없이 모두 필요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 재단에 몸담은 모든 분들은 각자의 재주와 능력으로 우리 재단을 유지해 가는 것입니다. 우리 재단에서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여러분의 노력으로 이룬 재단의 성취가 여러분의 소중한 자산이 되고, 또한 그 즐거움을 모두가 나누어 가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많은 분들이 인사로 주는 복보다 더 많은 복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무술년 원단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김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