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년대에서 19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유럽인들은 조선을 어떻게 관찰하고 경험했을까. 이상균 독도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이에 관한 유럽인들의 기록인 '한국, 동방으로의 여행'(프랑스어)을 자세히 소개했다. -편집자 주
전근대 유럽인들의 한국인식과 울릉도·독도 발견
1635년, 네덜란드 배 Sparrow-hawk호가 제주도 근해에서 난파당한 일로 인하여 조선의섬 제주도는 유럽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알려지게 되었으며, 그 후, 1653년에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이었던 하멜(Hendrik Hamel)의 배가 제주도 해안에서 난파되어 36명이 살아남았지만, 조선에 억류 중, 13년 후에 하멜과 그의 동료 7명은 일본의 나가사키로 탈출하게 된다. 하멜의 여행기는 1668년에 출판되어 한국에 관해 다룬 유일한 서구세계의 기록으로 2세기 이상 지속되었다.
한국이 서구 세계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후, 1787년 5월 21일에는 프랑스의 탐험가 라뻬후즈(La Pérouse)가 이 섬(제주도, ile Quelpaert)에 접근하게 된다. 라뻬후즈는 며칠간 제주도 근해를 선회하면서 이 섬의 생김새와 경작지 등에 관하여 관찰하다가 대한해협을 거쳐 한국의 동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항해를 계속하였다. 같은 달 27일, 그들은 울릉도를 처음으로 발견하게 되었다. 라뻬후즈에 의하면, 그 당시까지만 해도 울릉도는 서구 세계의 어느 나라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았다고 한다. 라뻬후즈는 이 섬을 다즐레(Dagelet)라고 명명하였다. 그의 기록에 의하면, "이 섬은 한국 해안으로부터 약 100km정도 떨어져 있으며, 이 섬의 둘레는 약 15km 정도이며, 이 섬에는 정말 아름다운 나무들이 많다"* 고 묘사하고 있다. 이들은 이 섬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그들이 적(ennemi)이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으나, 파도가 너무 강해서 결국 이들의 배는 섬으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 울릉도는 이렇게 해서 서구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으며, 독도는 이보다 60여년 후인, 1849년에 프랑스 포경선인 리앙쿠르 호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이때부터 독도는 서구 세계에 리앙쿠르 암(Rochers Liancourt)이라는 명칭과 함께 인식되었다.
* 울릉도에서 죽변까지의 거리는 대략 130km라는 사실로부터, 라뻬후즈가 기록한 거리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오늘날 울릉도 둘레를 잇는 도로의 길이가 약 52km인데, 라뻬후즈가 기록한 거리는 실제의 거리와는 오차가 적지 않지만, 그가 실제로 이 섬에 상륙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림잡아 이정도로 측정한 것도 흥미롭다.
책의 구성과 필자정보
조선에 관한 지리정보가 중국이나 일본을 거쳐서 서구세계에 알려지기도 하였겠지만, 이 책은 유럽 사람들이 조선 근해를 항해하거나 조선에 직접 들어와서 그들의 눈에 비친 조선의 다양한 관점들에 관하여 기록한 것으로서 의미가 있다. 이 책은 여러 필자들이 1700년대 중반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조선에 관해 직접 쓴 비교적 짧은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필자들의 직업은 보통 탐험가, 해군장교, 기술자, 통역관, 동양학자, 극동전문가, 저널리스트(특파원), 문필가, 학술지 창립자 및 편찬자, 여행가, 해군 군의관, 사제, 사진작가, 왕립지리학회 회원, 외교관 등 다양하며, 이들의 활동은 18세기 무렵, 탐험의 시대부터 제국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극동에 대한 프랑스의 관심이 어느 정도 뜨거웠던가를 반증해 준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2007년 프랑스 출판사 레에디시옹 라비블리오테크에서 출간됐고, 알렉상드라네엘이 대표저자로 돼 있다. 이 책은 총 7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고, 편집인이 이 책 전체를 머리말(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의 형식으로 종합하였으며, 맨 뒤에는 이 책의 필자들의 생애에 관하여 간단하게 정리하였다. 7개 대주제 및 주요 소주제는 각각 다음과 같다. 한국으로의 접근(한국 해안에 접근하지 마라, 첫 번째 한국 탐험) ; 서울에서(가난하지만 푸근한 한국, 비오는 날, 커다란 종각, 궁궐 방문) ; 풍경(산신령, 금강산 산사에서) ; 시장에 대해(서울에 있는 시장들, 서울의 한 시장 방문) ; 책, 종이, 인쇄소(한국여행, 책과 출판업자, 몇가지 한국의 책들, 꿈의 한국) ; 양반(살해된 시인, 세상에서 가장 오만한 계층, 변덕스런 정치인, 고급관료 수업, 방귀쟁이 양반) ; 한국의 여인들(햇빛 받는 나뭇잎, 엄씨 부인, 암여우들, 댄서와 외교관). 필자들은 그들이 본 한국의 다양한 모습들에 대해 흥미로운 시선으로 관찰하고 상세하게 기술하였다.
전근대 극동과 조선 연구를 위한 사료적 가치
이 책은 전근대 시기 동안에 서구인들, 특히 프랑스인들이 극동에 진출하면서 그들이 직접 목격한 조선의 영토, 풍경, 사회, 문화를 구체적으로 기술한 것으로서, 당시 서구인들의 극동(조선)에 대한 관심사를 보여주는 소중한 자료이다. 이 책을 통하여 당시 프랑스의 대 조선(한국) 정책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으며, 울릉도, 독도 연구를 위한 1차 사료로서의 가치도 있다고 여겨진다. 아직 이 책이 우리말로 번역이 되지는 않았지만, 차후에 번역되기를 바라며, 아직도 해외 서고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이와 유사한 자료들이 더 많이 우리에게 소개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