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21세기로 나아가는 교육진흥계획'을 실시하기 위해 1990년부터 100여 개 중점대학을 선발해 육성하는 '211공정'을 진행하였고, 이어서 1998년에 '세계일류대학 건설 프로그램으로 30여 이상 대학을 추가 선정한 '985공정'을 추진중이다. 중국은 지금 취직할 때 '985'에 속한 대학을 졸업했느냐가 관건일 정도라고 한다. 얼마전 이 '985'에 속하는 상해 화동사범대 역사학과 초청으로 방문 특강을 다녀오면서 한중 소통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재단에서 매년 진행하는 해외 초빙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상해 화동사범대 역사학과 양뱌오(杨彪) 교수와 학술교류를 지속한 바가 있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그에게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고 자발적으로 한국과의 교류를 확대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하기엔 부족한 시간이 아니었다. 귀국 후 바로 단기 방문 특강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재단의 연구위원들을 초청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역사교육 현황' 특강을 실시
이번에 초청된 필자에게 요청한 주제는 '한국의 역사교육 현황 소개'라고 하는 대주제였다. 19세기 말부터 21세기 최근 교육제도의 변화에 대해 이해가 전제돼야 하는 내용이었다. 우선 내용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먼저 중국학계에 이미 발표된 논문부터 살펴보게 되었다.
대표적인 몇 사례를 살펴보면 1998년에 '한국의 역사교육'이라는 제목으로 1946년부터 1992년까지의 한국의 역사교육 현황과 특징을 다룬 논문이 있다. 1946년 이후에는 일본 식민통치 영향을 제거하기위해 미국학교의 교육방식을 들여왔고, 70년대 초까지 역사, 지리, 공민을 사회과에 편입시켰다가 70년대 초에 국민정신 교육을 한층 더 강화시키기 위해 국사를 사회과에서 단독과목으로 분리시킨 점 등을 정리하면서 한국을 역사교육을 중시하는 국가로 묘사하고 있다.
이어 2003년에 '지구화교육과 전망'에서 발표된 '한국 사회과정 중의 국사교육'에서는 한국의 역사교육의 특징을 체계적으로 총괄하면서, 한국의 국사교육이 타국의 역사도 중시하고 자국의 역사를 상대화하는 동시에 국사를 기초로 하여 세계사를 섭렵하게 하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그러나 기자조선을 완전히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민족 자족의식을 강렬하게 표출하였다고 인식하고 있다. 한국학계를 존중하는 태도로 서술한 부분도 있지만 논문 내용에서는 한국의 역사문화를 중국의 아류로 보는 인식과 함께 한국학계가 기자의 비정통성문제를 주장하는 것이 왜곡이라고 지적하고 있어 중국학계의 한국역사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다.
이상 몇 편의 논문을 검토하면서 마음이 많이 무겁고 조급해졌다. 왜냐하면 한국의 역사교육은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때문에 2007년 이후 역사과목 설치, 역사과목 기준, 역사 교과서 제도 등이 여러 차례 개정되었는데, 한정된 특강시간에 향후 중국의 역사학자와 역사교육 현장의 역사교사가 될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역사교육의 현황을 설명하면서 한국의 역사 문화를 좀 더 깊이 이해하게 하고 더 나아가 한국사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개선시켜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역사학과 대학원생 100여명 특강 참석
한국 근현대 역사교육사를 정리하는 심정으로 강의안을 구성하여 중국어로 번역하는 동안 예정된 5월 13일 특강일이 다가왔다. 특강은 역사학과 대학원생을 포함한 100명 이상의 학생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내 여러 대학교수의 강의 영상물을 제공하는 사이트 챠오싱(超星)에서 동영상으로 녹화되었다.
특강내용은 한국의 사회과가 미국 콜로라도주의 Social Studies를 교수요목에 도입함으로써 성립한 제 1차 교수요목의 시기(1946~1954)부터 시작하여, 종래의 교육과정과 차별화하고 교육과정 체제 및 편성, 운영상의 큰 변화를 도모하면서 한국 근·현대사가 국사 에서 분리된 제7차 교육과정의 시기(1997~2007)까지 시기별 그 특징을 간단하게 언급했다. 다만 2007년 이후부터, 2011년까지의 교육과정 개정 과정은 아직 중국학계에서 제대로 소개되지 못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비교적 상세하게 다루었다.
구체적으로는 동아시아 국가들 간의 역사 갈등을 해소하고, 미래 지향적 역사 교육을 통해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된 '동아시아사' 과목 신설에 대해 강조했다. 동아시아 지역을 하나의 역사 단위로 삼아 동아시아인이 성취한 문화의 공통성과 상관성을 총체적으로 탐구함으로써 지역의 발전과 평화정착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도 설명하였다. 강의 도중 주변국의 역사왜곡을 설명하면서 동북공정을 언급할땐 일부 학생들이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으나, 동아시아 역사화해와 평화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재단의 다양한 활동을 소개할 땐 학생들의 표정이 다시 밝아지면서 질의 응답시간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일부 학생은 강의가 끝나고 나서도 찾아와서 질문하였는데 그 중 한 학생의 질문을 잊을 수가 없다. 최근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는 '공자가 한국인이고, 백제가 중국을 점령했다'고 하는 내용이 유행하고 있는데 한국인들이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를 묻는 것이었다. 이는 한중양국이 상대국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이러한 유언비어 등이 확산됐을 때 혐한·반중 정서로 비화되기 때문에 한중 모두 상대국의 역사·문화 학습에 좀 더 노력해야 하고, 동시에 SNS 활용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대답하고나니 가슴 한구석이 시원했다. 마지막으로는 새롭게 신설된 동아시아사가 향후 한중일의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더 나아가서 역사교과서로 인한 갈등을 극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하며 마무리했다.
학술 교류 통한 한중 소통의 필요성 절감
강의를 마친 후 양뱌오(杨彪)교수는 여러 차례 감사표시를 하면서 이번 특강을 들은 학생들은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될 것이고, 그 영향력은 매우 클 것이라고 했다. 특강 모두에서 양국의 관계가 우호적으로 발전하는 것과 상대국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은 비례한다고 했을 때 여러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필자가 몸소 체득한 느낌을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특강 현장에서 학생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보면서 한중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중국학계의 한국사에 대한 인식의 한계 및 네티즌간의 혐한정서는 그동안 한중간의 소통의 부족에도 책임이 있다. 다행히도 현재 양국은 소통의 중요성을 공감하는 듯하다. 앞으로 한중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돼 상호 존중하는 이웃국가로 통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