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은 2013년 제8회 제주포럼(5월29일~5월31일)에서 두 개의 세션을 기획하였다. 우선 기획의도와 각 세션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어떠한 논의와 시사점을 남겼는지 정리해 본다.
먼저, 재단 세션 개회사에서 김학준 이사장은 현재 동아시아는 과거의 역사적 문제로 진정한 의미의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아 오히려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고 진단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세계적 추세와 어긋나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영국이 제국주의 식민지 시대 때 케냐인에게 저지른 반인륜적인 행위를 스스로 시인하고 보상과 사과를 다짐한 사례를 지적하면서, 앞으로 일본 집권세력은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에 대하여 저질렀던 과오를 솔직하게 시인하고, 그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거듭 해야 할 것을 강조하였다.
떠오르는 동아시아 역사·영토 문제도 세계적 관심사로
첫째 날(5월30일) '역사화해의 경험과 동아시아의 미래' 세션의 기획 의도는 동아시아의 부상만큼이나 최근 세계의 주목을 끄는 것이 역내에서의 역사, 영토 문제라고 전제하고, 역사화해를 통해 동아시아에서의 역사 갈등을 극복하는 함의를 찾고자 하였다. 역사, 영토 문제의 심각성은 이 지역의 경제적 번영과 협력의 가능성을 저해하고 있으며, 이 지역의 역사 갈등은 세월이 갈수록 해결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더욱 악화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현재의 상황이 이 지역 국가들간의 상호협력을 가로 막고 있다면 화해로 나아가는 길은 어디에 있는지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재단의 케네스 로빈슨 박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 세션에서 베른하르트 젤리거 박사(한스 자이델 재단 서울사무소 소장)는 독일이 화해의 노력을 어떻게 진행하였는지 설명하였다.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 독일과 폴란드의 화해 같은 유럽의 사례를 통하여 동아시아가 어떠한 함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 설명하였다. 프랑스와 독일은 오랜 역사 속에서 적대관계였던 국가로, 적대관계에서 우호관계로 바뀐 사례라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에 기여한 것은 경제적 파트너 관계라고 강조하였다.
프랑스 국민과 독일 국민은 서로 다른 국가에 살고 있으면서 직접투자를 상당한 규모로 하기도 하고, 슈미트와 프랑스의 지도자들의 우애관계, 지도자들의 상호 개인적인 대인관계도 우애적으로 지속되어 왔음을 강조하였다.
역사갈등 해결, 공통의 문제에서 미래지향적 태도로 나아가야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먼저 어려운 문제부터 시작하지 말고 쉬운 문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공통의 요소를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역사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므로, 자의적인 해석이 많을 수도 있고, 과도하게 한쪽으로 치우친 관점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래서 공통의 문제부터 미래지향적인 태도로 나아가면서 과거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 독일도 보상이 적절하였느냐의 문제는 아직 남아있으나, 그렇지만 미래지향적이라는 평가가 있으며, 서로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케네스 로빈슨 박사는 동북아 국가의 고등학교에서 국사교육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이웃국가의 역사를 가르치는 데 어려움을 주고 있는 듯하다고 설명하면서 아래와 같이 주장하였다. 그는 보다 광범위한 동아시아 역사의 맥락에서까지 자국 역사의 일면을 설명하기 위하여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지역적 맥락에서 역사문제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국사교육에 치중하기 보다 광범위한 부분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이웃국가의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가 제시하는 상이한 시각을 읽고 배움으로써 교사와 학생들 모두 다른 종류의 관점을 학습하고 다른 국가에서 역사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둘째 날(5월31일) '동아시아 근대와 지역 그리고 새로운 리더' 세션에서는, 최근 동아시아에 관한 논의가 담론차원을 넘어 지역공동체, 평화와 안정의 대상으로까지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상황아래서 논의의 범위를 근·현대로 설정하고 동아시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논의하였다.
먼저, 일본 호세이 대학의 가와무라 교수는 동아시아의 동북아와 동남아시아를 포함하는 의미로 동아시아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동아시아는 전 세계에서 발전과 번영이 기대되는 지역임과 동시에 가장 전쟁과 분쟁, 정치적 어려움·혼란이 우려되는 지역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이 지역은 문화적인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경제적 격차와 문화적 괴리가 존재한다고 설명하였다. 마지막으로 여러 모순이 존재하면서도 이러한 교류는 동아시아 내에서 상호 이해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현재 지역 전체의 미래를 꿰뚫는 사회적 문화적 리더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상호이해를 추구하는 지도자들이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하는 주장을 전개하였다. 중국의 베이징대 쑹청유 교수는 근대 중국이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동아시아를 어떻게 인식하였는가를 설명하였다. 이 문제는 사실 우리에게 있어 현실적인 의미를 던져주는 것이기도 하였다. 역사적으로 중국이 세계를 처음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17세기 정도라고 설명하면서, 세계와 동아시아를 인식함에 있어서 인식의 변화를 가지게 된 것은 아편전쟁 때라고 강조하였다. 즉 아편전쟁 이후 중국은 근대로 들어가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중국인들은 세계와 동아시아를 인식함에 있어서 5가지 종류로 인식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재단의 배성준 연구위원은 아시아의 단합과 연대를 설명하는 논의는 아시아주의로 표명되고 실천 되어왔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아시아주의라는 이야기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에서는 갈등과 배타적인 문제가 끊이지 않았음을 강조하였다. 배 연구위원은 연대나 화합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갈등과 폭력이 제기되는 원인이 무엇인가 설명하면서, 19세기 이후로 민족주의 가속화를 동아시아 차원에서 이야기해야 된다고 강조하였다. 재단의 김현철 연구위원은 최근 동아시아 공동체론이나 한중일 협력, 통합논의가 많이 전개되었음을 설명하면서, 이러한 논의가 근대 이후 언제부터 한중일간에 시작되었는지 그 연원을 찾아보는데 중점을 두었다. 개화파 사람들을 중심으로 1880년대초 일본에서 흥아회가 열렸을때 그러한 장소에 갔던 한국 사람은 누구였고 왜 갔는가를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역사적으로 근대 한중일 지역 협력론의 명분과 실제가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비극적인 동아시아 논의를 성공모델로 만들려면
이번 포럼에서는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100년의 역사를 둘러싼 동아시아의 관한 논의를 전개하면서, 188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동아시아 근현대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비극적로 끝난 동아시아의 논의를 21세기의 성공모델로 어떻게 만들 수 있을 것이냐를 상호논의하였다. 제주포럼은 동아시아 국가간 교류를 계속해나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였으며, 이러한 근현대 역사 속에서의 문화교류의 모습을 지식인 교류뿐만 아니라 일반 교류를 통해서 상호인식하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