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오늘 어디서 만날래..?" "오늘 회식은 어디서 하지?" "명동에서 보지 뭐~"
이런 대화는 일상의 약속 전에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이렇듯 명동은 젊은이의 문화공간이며 놀이터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최근 명동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길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일본어를 들을 수 있고 심지어 물건을 판매, 홍보할 때 100% 일본어만을 사용하는 상인도 쉽게 볼 수 있다.
엔고현상으로 많은 일본인들이 이른바 '쇼핑관광' 으로 명동을 많이 찾고 있기 때문이다. 명동 거리에 넘치는 일본인 관광객과 일본어 간판, 일본어로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을 보면서 이곳이 일본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명동 거리 한 가운데서 문득 우리에게 일본은 어떤 나라인지, 한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인식을 되새겨 보았다.
60여 년 전 식민 지배와 전쟁 경험으로 많은 한국인들이, 심지어 젊은 사람들조차도, 알게모르게 일본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독도문제, 일본의 교과서 왜곡문제 등은 심심치 않게 핫이슈로 보도되고 있고, 지금도 매주 수요일이면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시위가 계속되는 등, 일본군'위안부'피해 할머니들의 고통이 계속 되고 있다. 한·일 국가대표 사이의 스포츠에서 쏟는 열의는 단순히 이웃 나라 사이의 경쟁의식 그 이상을 넘어서기에 때로는 배타적 민족주의의 발로는 아닌가 위태로울 때도 있다.
일본이야, 한국이야?
그러면서 한편에서는 일본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무분별하게 일본과 비슷해지려는 것처럼 보이는 명동 풍경을 보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엔화 상승으로 구매력이 커진 일본인들이 더 많이 한국을 방문하도록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우려하는 것은 일본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이 관광객을 맞이하는 주인으로서'한국'이 아니라 아예 통째로 우리 안에 작은 일본, 혹은 또 다른 일본을 제공하려는 모습으로 비친다는 점이다.
명동은 남산을 포함하여 서울의 대표 관광지로 일본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한번은 꼭 다녀가는 곳이다. 이런 명동이 한국의 독특한 문화와 멋, 특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마치 일본의 어느 거리에 온 듯 한 착각이 들 정도라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은 나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현재 한국을 찾는 관광객 대부분이 일본인이고, 그렇게 한국을 찾아온 일본인들에게 좀 더 좋은 이미지를 심기 위해 일본어를 서비스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이 자주 찾는 대표적 관광 명소 명동에서'한국다움'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이 서글프고 심사가 편치만은 않다. 어떤 측면에서는 일본에 의한 또 다른"문화 강점"으로 느껴진다면 지나친 우려일까?
현재 한국과 일본 양국 사이에는 역사적 문제에서 비롯된 여러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쪽에서는 화해와 협력을 위한 진심어린 반성과 실천을 요청하고 있지만, 필자가 명동에서 본 모습은 주체성을 잃어버린 우리의 모습이었다. 관광객 유치하는데 급급하지 말고 한국의 멋과 문화, 우리의 본질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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