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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새 책
남·북한, 중국, 일본의 고조선사 연구를 분석한 책 고조선사 연구 동향
  • 박선미 (재단 한중관계연구소 연구위원)

남·북한, 중국, 일본의 고조선사 연구를 분석한 책 고조선사 연구 동향『고조선사 연구 동향: 2000년 이후 국가별 쟁점과 전망』은 중국의 동북공정 이후 국내 학계와 북한 및 중국·일본에서 발표된 고조선 관련 연구물을 검토하여 성과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향후 학계가 풀어야 할 과제를 전망한 책이다.


고조선은 역사상 첫 국가이자 오늘날 우리 민족사의 원류로, 고조선사 연구는 우리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꽤 오래전부터 이루어져 왔다. 특히 전통시대 학자들은 각종 문집에 고조선의 위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남겼는데 『삼국유사』나 『동국통감』 등은 평양을 중심으로 고조선을 이해했고, 『동국통감제강』은 현재의 중국 요서와 요동을 아우른 국가로 이해했다. 지금도 많은 학자들이 고조선의 위치를 정확히 하기 위해 관련 전적(典籍)을 꼼꼼히 읽어보고 고고학 자료들을 하나라도 더 수집하려고 열심이다.


중국과 일본의 고조선 연구는 자국의 역사를 보완하고자 하는 측면에서 이루어졌다. 중국 학계는 상(商) 말 3인의 성현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진 기자와 고조선의 관계에 주목했다. 그리고 주무왕이 기자를 조선에 봉했다는 『사기』 송미자세가의 기록, 기자가 조선에 와서 8조를 가르쳤다는 『후한서』 동이열전 등의 기록을 그대로 신빙하여 고조선이 기자조선에서 시작하여 연인(燕人) 위만이 세운 위만조선에서 끝났다고 보았다. 중국에게 고조선은 고대 중국인이 세운 중국 고대의 지방 정권으로 해석되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러한 인식은 일부 학자들에 의해 주창된 것이었다. 그런데 소위 동북공정 이후부터는 이러한 논조의 논문이 대거 발표되었고 최근에는 대중서와 박물관을 통해서도 홍보되고 있다. 우리가 고조선의 청동기문화로 알고 있는 요서와 요동 지역의 비파형동검문화의 경우, 과거에는 고조선·예맥·동호·산융 등이 발전시킨 것으로 보았으나 최근에는 중국 내륙의 영향에 의해 지방화된 문화로 일관되게 선전하고 있다.


일본 학계는 대한제국을 강점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고조선을 연구했다. 단군신화의 성립 연대를 고려 시대로 늦추거나, 역사성이 결여된 설화라고 주장했고, 한국사의 타율성을 강조하며 기자조선과 한군현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오늘날 일본 학계의 고조선 연구는 매우 미미한 편이다. 유물의 유입 배경이나 문화 변동의 원인을 찾기 위해 한반도와 중국 동북 지역의 고대 정치체로 간단히 언급하는 정도이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사라지고 일본의 청동기문화가 고조선이나 한반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중국과 북방의 영향을 받아 발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일본의 청동기·철기 문화가 한반도에 비해 늦지 않았다는 일본 고고학계의 주장과 연결된다.


이 책은 모두 다섯 편의 원고로 구성되어 있다.


박선미의 ‘고조선사 연구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과제’는 고조선사 복원에 필요한 연구 아젠다가 무엇인지를 쟁점별로 살펴본 글이다. 저자는 향후 중국 동북 지역과 한반도 전체를 이해할 큰 틀에 대한 논의와 쟁점별 심화 연구, 국제적 공동 연구 추진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박준형의 ‘한국 학계의 고조선사 연구 동향’은 2000년대 들어 고조선사 연구가 팽창하게 된 이유를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한국학계의 대응과 한국 고대사 연구자의 수적 증가에 따른 연구의 질적 성장으로 분석했다. 또한 발표된 논저의 약 30%가 단군신화에 집중된 것을 단군신화를 부정하는 중국 동북공정에 대한 우리 학계의 대응으로 보았다. 기자조선이나 왕검성의 위치 등 세부적인 사안에 대한 성과와 전망도 밝히고 있다.


오대양의 ‘북한 학계의 최근 고조선 연구’는 북한에서 발표된 논저를 북한 사회의 변화상과 연동하여 검토한 글이다. 저자는 북한의 고조선 연구가 ‘대동강문화론’으로 표현되는 고조선 문화의 자주성과 유구성을 강조하기 위해 무리하게 제안되었다면서 문헌사학과 고고학적인 연구방법론을 무시하고 이미 정해 놓은 결론에 특정 사실을 대입하는 방식으로 흘러왔다고 지적한다. 독자들은 이 글을 통해 우리 학계와는 다른 북한 학계의 고조선 연구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 중국, 일본의 고조선사 연구를 분석한 책 고조선사 연구 동향조법종의 ‘2000년대 이후 중국학계의 고조선 연구’에서는 중국 학계의 연구가 ‘단군조선의 부정’, ‘기자조선의 역사화’, ‘중화 역사로서의 고조선사’라는 경향으로 흘러 왔으며, 이러한 논조가 동북공정에 의해 더욱 확대·재생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단군 신화를 중국 신화의 아류로 파악하거나 중국 문화의 산물이라는 주장에 대해 중화민족주의에 입각하여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비학문적인 것임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중국의 고조선사 왜곡에 대한 대응책으로 동북아시아사를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는 고조선사 담론 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이양수의 ‘일본의 고조선 인식’은 일본 학계의 고조선 인식 변화를 살핀 글로 최근 일본 학계에서 위만조선 이전의 고조선사가 사라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청동기문화가 한반도를 통해 일본 열도로 전달되었다고 보는 기존의 견해를 부정하고 중국 연(燕)나라로부터 직접 받아들인 것이라는 주장은 일본사 전개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고대 한국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글은 우리 학계와 북한, 중국, 일본이 고조선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어느 부분에서 차이가 있고, 왜 그러한 차이가 나는 것인지 알게 한다. 또한 우리와 고대사를 공유하는 북한도 우리와는 다른 고조선사를 그려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최근 남북관계의 호전과 이에 부응하는 남북 학술 교류에서 고조선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해외 학계의 연구를 관심 있게 살펴보는 이유는 우리 역사를 보다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언어로 기술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세계사 속의 한국사’ 정립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정 주제에 대한 해외 학계의 연구방법론과 접근법도 한국사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고조선사는 중국과 일본 학계에 의해 왜곡된 부분이 상당하여 이를 세계 학계에 바로 알릴 필요성이 크다. 이 책이 그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국내 독자는 물론 외국 학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고조선에 대한 올바른 인식 체계를 갖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