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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일본 문부과학성 개정 고교 학습지도요령, 무엇이 문제인가
  • 서종진 (재단 한일관계연구소 연구위원)

일본 문부과학성 개정 고교 학습지도요령, 무엇이 문제인가

 

법적 구속력을 가진 학습지도요령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330일 새로운 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하여 최종 고시하였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고시한 학습지도요령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며, 교육과정 편성의 기준이 된다. 지난해 개정된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과 함께 신학습지도요령은 2020년부터 차례로 초··고 학교 교육에 적용된다.

재단은 문부과학성의 확정 고시에 앞서 314일에 교육부와 공동으로 일본 신학습 지도요령의 한국 관련 내용을 분석하고 그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는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번 토론회는 확정 고시 이전에 학습지도요령 초안의 내용을 신속히 분석하고, 특히 한국과 관련하여 기술된 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하여 여론을 환기하고 정책적 제언을 하고자 하는 취지로 개최되었다. 토론회는 김현철 연구위원의 사회와 김도형 이사장의 개회사로 시작하였으며, 1부 주제 발표와 제2부 종합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보수 세력 주장을 반영한 결과

필자는 개정 학습지도요령의 변화와 특징이라는 주제로 발표하였다. 문부과학성은 이번 개정 학습지도요령이 국제 경쟁력 강화, 수동적인 암기 중심에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학습active learning으로의 전환, 사고력·판단력·표현력 제고를 중시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학습지도요령에는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근대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미화하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결국 이번 개정 학습지도요령은 일본 보수 세력이 주장해 온 영토 교육과 주권자 교육 강화를 목적으로 한 개정으로 2006년 교육기본법 이후 추진되어 온 교육 개혁정책의 결과물 중 하나이다. 전문前文이 추가된 교육기본법이 제시한 공공의 정신, 전통과 문화 존중, 나라와 향토 사랑 등 교육 목표가 강조되고 있음이 이를 잘 대변한다. 또한 근현대 역사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사와 세계사를 연계시킨 역사 총합’, 영토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지리 총합’, 주권자 교육을 위한 공공등의 과목을 신설하여 필수 과목으로 설정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교육 개혁을 공약으로 제시한 자민당과 보수 세력이 주장해 온 영토 교육 강화와 자학사관 배제 등의 내용을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에 반영한 결과이다.

 

자국 중심적인 역사 기술

재단 한일관계연구소 남상구 소장은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의 일본사 교육 내용 검토라는 주제로 발표하였다. 먼저 일본 역사 교육 문제와 관련하여 근린제국조항近隣諸國條項,1982과 유네스코UNESCO의 교육에 관한 권고안1974,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역사 인식인 역대 총리 담화를 검토하였다. 근현대의 역사적 사실,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적인 역사 인식은 1995년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 담화라고 할 수 있으며, 무라야마 총리 이후 정권은 무라야마 담화의 계승을 표명해 왔다. 물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무라야마 담화의 계승을 표명하였지만 이번 개정안의 근대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인식 부분을 보면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역사 총합에서 일본의 근대화와 러일전쟁 결과가 아시아 여러 민족의 독립과 근대화의 운동에 미친 영향과 함께, 구미 여러 나라가 아시아 여러 나라로 세력을 확장하고 일본이 한반도와 중국 동북지방으로 세력을 확장한 것도 다루어라고 명기한 부분에서 보듯이 러일전쟁 이후 한국과 중국을 침략했다는 사실을 모호하게 기술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20158월 발표한 아베 담화에 나타난 역사 인식이 학습지도요령에도 적극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보았다.

 

일본 문부과학성 개정 고교 학습지도요령, 무엇이 문제인가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

재단 한일관계연구소 홍성근 연구위원은 개정 학습지도요령의 독도 관련 기술 내용과 문제점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2001년 후쇼사扶桑社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을 기술한 지 17년 만에, 문부과학성 장관이 2005년 독도 기술에 대해 발언한 지 13년 만에 초중고의 모든 학습지도요령에 독도 영유권을 기술했음을 지적하였다. 일본의 독도 교육 강화 과정이 2001년 우익 교과서의 독도 기술과 2005년 시마네 현의 죽도의 날제정, 2008년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에서의 독도 명기, 그리고 이번 초중고 학습지도요령에서의 기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번 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에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기술한 것을 일본 정부가 추진해온 독도 교육 강화 내지는 독도 관련 국내적 여론 확산의 기반이 완성된 것으로 보았다. 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의 독도 관련 기술을 보면 과목별로 내용상 특징이 있다. 지리 과목에서는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것에 기초하여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한국에 항의하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고, 역사 과목에서는 국제법상 정당한 근거에 기초하여 정식으로 독도를 일본의 영토로 편입했다고 서술하고, 공민 과목에서는 고유 영토인 독도와 관련하여 미해결의 문제가 남아 있는데, 평화적 수단에 의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서술한다.

 

독도 관련 연구 강화와 독도 교육 내실화

종합 토론에는 곽진오 독도연구소 연구위원의 사회로 연세대 신주백 교수, 고려대 송완범 교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현대송 센터장이 지정 토론자로 참석하였다. 신주백 교수는 이번 개정은 주체적·대화적 심화 학습 실현을 위해 학습 과정을 질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시도로서 매우 큰 폭으로 변화하였다고 지적하였다. 송완범 교수는 이번 학습지도요령 역사 관련 부분에서 강조하고 있는 다면성과 다각성의 연원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현재와 미래의 일본 역사교과서의 지향점은 근대 일본의 역사 교과서 분석을 통해 분명해질 것이라고 하였다. 현대송 센터장은 일본의 독도 분쟁화 전략에 대해 냉정하게 대응하는 한편 노골적 침략 야욕에 대해서는 신속, 단호, 강경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대응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토론회에서는 개정 학습지도요령의 한국 관련 기술 내용을 분석하여 역사 교육과 영토 교육을 중심으로 그 문제점과 대응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였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우려한 부분들은 초안 그대로 최종안으로 확정 고시되었다. 이는 지난 214일에 공개된 후 약 한 달간의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 확정된 것이다. 의견 수렴 건수가 약 2,400건에 달하였으나 크게 수정된 부분이 없다는 것은 의견 대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일본 초··고 과정에서 학생들은 반복적으로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왜곡된 교과서로 교육을 받게 될 것이다. 한일 미래 세대 간 역사 인식의 차이와 영토 교육을 통한 갈등이 개선되기보다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우리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대한민국의 영토인 독도가 분쟁지역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다양한 형태의 독도 교육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미래 세대에 대한 독도 교육을 내실화하고 강화하여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과 일본 주장의 부당성을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