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독도사랑상 수상자로 영예로운 상을 받은 지금, 독도 사랑의 의미를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이것은 2011년 독도지킴이 거점학교를 운영하면서 첫 만남을 가진 독도에 대한 생각과 이후 NTTP 연구년제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독도 교육의 현장에서 느낀 스스로에 대한 자세와 마음가짐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만남과 선택의 교차점에 서다
만남은 우리 일상 속에서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이벤트다. 또한 우리에게 무언가를 선택하게 하고 행동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독도와의 만남은 2011년 독도지킴이 거점학교 운영의 책임을 맡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본격적으로 독도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학교 현장으로의 파급력은 미비했고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였다. 이러한 때에 스스로 ‘왜 독도교육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앞으로 전개해 나갈 독도 교육에서 교사와 학생 모두를 움직일 힘을 찾아야했기 때문이다. 첫 동아리 모임에서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지키고 싶어진다. 노래 가사를 읊조리듯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기에 앞서, 독도에 대해 지금보다 더 많이 알고 사랑하게 되면 어느새 그 마음이 독도를 지키게 하는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이후 1년의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방법으로 독도를 만나 공부하고 그 안에서 많은 고민도 하였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독도에 대한 궁금증과 부족함은 나를 또 다른 선택과 마주하게 하였다.
멘토와 경험으로 토대를 다지다
그해 겨울, 나는 무작정 동북아역사재단을 찾아가 이곳에서 연구년제를 보내며 독도를 공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연구년제 시험에 합격하여 2012년 멘토 박사님을 만나 본격적인 독도 교육 연구의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학교를 잠시 떠나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해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누고 자료를 수집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서울에서 제주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초등학교를 돌아다니며 독도 수업을 진행하였는데, 이 때 학생들로부터 받았던 독도에 대한 질문과 설문 결과들은 독도 교육의 체계를 잡아가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어 주었다. 이후 연구년제를 마치고 돌아온 교육 현장에서는 독도지킴이 거점학교 운영, 교직원 대상 독도교육 연수 실시, 독도 바로알기 교재 집필 참여, 독도 교수-학습 과정안 및 계기교육 자료 개발, 전국교육자료전 독도 교육자료 제작 및 출품, 중앙교육연수원 찾아가는 사이버 독도 교실 튜터 활동 등 이전보다 한층 다채롭고 폭넓은 활동을 전개해 나갈 수 있었다.
스토리텔링 독도 교육, 이야기의 힘을 믿다
독도 교육은 매년 반복되는 일본의 역사 왜곡과 교과서 문제로 우리 교육에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 교육부에서 요구하는 연간 10시간을 독도 교육 시간으로 확보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더불어 교육부에서 제시한 독도 교육 내용 체계에 따르면 독도의 위치·영역·생활·지형·기후·생태·독도 수호 자료 등 내용 요소만 45가지에 해당한다. 주로 5, 6학년을 대상으로 한 독도 교육과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한 독도 교육주간 행사 및 독도의 날 행사로 구분되어 운영되지만, 이 또한 독도 교육 자료가 체계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학년별 수준을 고려하지 못하거나 중복되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따라서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독도 수업의 주제와 방법은 교사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이에 저.중.고별로 독도 교육 내용 요소를 체계화하는 한편, 학생들 누구나 좋아하는 수업 방법인 스토리텔링 교육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민하게 되었다. ‘옛날 옛날,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에…’로 시작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옛이야기 속에는 풍부한 상상력과 다양한 사고력, 문제해결 능력을 신장시킬 역사 교육의 중요한 방법이 숨겨져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바람대로 ‘사자로 우산국을 정벌한 이야기’, ‘독도에서 사라져간 강치 가족의 슬픈 이야기’, ‘제주도, 울릉도, 독도의 나이 자랑 이야기’, ‘독도는 새똥이 살린다. 독도의 자연 이야기’, ‘일본의 독도빵 이야기’ 등은 학생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졌던 독도를 보다 친근하고 재미있게 느끼게 하고 독도에 대한 궁금증과 인식을 키워나가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13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뉴욕, 시애틀, 라스베가스, L.A., 일본, 뉴질랜드의 한글학교 선생님들과 한국으로 초청된 59개국 한글학교 선생님들, 그리고 CIS 지역 고려인들을 대상으로 스토리텔링 독도 교육 연수를 진행하면서 그들과 교육적 고민을 나누고, 교육 방법을 공유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지난 2017년 청소년 역사 캠프에서 만났던 뉴질랜드 중·고등학생 40여 명과의 스토리텔링 독도 수업은 잊을 수 없는 경험으로 남아 있다. 이야기는 보이지 않지만 그로 인해 전해지는 가슴 속 울림은 분명 생각과 마음을 통해 사람을 변화시키고 움직이는 원동력을 가지고 있다.
독도 꿈나무들의 명견만리(明見萬里)를 꿈꾸다
앞서 말한 스토리텔링 독도 수업의 이면에 떠오르는 문제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학생들이 감정을 먼저 배운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독도를 인식하지만 그 안에서 학생들은 감정을 먼저 내세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마음속 울림이 지나쳐 일본에 대한 부정적 감정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나 독도에 대한 접근은 어떤 한 나라의 감정적 공유와 주장만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상대국이 현재 어떠한 주장을 펼치고 근거를 내세우고 있는지 냉철하게 바라보아야 할 혜안도 필요하다. 급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밝은 눈(明見)으로 만리(萬里) 앞을 내다보며 미래를 만들어 가는데 필요한 지혜와 통찰을 갖추게 하는 것, 일본의 왜곡된 주장에 논리적으로 행동하는 힘을 키우게 하는 것이 독도 교육 현장에서 발로 뛰는 우리 교사들의 몫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독도 교육의 방향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