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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본인들에게 독도 영토주권을 알리는 민간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 성재호(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일본인들에게 독도 영토주권을 알리는 민간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125, 일본 도쿄 도심에 위치한 히비야공원에 영토·주권 전시관이 개관했다. 이 곳은 자국 영토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높인다는 명목하에 일본 정부가 독도의 영토주권을 주장하는 자료들을 전시한 곳이다. 날로 노골화되는 일본의 움직임 속에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면 좋을지, 오랜 시간 국제법을 연구해 온 성재호 성균관대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대담 : 도시환 독도연구소 연구위원

 

 

성재호(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94년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박사학위(SJD)과정을 수학하였다. 대한국제법학회장, 한국국제경제법학회장, 동북아역사재단 . 외교부 . 통일부 및 대한적십자사 인도법자문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고, 최근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회장에 재선임되었다. 현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맡고 있다. 저서로 국제통상법 개론, 국제기구와 국제법, 국제경제법등이 있다.

 

 

Q1. 먼저 최근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회장에 재선임되셨는데, 축하드립니다. 지난 2년간의 활동에 대한 소회와 향후 계획을 말씀해주십시오.

 

성재호 국제법은 국제사회의 규범적 근간으로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힘의 논리가 아닌 논리적 합법성을 다루는 중요한 학문임에도, 국내 법학 교육 현장은 변호사 시험과목 중심으로 기형화되어 있어 이를 조금이라도 바로잡고자 노력해왔습니다. 더불어 해외 저명 학자를 초청하여 국내 학자와 토론하고 교류하는 장을 확대하고, 영문 저술과 자료들로 편성된 한국국제법연감을 발행하여 우리나라와 관련된 국제법 이슈를 해외 학자들에게 알리는 작업을 계속해 온 점을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여전히 국제법학의 앞날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새로운 인재 육성 기회가 좁은 현실이 안타깝지만, 꾸준히 기왕의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Q2. 국제법 전문가로서 우리는 총칼 아닌 국제법에 국가의 명()이 달린 시대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오셨는데, 아직 국내에서는 국제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원인이 무엇일까요?

 

성재호 외국인에게 우리나라 사람의 특성을 물어보면 빨리 빨리를 이야기하는데, 이는 어떤 일처리나 주문한 음식에 대한 요구만이 아니라, 국가적 명운과 관련된 구조적인 일에도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내국인간 채권채무관계로 분쟁이 발생하여 판단이 내려질 경우, 그 결과는 어떠한 경우에도 국내에 경제적 가치가 남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타국과의 관계에서 어떤 이슈가 발생하여 우리가 갚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의 재산 일부가 타국으로 이전되어 종국적으로는 국민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문제는 당장 자신의 일이 아닌 것으로 이해되는 것 같습니다. 근자에 미국에서 한국산 세탁기 등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것도 1차적으로는 기업의 수출 감소와 피해로 연결되지만, 결국 그 피해는 온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는 것이고 이를 다루는 것이 국제법입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단기적 쟁점에 매몰되지 말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Q3. 미국이나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국제법 교육이 소홀하다는 지적도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할까요?

 

성재호 미국도 국제법은 변호사 시험에서 거의 역할이 없지만 대부분의 로스쿨에서 다양한 국제법 관련 강좌를 개설하고 있습니다. 국내 로스쿨들이 가장 기본적인 국제법 강좌만 열고 있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지요. 또 학생들은 변호사 시험과 직접 관련이 없음에도, 국제법 강좌를 통해 국제적 시각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려고 합니다. 최근 미국에서도 국제법 강좌가 필수 교과가 아닌 까닭에 수강생이 줄어드는 현상이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자 하버드 로스쿨은 국제법을 필수 과목으로 채택하여 학생들의 수강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고, 보다 직접적인 해법은 국제법을 변호사 시험의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한국처럼 국제적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국제법을 전혀 모르고 법조인이 된다면, 국가적 이익의 손실에는 무관심한 채 민간 차원의 당면 과제만 해결하는 변호사만 양산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대한 관심과 해법을 찾으려는 정부와 사회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일본인들에게 독도 영토주권을 알리는 민간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Q4. 오랜 시간 독도의 영토주권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학회 차원에서 독도의 영토주권 수호 활동을 해오셨는데, 대한국제법학회와 세계국제법협회 한국 본부의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성재호 독도는 모든 국민이 당연히 우리의 고유 영토라고 인식만 하고 있을 뿐, 왜 이것이 문제가 되는지는 구체적으로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에서 상당한 공을 들여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리려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의 역할은 공간적·시간적·기능적 한계를 갖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제법학계가 팔을 걷어붙이고 독도가 우리의 영토라는 점을 법적·역사적으로 알리는 작업에 나선 것이지요. 먼저 국제법학회 회원이 주로 대학에 봉직하고 있음에 착안하여 2013년 독도홍보센터를 설립, 대학생들에게 독도 주권에 대한 구체적 설명과 논거를 알리고 이해를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나아가 국내 체류 외국인에게도 독도에 대한 한국 주권의 타당성을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세계국제법협회 한국본부가 간행하는 한국국제법연감에 독도 관련 논문을 게재하고 해외 학자나 정부기관 및 국제기구 종사자들에게 적극 배포하여 우리의 논리가 정당함을 알리고 있습니다.

 

Q5. 얼마 전 일본 정부가 영토·주권전시관을 개관하였습니다. 국제법을 연구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계신지, 또 우리 정부와 학계의 대응은 어떠해야 할지 의견을 말씀해주십시오.

 

성재호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정말 복잡하고 미묘한 요소를 많이 안고 있습니다. 그 결과 역사적·사회적·문화적으로 긴 시간 상호 연결된 한·일간의 관계가 독도에 얽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독도의 영유권은 당연히 우리 대한민국에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이 역사교과서나 외교백서 등에 일본 땅으로 기재하는 것은 사실상으로나 법률상으로 타당하지 않습니다. 이웃이 어려울 때 슬쩍 들어와서 주인이라고 우기는 형국이지요. 일본의 주장이 역사적 사실관계나 국제법적 근거에서 검토해보면 정당성이 없다는 것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압니다. 그럼에도 일본은 독도에 대한 도발적 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는데, 히비야 공원 전시관에는 일본측의 지엽적 주장만을 게시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는 충분히 법적으로 대처 가능한 것인데, 문제는 일본인들에게 독도가 일본령이라는 인식을 지속적으로 확산시킴으로써 한·일 양국간 감정의 골을 깊게 하고, 왜곡된 역사인식을 통해 일본인들이 이해를 달리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민간인을 상대로 한 일본 정부의 왜곡된 주장이 멈출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고, 일본인들이 정확한 사실을 인식할 수 있도록 민간 차원의 활동이 더해져야 한다고 봅니다.

 

Q6. ·일간 역사현안과 관련하여 1910병합조약의 무효에 대한 법리를 조약법에 입각하여 제시하셨는데, 강제에 의한 조약의 효력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성재호 실정법적 증거로서의 관행 제시가 미흡할 뿐 아니라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이 박탈된 상태에서 대한제국이 국가 간 외교 행위인 조약 체결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이고 논리적인 모순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째, 조약 체결의 성립 요건으로 당사자 간 자유의지에 따른 동의를 언급하면서도 강제에 의한 조약이 유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입니다. 조약 체결의 자유가 강제된 상황은 국가의 합의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강박에 의한 조약은 유효라고 할 수 없습니다. 둘째, 국가에 대한 강제이지만 해당 조약을 무효로 하지 않는다는 범주로 전쟁 종료에 따른 사후처리 형식인 평화조약과 달리, 을사늑약에 대한 강제는 종전을 위한 평화조약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셋째, 20세기 초반 법실증주의적 사고하에서 실정법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절대주의가 풍미되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서 강대국의 일방적 주장을 법적 영역으로 끌어들인 당시 학자들의 오류에 지나지 않습니다.


Q7. 세계국제법협회 한국본부는 한일강제병합 100년에서 한일협정 50년까지 재단과 공동학술회의 개최를 통해 일본이 주장해온 식민지배합법론한일협정완결론을 국제법 법리로 재조명함으로써 2011년 헌법재판소의 부작위위헌결정과 2012년 대법원의 일제식민지책임판결을 견인하였습니다. 일제 식민지배 피해자의 구제를 위한 교수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성재호 일제 식민지배 피해자에 대한 구제 문제는 한·일간의 역사적 착종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이슈입니다. 따라서 이 문제를 법적으로 명백히 매듭짓는 것은 한·일간의 미래 선린관계를 위해 중요한 과제입니다. 한국인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200923일 부산고등법원과 716일 서울고등법원은 일본 최고재판소의 식민지배합법론과 동일한 맥락의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는 세계국제법협회 한국본부가 재단과 함께 국제법적으로 심도 있게 고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재단이 중심이 되어 한일강제병합 100년의 역사적 과제를 국제법적으로 재조명한 결과는 2012년 대법원의 심리과정에서 검토되었을 것으로 봅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일본의 국가 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 행위나 식민지 지배와 직결된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판결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90대 고령에 이른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구제는 대법원의 판결에 나타난 법의 정신에 입각하여 이루어져야 합니다. 일본 정부는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중대한 인권 침해에 대해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통한 명예회복 조치를 시행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일본 정부가 보편적 정의를 따른다는 겸허한 자세를 취할 때, ·일간 진정한 우호관계와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이바지하는 실질적 고리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8. 향후 독도 문제를 중심으로 한·일간 역사 갈등을 해결해 감에 있어 동북아역사재단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성재호 재단의 설립 목적은 동북아와 전 세계를 불행하게 만들었던 잘못된 역사관과 그로 인해 야기된 문제점을 직시하여 올바른 역사,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에 있습니다. 과거 동북아에서 일어난 잘못된 침략 전쟁과 그로 인한 피해 및 결과를 원인부터 냉철하게 밝히고 다시는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21세기를 아시아의 시대라 일컫는 만큼 아시아의 중추인 동북아의 안정은 국제사회 평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러한 역할을 맡은 재단의 의미는 크고 깊은 것입니다. 따라서 과거에 대한 정확한 확인과정을 통해 감성적 요소로 치달을 수 있는 한·, ·중 간의 미래를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이끌어가는 연구와 활동을 기대합니다. 그러기 위해 아픈 과거나 감추고 싶은 일들도 원인을 밝히고 명료한 평가를 통해 건설적인 동북아 관계를 제시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과제도 개발하고, 기존 연구진에 의존하지 말고 새로운 연구자들을 유입시키는 커다란 통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Q9. 세계국제법협회 한국본부에서 발간하는 국제법 영문학술지 Korean Yearbook of International Law(한국국제법연감) 4권이 출간되었는데 발간 취지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성재호 세계국제법협회(ILA)1873년 설립된 국제법연구자와 실무가들의 국제적 조직입니다. ILA법을 통한 평화와 정의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데, 현재 62개국이 참여하고 있고, 전 세계 국제법학자 4,300여 명이 촘촘하게 네트워크로 이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56년 한국 ILA가 설립되어 국제적 학문 교류와 문제 해결의 현장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국제법 연구자라면 누구나 영국에서 간행되는 British Yearbook of International Law를 알고 있고, 자신의 연구논문에 인용하여 왔습니다. 영국 뿐 아니라 ILA에 참여하는 62개국 대부분이 자국 국제법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연감을 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초반부터 한국국제법연감을 간행하기 위한 시도를 해왔는데, 연구물을 영문으로 게재하는 것에 대한 여러 가지 제약과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그러다가 2013년 제1권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고 학회장의 노력과 편집위원들의 솔선수범, 국제법학자들의 헌신적 투고가 연감의 간행으로 이어진 것이지요. 이는 우리의 국제법 저술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작업임과 동시에, 한국 관련 국제법 이슈의 정확한 이해를 국제적으로 확산시키려는 것인 만큼 정부와 관련 연구기관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주길 기대합니다.

 

Q10. 끝으로 국제법 연구에 뜻을 둔 학생들이 꼭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이고, 현재 국제법을 연구하는 후배 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성재호 어느 분야든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하니, 국제법 전문가가 되기 위해 그만큼의 노력은 기본으로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 외국 문헌에 대한 충실한 이해가 있어야만 국제적 사안을 다루고 토론할 수 있기에, 외국어 공부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국제법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다루는 학문일 뿐 아니라 우리 영토와 주권 이익을 지키는 첨병 역할을 맡은 학문이기에, 관심에서 출발하였다 해도 저절로 책임감을 갖게 되는 분야입니다. 그만큼 가치와 보람이 크다는 말이겠지요. 법학전문대학원이 변호사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사적 소송이나 정부 관련 소송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영토와 안전을 지키고 국민의 이익을 보호하는, 보다 큰 사안을 다루는 분야가 국제법임을 꼭 느껴보기 바랍니다. 그만큼 큰 성취와 자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