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동아시아사 교원 연수가 지난 8월 1~4일까지 일본 긴키 지역인 오사카(大阪), 교토(京都), 나라(奈良)에서 진행되었다. 역사 담당 교원 18명과 재단 관계자 등 23명이 참여한 이번 연수는 그동안의 해외 연수의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ㆍ보완하여 잘 짜인 일정으로 진행되었다는 게 참석자 전원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특히 재단에서 사전답사를 통해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한 연수 자료집과 사전 강의 내용을 현장에 접근한 방법은 연수생들에게 많은 갈채를 받았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영향과 일본 고대사 탐방
답사단 인솔자이자 고고학 전공자인 이준호 실장과 한·일 근대외교사 전공자 김종학 연구위원의 답사지 설명, 이와 관련된 수준 높은 강의는 연수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흔히 해외 연수는 관광체험 위주로 운영되기 십상이지만, 이번 연수는 주최 측의 치밀한 계획에 따라 진행되어 하루 15km 이상을 이동하는 강행군이었음에도 불평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앞으로의 교원 연수 방향을 제시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 시간이었다.
연수 첫날에는 다카마츠즈카(高松塚) 고분 및 전시관, 아스카데라(飛鳥寺), 동대사(東大寺)를 답사하였다. 다카마츠즈카 고분은 나라 현의 국립아스카역사공원 내에 있는 것으로, 고구려 멸망 후 30년쯤 지난 694~710년 사이에 조영된 종말기 고분이다. 이 고분의 중요한 특징인 사면에 그려진 사신도는 진파리 고분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여, 고구려 고분벽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나라 현 나라시에 위치한 동대사는 화엄종의 대본산으로, ‘나라에 가서 동대사를 보지 않았다면 갔다 왔다는 말을 꺼내지 말라’고 할 정도로 나라 지역을 대표하는 사찰이다. 약 12,000마리가 서식한다고 알려진 동대사의 사슴들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둘째 날은 료안지(龍安寺), 긴카쿠지(金閣寺), 고류지(広隆寺), 니조성(二条城), 야사카(八坂) 신사 등으로 현장 탐방이 이어졌다. 답사지를 통해 일본 역사의 전개를 살펴보면서 일본의 고대와 중세시대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에도 막부의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니조성, 고구려계 도래인인 야사키가 세운 신사로 알려진 야사키 신사 등을 탐방하는 여정은 일본 역사를 점검하는 계기가 되었다.
귀무덤과 장보고 기념비로 돌아본 우리 역사
셋째 날은 산주산겐도(三十三間堂), 귀무덤, 엔략쿠지(延暦寺), 오사카성, 오사카 역사박물관을 탐방하였다. 교토에서의 마지막 일정인 귀무덤을 보며 한국의 아픈 역사를 절감하였다. 귀무덤은 임진왜란 때 왜군이 전공(戰功)을 목표로 목 대신 베어갔던 조선 사람들의 코를 묻은 무덤이다. 원래는 ‘코무덤’이라 불렸으나 에도시대 초기 유학자 하야시 라잔이 이름이 너무 야만스럽다며 ‘귀무덤’으로 바꾸자고 주장하여 현재 귀무덤으로 불리고 있다. 이곳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임진왜란의 원흉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받드는 도요쿠니(豊国) 신사가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도 유념해볼 필요가 있다.
한편 일본 교토의 명사찰인 엔략쿠지(延暦寺)에는 해상왕 장보고의 기념비가 있었다. 이 기념비는 교토에 거주 중인 장보고 32대 손의 주도로 건립되었는데, 청해진 대사였던 장보고를 정점으로 한 9 ̄10세기 신라 무역 선단의 활동은 현재 일본 학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불교 성지에 우리나라 역사적 인물의 기념비를 세워 업적을 기리고 있다는 사실에 동북아 역사 연수단의 일원으로 뿌듯함이 느껴졌다.
시바료타로 기념관과 닌토쿠 천황 고분 체험
넷째 날은 시바료타로(司馬遼太郎) 기념관, 사카이(境)시립박물관, 닌토쿠(仁德) 천황 고분 등을 돌아보았다. 일본의 유명 작가인 시바료타로 기념관에서는 기념관 운영의 롤모델을 엿볼 수 있었다. 《료마가 간다》, 《유채꽃 앞바다》, 《쿠카이의 풍경》, 《언덕 위의 구름》 등 역사를 소재로 한 그의 많은 작품들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그의 기념관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마지막 일정이었던 닌토쿠 천황 고분 체험은 사카이 시청 21층 전망대에서 이루어졌다. 사카이 시청의 엘리베이터에는 ‘시청 직원들은 시민들에게 엘리베이터 사용을 양보해주십시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시민을 주인으로 여기는 공무원들의 마음가짐이 느껴지는 단면이었다.
이번 연수를 통해 교원들의 해외 연수가 지탄의 대상에서 벗어나 모범적인 행사가 되기 위해 주관부서와 연수생들의 의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을 하며 3박 4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