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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국(大局)의 관점에서 한·중관계를 조망해야
  • 차재복 (한중관계연구소 연구위원)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에 가려 크게 조명 받지 못했지만 지난 825일은 한중 수교 2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사드 배치 문제로 양국 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향후 한중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좋을지, 국내 대표적 중국 연구기관의 하나인 성균중국연구소 이희옥 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대담 : 차재복 (한중관계연구소 연구위원)

 

 

대국(大局)의 관점에서 한·중관계를 조망해야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성균중국연구소장

중국 베이징대 아태연구센터 연구원과 지린성 사회과학원 객좌교수, 워싱턴대 방문교수, 일본 나고야대 특임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수도사범대, 퉁지대, 천진외국외대 등의 겸직교수이자 길림대, 푸단대 한국연구센터의 객좌교수 및 학술고문을 맡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의 정치 변동과 중국의 한반도 정책, 중관계이며 저서로 중국의 새로운 사회주의 탐색, 중국의 새로운 민주주의 탐색, 중국의 국가대전략연구등과 100여 편의 학술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Q1 최근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바쁜 시간을 보내셨으리라 생각됩니다만, 간단한 근황과 현재 관심을 기울이고 계신 연구 주제에 대해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희옥 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지난해부터 준비한 기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기념 학술회의, 전문가 워크숍, 수교 25주년간 조선족 사회 변동 조사, 한국학과 한반도전문가 인적 데이터베이스 구축, 또 얼마 전 한중 언론에 소개되어 화제가 된 1992년생 한중 청년들의 수교둥이 행사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의 중국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집필한 중 수교 25주년사를 출판한 일인데, 이것은 5년 전 동북아역사재단과 함께 중 수교 20년사를 펴낸 것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복합중국 차이나 리스크를 연구하면서 중국 연구의 새로운 학제 간 연구 방향을 찾는 한편, 중국의 한반도 정책과 관련한 새로운 연구 방법과 분석 시각을 고민해 보고 있습니다.

 

대국(大局)의 관점에서 한·중관계를 조망해야


Q2 중국에 대한 연구가 쉽지 않았던 80년대부터 오랜 시간 중국 정치를 연구해 오셨는데, 특별히 중국에 흥미를 느끼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또 연구를 해오는 동안 느꼈던 보람 혹은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희옥 1980년대는 권위주의 체제 아래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대학 때 접한 8억인과의 대화, 전환시대의 논리등 중국 관련 서적과 막 배우기 시작한 일본어와 영어로 된 중국 관련 문헌을 읽으며 많은 흥미를 느꼈는데, 당시는 여전히 냉전의 질서가 작동했지만 언젠가 죽의 장막이 해체되고 새로운 중국이 열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최초의 중국특파원이 되어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러나 중국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던 시기라 대만 등을 통해 중국의 실상을 선택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었고 심지어 중국중공으로 표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학문적 갈증은 주로 홍콩을 통해 해결했는데 홍콩대학과 홍콩중문대학에서 하루 종일 자료를 찾고 읽으며 어려운 과정에서도 중국의 변화를 익히고자 했던 기억이 납니다. 보람이라면 1989년 수교 이전 중국을 방문했는데 그때 만난 사람들과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 그리고 많은 중국인 제자를 양성한 것을 들 수 있겠지요.

 

Q3 성균중국연구소는 지난 2012년 새롭게 출범한 기관으로 아는데, 기존 동아시아지역연구소에서 확대개편된 계기와 그간의 활동 성과가 궁금합니다.

    

이희옥 한국의 중국 연구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고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지만, 지속가능한 연구의 축적에는 실패해 왔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개인의 의지만으로 이 문제를 돌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무엇보다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고 학문적 성과를 외화시키는 한편 정책과 학문을 결합하는 연구가 필요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학 당국과 함께 기존의 동아시아지역연구소를 중국에 선택과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개편 작업을 통해 전문 인력을 충원하고 조직을 정비한 뒤 예산을 확보하면서 새로운 연구 기반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른 것입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중국 관련 데이터베이스 축적, 정책 네트워크 구축, 정책과 학문의 결합, 한국형 중국 연구 어젠다 생산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동아시아지역연구소 소장에서 출발해 지금까지 거의 10년을 맡아 운영하면서 초기 성균중국연구소의 정착에 기여했습니다. 연구소의 목표는 국내 여러 대학연구소의 하나가 아니라 한국의 중국 연구의 망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Q4 10년이라는 간격을 두고 중국의 새로운 사회주의 탐색(2004)중국의 새로운 민주주의 탐색(2014)이라는 두 권의 책을 집필하셨습니다. 지금 중국은 둘 중 어느 체제에 더 가까운 길을 걷고 있다고 봐야할까요?

 

이희옥 그동안 중국의 국가대전략 연구를 비롯해 많은 책을 편집하고 번역했습니다만, 중국을 내재적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데 있어 체제이념의 담론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2004년 출판한 중국의 새로운 사회주의 탐색이 개혁개방 이후 중국 사회주의의 수정주의적 변화에 착목하고 정통 사회주의 이념과 중국적 적용 사이의 지속과 변화를 밝혔다면, 10년 후 출판한 중국의 새로운 민주주의 탐색21세기 이후 중국이 새로운 시대 조류에 적응하면서 개척하고 있는 체제이념을 추적한 것이죠. 이 과정에서 일종의 수렴과 배제를 겪으며 사회주의의 내포와 외연 사이의 길항관계를 살펴봐왔던 것입니다. 향후 시진핑 체제가 등장하고 난 이후의 과정도 보완해 중국 사회주의 이념의 궤적같은 것을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Q5 최근 발간한 중 수교 25주년사에서 현재의 한중 갈등을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이야기하셨는데, 이는 어떤 의미인가요? 덧붙여 지난해 여름 한반도 사드배치 결정 이후 한중관계가 사드이전과 이후로 구분되는데, 앞으로 문제 해결을 긍정적으로 보고 계신건지요?

 

이희옥 저는 사드 배치로 인한 한중관계의 변화는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한중관계가 새로운 위상 정립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았습니다. 중국의 힘이 커지면서 한반도 정책도 자연스럽게 지역과 국제관계 차원에서 접근하기 시작했고, 중국의 핵심 이익 범위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측면이 있다고 본 것이죠. 이런 점에서 사드 배치 이후 한중관계는 배치 이전의 한중관계로 되돌아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어려움도 사드의 영향에 직격탄을 맞은 측면이 있지만, 그 이전부터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측면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고요. 이런 점에서 한중관계의 모든 문제를 이른바 사드 환원주의로 보는 것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사드 배치 문제도 결국은 양국의 국가 이익과 전략 그리고 인식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극복보다는 섬세하게 관리해가는 모드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Q6 중 수교 25주년과 관련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는 대중관계 전반을 리셋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셨는데, 많은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다만 근래 한중관계가 급속히 냉각된 원인은 미일 동맹의 중국 견제와 미중 패권 경쟁 그리고 북핵 문제 등 외부 요인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외부 장애물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중관계를 리셋해야 할까요?

 

이희옥 과거 한중관계는 주로 경제 통상, 역사 문제 등 연성(軟性) 안보이슈였습니다. 물론 이를 해결하는 데에도 많은 기회비용이 발생했지만, 대체로 양자문제이고 시간이 지나면 수면 아래로 잠복하기도 하는 사안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북핵, 동맹, 사드 등은 일종의 경성(硬性) 안보이슈입니다. 즉 많은 행위자들의 이해가 걸린 외생변수의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문제 해결이 까다롭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며 고려 요소가 많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중관계는 헨리 키신저(Henry Alfred Kissinger)가 지적한 대로 왕을 잡는 체스게임이 아니라, 한 집을 더 내도 이기는 바둑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포석이 중요하고 전략적 비전과 유연한 전술의 운용, 필요한 경우 과감하게 돌을 버리는 사석(捨石) 등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외교 문화의 혁신과 외교 거버넌스 시스템도 함께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7 강성해진 중국이 이제 주도적으로 세계와 소통하고 싶어 합니다. 2013년 가을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일대일로(一帶一路, 해상 실크로드)’는 겨우 4년의 짧은 시간에 아프리카, 유럽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아시아에서 일대일로연선의 주요 국가인 인도, 베트남, 필리핀 등과는 옛 실크로드 복원과 함께 역사영토 갈등과 분쟁을 치르고 있고, 같은 맥락에서 중국 동북지역에서는 동북진흥프로젝트가 나날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세계화 전략 일환인 일대일로가 한반도에 주는 시사점이 궁금합니다.


이희옥 일대일로는 시진핑 정부의 국가 브랜드이자 중국판 지역전략 구상을 담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태평양을 두고 미국과의 중첩을 피하려는 의도로 동쪽으로 나아가는 전략을 회피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지역전략은 동쪽으로 열린 기회의 창을 활용하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와 접경을 이루는 동북지역에서 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동북지역은 신동북현상으로 불릴 정도로 중국 경제성장률 평균을 밑도는 깊은 저성장에 빠져 있고 구조조정도 더딘 상황입니다. 이런 점에서 남북한의 접경에서 중국의 일대일로를 결합하는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북한 문제의 해결도 산업이 있고 접경의 경제가 살아날 때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새 정부의 신한반도경제지도를 일대일로와 결합하는 방식을 깊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국(大局)의 관점에서 한·중관계를 조망해야Q8 동북아 정세는 날로 복잡해지는데 국내에서는 인문학의 위기와 더불어 사학, 정치학을 연구하려는 학자들이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특별히 중국을 연구하고자 하는 후학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희옥 중국은 비교정치의 대상입니다. 중국 연구는 학문적 엄밀성을 추구하는 한편 우리 문제를 연구하는 데 비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중국 연구의 집단지성이 매우 중요한데, 즉 우리에게 필요한 중국 연구의 영역개발, 방법론, 학제 간 연구 등에 대한 학문적 대화가 필요합니다. 중국을 연구하고자 하는 후학들은 우선 중국 자체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중국 정치의 호흡이 길기 때문에 그 사회의 결과 떨림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전공 분야를 막론하고 역사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선 중국어에 기초한 현지 조사를 다녀볼 것을 권합니다. 그리고 정세를 쫓기보다 탄탄한 방법론과 참신한 접근법의 탐색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이기를 바랍니다. 다만 이러한 후속세대 연구를 수용할 수 있는 연구 인프라가 취약한 것이 먼저 연구를 시작한 저희로서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Q9 재단이 지난해 설립 10주년을 맞았는데, 그간 재단의 활동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한중관계의 발전을 위한 재단의 역할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이희옥 시간이 다소 지났지만, 우선 재단 설립 1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어려운 여건에서 이만한 성과를 낸 것은 재단 공동체의 땀의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오랫동안 재단 자문위원을 하면서 그 발전 과정을 지켜보았기에 느낌이 남다릅니다. 거친 소회를 말씀드리면 재단은 훌륭한 연구자들이 모인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연구 시너지가 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 점은 아마 재단 활동이 지나치게 정치화되면서 학문과 정책 사이의 긴장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던 원인도 있을 것입니다. 10주년을 맞아 정치권력의 변화에 역사 문제가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연구 환경의 일신, 조직 문화의 혁신 그리고 재단 거버넌스의 방향에 대한 소통과 토론이 필요한 지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중관계 발전만 놓고 말씀드리면 재단은 한중 간 역사 문제라는 껄끄러운 문제를 항상 안고 있었지만 나름대로 중국과의 네트워크 구축과 한중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재단이 좀 더 넓은 차원에서 그리고 대국(大局)의 관점에서 한중관계를 조망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