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동북아역사재단이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동북아역사재단 뉴스〉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재단의 활동성과를 점검하고, 재단의 발전을 위한 고언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이번 호에는 독도학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에게 독도와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의 정치 및 외교 관계를 전망하고, 향후 재단의 발전 방향에 관한 조언을 듣는다.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
서울대 사회학과와 동 대학원 경제학 석사·사회학 박사과정을 졸업하였다.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미국 하버드대 객원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울산대 석좌교수, 독도학회장으로 있다. 또한 1996년 국민훈장 모란장, 1998년 제43회 대한민국학술원상 인문사회과학부문 수상하였다. 주요 저서로 《독립협회 연구》, 《한국 근대 민족 운동사 연구》, 《한국 현대사와 민족 문제》, 《한국 민족의 형성과 민족 사회학》,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주장 비판》, 《독도 영유의 진실 이해》 등이 있다.
Q. 교수님, 먼저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근황이 궁금합니다. 최근 관심사나 하고 계신 일은 무엇인가요?
신용하 요즘은 서울대학교에서 명예교수실을 연구실로 쓰게 해주어서, 강의가 없는 날은 대부분 서울대에 나와 연구하고, 1주일에 한 번씩 울산대에 가서 강의를 합니다. 또 매달 1~2회 정도는 학술원에 나가서 회의와 세미나를 하는, 단순하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러한 생활이 건강 유지에도 도움이 되고, 아직 글을 써야 하니까요. 최근에는 ‘한국 민족의 기원과 형성 연구’라는 주제로 집필을 하고 있습니다.
Q. 원래 사회학을 전공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한국 근대사와 독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신용하 내가 원래 사회학에서 민족 분야를 연구했는데, 민족을 연구하다 보니 19세기 민족 문제 즉, 일제 침략과 그것을 막아내려는 우리나라 민족 운동을 다루게 되었고, 19세기 말~20세기 초 일본이 독도를 침탈하려고 하니까 이것도 민족 문제의 일부로 연구하게 된 것이죠. 그러니까 나는 민족 문제를 연구한 것인데 역사 쪽에서는 이것을 한국 근대사 연구로 보는 것이고, 또 나는 우리 민족의 기원과 형성 과정을 연구한 것인데 역사 쪽에서는 이것을 고대사 연구로 생각하는 거죠. 왜냐하면 사회현상이라는 것은 학문처럼 분화되어 있지 않고 하나로 종합되어 있다 보니, 어느 한 사람이 민족 문제처럼 전체적인 것을 다루다 보면 역사 쪽에서는 역사학으로 생각하고, 정치학에서는 정치사로 생각을 하는 겁니다. 그러나 나는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민족을 다룹니다. 민족의 기원과 형성, 현대적 발전 등등… 독도도 사람들이 국제법 전공이 아닌데 왜 독도를 연구하느냐고 묻는데, 나는 그걸 민족 영토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지키려고 연구하는 것입니다.
Q. 한국 근현대사와 독도 문제가 어찌 되었든 예민한 사안인데, 이러한 것들을 연구해오는 동안 힘든 부분은 없으셨나요?
신용하 나는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많은 자료를 통해 증명했고, 또 그게 진실이기 때문에 독도를 지키는 데 있어 매우 단호한 입장인데, 이것 때문에 일본 여행을 못하고 있어요. 입국은 되는데, 공항에 내리면서부터 경찰 두 명이 따라붙어서 같이 다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불편을 겪어야 하죠. 그래도 젊었을 때는 그나마 스스로를 방어할 정도의 체력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나마도 안 되는 데다 일본 야쿠자들의 위협도 종종 느껴지는 상황이라 아예 일본에는 안 가고 있습니다. 공자님 말씀에도 “군자는 위방불입(危邦不入 : 위험한 지역에는 들어가지 말라)”이라 하셨으니, 위험한 나라에는 가지 말아야겠죠.
Q. 독도학회장을 역임하고 계신데, 독도 관련 서적도 많이 저술하셨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독도가 우리 땅인 것은 알지만 그 이론적 근거에 대한 지식은 부족한 편인데, 그간 발간하신 책 중 국민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을 한 권 꼽으신다면요?
신용하 2012년도에 서울대 출판부에서 발간한 《독도 영유의 진실 이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문답별로 쉽게 풀어 쓴 책이기 때문에, 독도가 왜 한국 땅이고 어떤 증거가 있는지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 내에서도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내 책을 갖다놓고 반론을 제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직 성공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어요. 그건 내가 책을 잘 써서가 아니라, 독도가 한국 영토임이 진실이기 때문에 그 증거 자료를 부인할 수가 없는 것이죠. 실제로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증명하는 자료는 한·일 양국에 많이 남아 있는데, 특히 일본에 있는 자료들은 도저히 일본으로서도 부정할 수 없는 것들이라, 증거 자료에 의한 독도 영유권 판별은 아주 명료하게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Q. 독도가 우리 영토임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 일본에서 더 이상 영유권 주장을 못하도록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서 시비를 가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신용하 국제사법재판소에는 갈 필요가 없는 것이, 이미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국제사회와 국제법이 여러 차례 공인해 주었기 때문에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의거해 다시 재판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국제사회가 국제법에 의해 여러 차례 공인해 준 영토를 잘 지키면 되는 것이지, 이걸 일본이 자기 영토로 주장한다고 해서 국제사법재판소에 간다면 우리가 우리 영토에 대한 주권을 절반밖에 인정하지 않는 상태가 성립되는 것이거든요. 일본으로서야 국제사법재판소에 가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성과가 되겠지만, 우리에게는 하나도 이득 될 것 없는 굉장히 어리석은 행동인 거죠.
Q. 처음에는 일본 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일부에 불과한 줄 알았는데, 점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모양새입니다.
신용하 1960년대까지만 해도 독도에 대한 한·일간 영유권 논쟁이 대두될 때,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도 “일본 사람들의 주장에도 무언가 일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학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증거를 찾고 해명하려 노력한 결과, 지금은 대다수 국민들이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진실 증거와 신념을 갖게 되었죠. 일본의 경우는 한동안 일본인들도 자국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교과서에 “일본의 고유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유하고 있다”는 주장을 싣고 교육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일본은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인데, 초·중·고교 3단계를 거쳐 이러한 내용을 주입식으로 교육받게 되면 조만간 모든 일본 국민이 독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로 생각하는 신념을 갖게 되겠죠.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와 동아시아 평화질서를 근본적으로 교란시키는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Q. 그렇다면 독도 문제와 관련한 우리의 대응은 어떻게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시는지요?
신용하 독도의 침탈 시도는 일제가 구한말 대한제국을 침략해 식민지로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1905년 2월 독도 침탈에 이어 1905년 11월 을사늑약 강제 체결과 1910년 국권피탈까지, 이 모든 사건이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연속된 동일 과정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독도 침탈은 일본 구 제국주의의 한반도 강점에 있어 전주곡처럼 상징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연합국에 항복 선언을 하면서 그동안 빼앗은 토지를 모두 원 주인에게 반환하는 과정, 즉 1946년 1월 29일 연합국의 국제법상 조치인 ‘연합국 군정법령 677호’에 의해 독도 역시 한국에 반환된 것입니다. 이후 연합국은 단 한 차례도 그 내용을 수정하지 않은 채 스카핀 677호 지령에 의해 독도를 한국 영토로 규정한 것이고요. 그러한 독도를 오늘날 일본이 다시 자국의 영토로 주장한다는 것은 주권 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겁니다. 독도는 대한민국의 독립, 영토 주권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도 독도 영유권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우리나라의 모든 정치인과 관료들이 명심해야 합니다. 학자들 또한 독도가 왜 한국 영토인지에 대한 증거 자료를 갖고 정밀하게 연구해서 해석하는 논리를 계속 발전시켜야 하고, 교육계도 독도 영유권의 진실에 대한 내용을 잘 정립해서 지금의 일본보다 심층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Q. 한·일 간에는 독도 문제 외에도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놓여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양국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신용하 전망이 쉽지 않습니다만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경우, 일본이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것이 객관적 진실입니다. 당시 일본군대본영 군수참모의 직무 중 하나가 세계 어느 군대에도 없는 특수 군무 ‘종군 위안부 공급’이었습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남존여비가 심한 나라였는데, 그러한 문화에 바탕을 두고 전장에 있는 병사들에게 위안부를 공급하는 제도를 아예 군대 내에 만들어 놓았던 것이죠. 우리나라는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일본군대본영 군수참모의 명령에 의하여 종군 위안부 공급 할당량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러한 할당량이 당시 일본의 모든 식민지와 점령지에 전달된 상황에서 군의 동원이 시작되었고, 우리나라의 경우 여자 정신대를 통해 모집이 이루어졌는데, 명의상 처음에는 공장 근로자로 선발했다가 그중 일부를 차출해 종군 위안부로 보냈습니다. 이때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되었지만,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끌려갔다는 사실은 명백한 것이죠. 1930~40년대 전통윤리사상이 강했던 그 시기에 어떤 한국 여성이 자발적으로 일본군‘위안부’를 하겠다고 나섰을까요? 이는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는 논리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진실을 국내 정치인들은 절대 호도하거나 덮어서는 안 되고,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 문제를 전 세계 여성의 인권 문제로 확대해 당시 일본의 만행을 규탄해야 할 것입니다.
Q. 한일 양국 간의 평화공존 또는 역사화해를 위해 어떤 정책이나 노력이 필요할까요?
신용하 원칙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가장 가까운 나라입니다. 한국은 남동쪽으로는 일본, 서북쪽으로는 중국, 동북쪽으로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죠. 이렇게 이웃해 있는 나라와는 평화롭게 친선과 교류를 활발히 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가 잘 안 이루어질 때는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혀서 치유해야죠. 그렇다면 한·일관계가 잘 안 되는 원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일본이 만든 것 아닙니까? 독도 영유권 문제도 연합국이 국제법에 의해 이미 다 해결해 준 것을 새삼 일본에서 문제 제기하는 상황이고, 일본군‘위안부’ 문제도 일본 정부가 동원의 강제성만 인정하고 사죄하라는데 안 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그러니 이 모든 문제를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일본이 풀어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Q. 재단이 출범한 지 10주년이 되는데, 재단 발전을 위해 조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신용하 동북아역사재단은 우리나라의 매우 중요한 기관입니다. 우리 민족은 5천년 전 동아시아 최초로 고조선이라는 고대 국가를 세우고 문명을 이룩해 오늘날까지 살아왔죠. 이렇게 역사가 긴 나라는 영고성쇠(榮枯盛衰)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2002년부터 동북공정이라는 것을 시작하며 우리나라의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를 중국의 지방 정권으로 왜곡하기 시작했죠. 중국 인구가 곧 15억인데, 이러한 왜곡된 역사 교육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주입된다면 오래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가 중국의 속국이 될 위험마저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동북아역사재단의 가장 큰 임무는 중국의 동북공정 이후 역사왜곡을 극복하면서 우리나라의 고대사, 우리 민족의 기원과 형성을 사실 그대로 밝히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또 일본의 독도 도발과 역사교과서 왜곡,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 다양한 현안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연구기관이 되어야 합니다. 이렇듯 우리나라 역사 교육과 독도 영유권 수호, 국가의 주권과 권익을 지키는 중요 연구사업과 정책 입안을 해나가야 하니, 재단이 건물도 독립 청사로 크게 하나 짓고, 예산도 많이 확보해 자료도 대대적으로 수집하면서, 논문이나 정책 방안 연구도 미리미리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