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1959년에 미국의 50번째 주가 된 하와이에서 미국아시아학회(AAS : Association for Asian Studies)가 열렸다. '하와이' 하면 떠오르는 것은 아름다운 파도가 몰아치는 와이키키 해변의 야자수 그늘 아래서 꿈같은 휴식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꿈을 뒤로 하고 하와이컨벤션센터로 발길을 돌려 우리나라와 재단을 홍보할 도서전시 부스를 꾸몄다.
이번 미국아시아학회는 제70주년을 기념하여 760여 개의 패널이 설치되었고, 4천 여 명의 한국학을 비롯한 동아시아학 연구자들이 모였으며 160여 개의 도서홍보 부스가 전시되었다.
AAS 도서 전시회의 주된 목적은 아시아학의 진흥과 교류에 있지만, 각국 학문에 대한 관심도나 홍보 정도는 아시아 각국의 국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눈에 띄게 많은 출판사와 화려한 홍보에 열을 올린 중국과 이번 지진 등의 이유로 많이 위축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출판사가 참석한 일본이 전시장의 흐름을 주도하였으며, 한국과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작은 규모로 참가하였다.
우리 재단의 부스는 한국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며 아시아학계에 한국학의 존재를 알렸는데, 참석한 동아시아학 관계자 중 한국학 관련학자 및 사서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아시아학 소통의 장
이번 AAS의 여러 활동 중 사서로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북미지역 동아시아 도서관 사서들의 포럼 및 동아시아 도서관들의 서비스를 위한 국내외 협력 증진 목적으로 활동하는 CEAL(Council on East Asian Libraries)에 관한 것이었다. CEAL은 중국, 일본, 한국분과로 이루어져 도서관 서비스에 관한 상호 협력 증진 활동을 하며 매년 AAS에서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CEAL 소속 도서관에 우리 재단의 간행물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아울러 규장각, 한국학연구원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주최하는 해외도서관사서 연수프로그램에 재단의 사업을 홍보하고, 독도 및 동북공정 관련 연수를 포함하는 협정을 관련 기관과 체결한다면 세계인이 우리 역사를 이해하고 관심을 갖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시간을 내어 하와이대학도서관과 하와이주립공공도서관을 방문하였다. 하와이대학 해밀턴도서관 내의 동아시아도서관에는 한국, 중국, 일본 자료가 대부분이었으며 각국의 사서가 근무하고 있었다. 한국 자료는 시간이 지난 오래된 자료가 많은 반면 신간 자료는 적어보였다.
하와이주립공공도서관시스템은 왕실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시내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어 접근성이 좋고, 쾌적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와이에는 한국 교포가 많이 살고 있어 한국 관련 도서도 꽤 많이 소장되어 있어,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AAS의 참석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전시장을 찾은 학자들과 사서들, 그리고 학생들... 이들은 나라와 언어는 달라도 모두 아시아학을 연구하거나 관심을 가진 이들로 서로의 학문 분야에 대한 열띤 토론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며 아시아학 관련 소통의 장을 만들어 나갔다. 그 속에서 한국학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가장 한국적인 것임을 다시 한번 느꼈으며,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세계 속에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때 인류공존의 평화가 실현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