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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한중우호 교류협력의 역사와 한중관계 학술회의 상부상조와 갈등 관리를 위한 제언
  • 차재복 정책기획실 연구위원

지난해 12월 7일 서울에서 재단이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한중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한중 교류협력의 역사와 미래 전망"을 공동주제로 하여 한국의 중국 전문가 10여 명과 중국사회과학원, 북경대학, 복단대학 등 중국의 주요 연구기관과 대학 내 한반도 전문가 10여 명 등 총 26명의 양국 전문가가 참여하였다.

이번 학술회의는 과거(역사문제)와 현재(현실문제) 한쪽에 치우지지 않고, 양국 역사학계와 정치학계가 함께 참여한 학제적 회의 성격을 보였으며, 지난해 3월 천안함 사건과 11월 연평도 사건으로 불편한 한중관계가 지속되는 가운데 시의 적절하게 양국 학계의 학술적 진단을 내놓았다는 점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각 분과별 토론과 회의 막바지 종합토론에서는 참여자 모두 한중관계의 갈등을 관리하고 양국이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제언들을 내놓는 등 열띤 토론이 이어져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다.

불편한 관계 속 시의적절한 한중 학계의 만남

제1분과에서 중산대학 웨이즈강(魏志江) 교수는 "고려도경(高麗圖經)을 통해서 본 송나라 사람의 고려에 대한 인식"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서긍의 고려도경은 기행문의 형식으로 12세기 고려의 정치, 인물, 전장제도, 군사, 지리, 경제생활 및 종교, 사회풍속, 문화를 모두 기술하였다고 소개했다. 발제자는 고려도경을 통해서 송나라는 고려의 제도, 사회, 경제, 문화적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면서 고려 문화는 동방문화의 유산으로 더욱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요녕대학 취안허슈(權赫秀) 교수는 "명청시대 대조선사행 관련기록의 조사연구"를 발제하여, 당시 한중관계의 양자적 측면에서 대조선사행의 관련기록은 조선시대 연행록과 내용을 서로 대조해볼 수 있는 가치를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처럼 한·중간에 상호관계 및 상호인식 자료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기록해 둔 사례는 동아시아는 물론 아마 세계사에 있어서도 유일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강조하였다.

북경대학 거전자(葛振家) 교수는 최부(崔溥)의 《금남표해록》(錦南漂海錄)을 소개하였다. 《금남표해록》은 522년 최부가 편찬한 중국 견문록이다. 한 배에 탄 42명이 폭풍을 만나 제주도에서 중국 절강성으로 표류한 뒤 육로와 해로를 통해 조선으로 돌아오는 이야기가 중심이며, 중국 명나라 홍치(弘治) 원년(1488)의 해안 관문과 요새, 정치제도와 법률, 운하와 도시, 지형과 민속, 언어와 문화, 양국 관계에 관한 내용 등 중국 문헌자료에 기록되지 않았거나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담고 있다. 발제자는 최부가 살았던 시대는 이미 과거의 저편으로 흘러갔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양국의 지리적 인접성과 역사문화의 상관성임을 언급하고 상호간 교류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제2분과에서는 근현대시기 한중교류협력의 대표 사례를 소개하였는데 그 중, 일제강점기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중국정부와의 협력관계를 주제로 발표한 서울대학교 윤대원 교수는 "중국정부가 임시정부는 물론 관내 독립운동 진영에 준 경제·군사·외교 지원을 결코 무시하거나 가볍게 평가해서는 안 되지만, 중국 측의 지원이 마냥 선의라고 과대평가 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중국 측 학자들이 반론을 펴는 장면도 연출되었다.

'상호간 다채널 소통'의 중요성

한중관계 현실과 미래전망을 다룬 제3분과에서는 현실 문제를 다루는 분과인 만큼, '한미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북한의 연평도 도발 후 중국의 대북 정책', '북중 우호관계와 한중 우호관계의 공존' 등을 키워드로 하여 양측 간 뜨거운 논쟁이 이어졌다.
스위안화(石源華) 교수는 "최근 있었던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하여 미국은 북한을 위협할 뿐 아니라 중국의 전략적 마지노선을 탐색하는 '일거양득'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분석하고,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이 미국과 함께 중국을 봉쇄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면서 "여러 차례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훈련과 위협, 제재를 통해 북한을 다룰 수 있다고 보는 미국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희옥 교수는 "중국이 인식하는 한·미 동맹과 한국인들이 인식하는 한·미 동맹은 성격이 다르다"면서 "중국은 과거 한국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지지했기 때문에 한·미 동맹을 인정했지만 미·중 갈등과 남북관계가 교착되자 한·미 동맹을 문제 삼기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남 교수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지지한다는 중국의 수사가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중국이 보여준 태도에서 한국인들에게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지적하자, 쑹청여우 교수는 "그렇다면 미국처럼 몽둥이를 들고 나와 때리겠다는 것이 책임감 있는 나라의 태도인가"라고 반문하고, "중국이 동맹 관계인 북한을 지지하지 않고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인 한국과 똑같이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고 표현한 것은 객관적으로 공평한 자세"라면서 중국의 달라진 외교적 표현방식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양국 간 현실문제에 대한 큰 인식 차이를 보였다.

이번 학술회의에서 양국 학자들은 한중 우호·교류·협력의 역사 분야에서는 지리적 인접성, 역사문화의 상관성에 비추어 서로간 상호이해와 교류협력을 증진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지만, 비교적 민감한 현실 문제를 논하는 부분에서는 서로 간의 인식 차이가 여전히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금의 경색된 한중관계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보다 더 건강한 한중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서, 양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채널을 동원하는 공공외교를 한층 더 강화하여, 상호간 존재하는 시각차와 이견을 줄여나가는 데 노력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호간 다채널 소통'이 우선되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