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천의 얼굴’ 「열하일기」를 마주하는 방법
「열하일기熱河日記」를 읽고 있다. 경향 후마니타스연구소의 ‘열하일기 답사’2018.6.23~29를 준비하면서 시작한 열하일기 독서는 2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열하일기는 연암 박지원이 연행 과정에서 보고, 듣고, 대화하고, 느낀 점을 기록한 기행 문학이다. 생생한 문체, 사실적 묘사, 소설적 구성, 해학과 풍자 등은 열하일기를 이야기할 때마다 등장하는 찬사들이다. 한 연암 연구자는 “영국에 셰익스피어, 독일에 괴테가 있다면 한국엔 연암 박지원이 있다”고 했는데, 연암 문학의 중심에 열하일기가 놓여 있다. 열하일기는 연암 문학의 진수이자 수백 편에 달하는 연행록 가운데서도 백미다. 그렇다고 열하일기에 대한 과도한 문학적 칭찬은 오히려 이 책의 진면목을 보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열하일기가 기행서인 것은 맞다. 기행문이라고 문학서로만 읽어야 할까. 열하일기는 ‘천의 얼굴’을 가진 책이다. 문학이라는 장르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조운찬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