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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일본군‘위안부’ 문제, 두 번째 국제 학술회의를 통해 다음 단계의 도약을 기대하다
  • 박정애 (동국대 대외교류연구원 연구교수)

지난 20171215일 동북아역사재단 한일관계연구소 주관으로 2회 일본군위안부연구 성과와 과제국제 학술회의가 열렸다. 2회라고는 하지만 재단은 일본군위안부를 주제로 매년 한··일 국제 학술회의를 개최해왔다. 다만 2016년 회의에서 매년 그해의 연구 성과와 과제를 공유하는 학술회의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으며, 이번 회의는 그 약속이 실현되는 자리였다. 따라서 회의의 주제도 전년도에 이어 일본군위안부연구 성과와 과제였으며, 2016년이 한··일의 위안부관계 연구 성과와 자료 발굴 상황을 공유하는 자리였다면 2017년은 연구 성과와 피해자 증언 및 운동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로 살짝 변주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현실적 난제 접근이 아쉬웠던 연구 성과와 과제 발표

이러한 주제 구성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는 2017년의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그간의 피해자 구술 연구 경험 및 미국의 한인 위안부문제 해결 운동 경험을 공유하는 발표가 이루어졌다. 그렇다 하더라도 발표자의 주제 이해에 따라 발표 내용상 약간의 편차를 보였는데, 2016년 회의에 참석했던 발표자가 2017년의 성과를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면, 새롭게 참석한 발표자는 그간의 연구 경향과 과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따라서 회의 개최의 취지와 내용이 구체화되거나 집중되지 못하고 그간의 발표 내용을 다시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현실적으로 위안부의 연구 범위가 광범위하고 발표자들이 위안부연구뿐만 아니라 운동에도 관여하는 상황에서 연구 성과라는 주제는 매우 모호했던 감이 있다. 실제로 제1부 발표에서 한국 측은 정부 연구 용역 결과물들을 연구 성과라는 이름으로 발표했으며, 중국 측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 상황과 피해 생존자 상황, 그리고 몇 군데 당안관의 자료 소장 상황을 두루 발표했다. 일본의 경우는 제2차 아베 정권(2012) 전후 일본의 자료 발굴 및 연구 상황을 발표하면서, 이것들이 현실 운동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소개하였다.

주제가 광범위해지고 각자의 내용 소개에 그치는 이러한 발표 경향은 그간의 국제 학술회의에서 반복되어 온 문제다. 발표 기회와 시간적, 인적 제한에 걸린 국제 학술회의의 태생적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군위안부관계 국제 학술회의는 여느 역사 주제에 비해 국제 학술회의 기회가 많았고, 발표자들도 몇 년에 걸쳐 왕래를 해왔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러한 관성적 문제점이 드러난 것은 아쉽다. 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한 사람들에게는 각국의 연구 및 운동 현황과 과제를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리일 수도 있겠으나, 몇 년간 일본군위안부관계 국제회의를 지켜본 사람이나 발표, 토론자로 반복해서 참가한 사람들에게는 행사 자체에만 의의를 찾을 수 있는 아쉬운 자리였다. 그간 서로 교류하면서 희미하게나마 간극을 느낄 수 있었던 일본군위안부문제에 관한 개념, 연구 서술 방식, 각국의 정치적 이해와 결부된 접근 방식의 차이들은 이번에도 연구 과제로 제시되기만 했을 뿐, 그 간극을 좁힐 실제적인 토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매번 국제 학술회의에서 공유되는 각국의 사례들이 실제로 어떻게 연구 및 운동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지도 검토되지 못했다. 교류는 계속하되 현실적 난제들은 여전히 회피되는 상황들이 이해가 되면서도 연구자로서 갈증이 느껴졌다. 재단 또한 여러 가지 접근을 통해 한··일 연구자, 활동가의 허브 역할을 해오며 어떤 지점에서 문제의식을 가졌기 때문에 같은 주제의 국제회의를 매년 개최하겠다는 기획을 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문제의식과 지적은 이번이 제2회 회의였기 때문에 더욱 날카로워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일본군‘위안부’ 문제, 두 번째 국제 학술회의를 통해 다음 단계의 도약을 기대하다

 

발표자의 실제 경험을 들을 수 있었던 피해자 증언과 기억·역사·운동

반면 제2부 주제인 피해자 증언과 기억·역사·운동은 새롭게 기획된 주제였기 때문에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발표가 발표자들의 실제 경험을 중심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내러티브가 강해서 집중도도 높았다. 그리고 클래식한 방식으로 정리, 발표할 수밖에 없는 연구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에 비해 제2부의 주제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역사가 축적되는 역동적인 분야이기도 하다. 증언 연구가 이전에는 피해자 구술에 집중했다면 그 연구의 역사가 쌓이면서 구술자와 라포를 형성했던 면담자의 이야기도 증언 연구의 대상으로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피해자 중 많은 분들이 별세하였고, 생존한 여성들도 고령이라 더 이상의 생애사 구술이 어려운 상황에서 면담자들의 경험과 이야기는 피해자 관점의 일본군위안부이야기를 전해간다는 의미에서 점점 더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이 때문에 기억을 이어가고 그 과정들을 다시 역사로 기록한다는 의미에 관해 앞으로 더욱 깊이 있게 논의해 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꼭 하나 짚어두고 싶은 것은, 1부의 발표 중 언급된 바와 같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피해자의 증언에 대한 사료적 가치를 높여주는 연구”, “증언을 고증해주는 사료를 발굴하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 증언에 대한 왜곡과 부정이 일본 정부가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서도, 그 프레임에 갇혀 자승자박이 될 것이 뻔한 증언 연구 태도를 가질 필요가 없다. 피해자의 구술은 그 자체로 피해자 관점의 일본군위안부문제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 유일하고도 유력한 근거이다. 다만 유관 자료를 찾아내고 입체적인 분석을 하는 까닭은 피해자 개인의 기억을 우리의 기억으로 확장시키고 집합기억의 역사로서 서술해나가기 위해서다. 앞으로도 구술 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토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