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시작해 여름과 가을을 지나 어느덧 겨울이 찾아왔다. 경북대 울릉도독도연구소가 독도를 모니터링하고 살펴본 지도 벌써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연구소는 올해도 독도천연보호구역 모니터링을 무사히 수행하였고, 축적된 연구 자료들을 정리하여 다양한 전시회를 개최함과 동시에 《독도의 자연》, 《한국의 자연유산, 독도》, 《독도의 자연이야기》 등 서적 발간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독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고 쉽게 알아가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살아있는 독도 이야기’ 코너를 통해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의 독도 식물을 소개하였으나 겨울에는 식물을 관찰하기가 어려우니 독도에서 함께 살아가는 다른 생물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독도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조류
독도에서 가장 쉽게, 많이 볼 수 있는 생물은 괭이갈매기다. 독도는 괭이갈매기, 바다제비 등 바다 조류의 번식지이며 천연기념물 제336호 ‘독도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보호받고 있다. 2005~2017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 현재 독도에는 28과 83종의 조류가 도래 및 서식 중이며 한해에 약 1만5,000마리가 관찰되고 있다. 독도에서의 조류 서식은 크게 ‘번식지’, ‘정류장’, ‘구원섬’의 세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번식지’는 새끼가 성체가 될 때까지 육추(育雛)기간을 거쳐 어미와 함께 온 곳으로 돌아가 서식할 수 있을 때까지 안전하게 보살피는 장소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 ‘정류장’은 이동 철새가 목적지까지 가는 도중 잠시 들러 휴식을 취하고 영양과 수분을 섭취한 후 다시 출발하는 장소로서의 역할이다. 마지막 ‘구원섬’은 이동 철새가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생명의 위기를 맞을 때 기착하여 먹이와 수분을 공급받고, 다음 이동 시기까지 체력과 영양을 보충하며 서식하는 응급병원의 역할을 뜻한다.
‘괭이갈매기’는 한반도와 일본 해안가 전역에 서식하는 갈매기류로 독도에서는 3월말~7월까지 번식하고 이후 대부분 독도를 떠난다. ‘바다제비’는 동도의 한반도 지형과 서도 물골 왕호장근 군락지 일대의 땅속에 굴을 파고 둥지를 만들어 7~9월까지 번식하고 이후에 독도를 떠난다. ‘참새’는 주로 동도의 경비대 숙소 근처에 서식하는데 실질적인 독도의 텃새이며, ‘흑비둘기’는 동도 등대 숙소와 사철나무 근처에 자주 출현하는데 울릉도와 일본의 이동 간 정류장으로 독도를 경유한다. 또 ‘매’는 동도와 서도를 오가며 작은 조류를 사냥하고 주로 서도 절벽일대에서 번식하며, ‘왕눈물떼새’는 봄 ‧ 가을철 이동 중에 독도에 기착하는 도요류로 동도 갯바위에 자주 출현한다.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한 독도의 곤충과 미생물
식물, 조류와 함께 독도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곤충이 있다. 곤충은 생태계에서 유기물을 분해하여 영양분을 공급하거나 다른 동물들의 1차 먹이가 되고 식물의 꽃가루받이를 수행하는 등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어떤 곤충은 모기처럼 독도경비대 경찰들의 몸에 붙어서 피를 빨고 지독한 간지러움과 흉한 흉터를 남기기도 한다. 현재 독도에는 총 10목 76과 160여 종의 곤충이 서식하고 있으며, 최근 연구된 독도의 곤충에는 21종 이상의 미확인종이 포함되어 있고 이들 중 대다수는 독도 미기록종으로 확인된다.
파리목 곤충 중 ‘메가셀리아 스쿠왈라리스’라는 종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견된 국내 미기록종이다. 독도에는 미소(微小)곤충이라고 불리는 몸길이 1mm 이하의, 거의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만큼 크기가 작은 곤충들이 많기 때문에 더욱 정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된장잠자리’는 동아시아에 분포하는 종으로 독도에서는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보고된다. ‘초록다홍알락매미충’과 ‘명아주나무이’ 등은 한국, 연해지방 등에 분포하는데 독도는 이들 종의 세계 분포상 동방한계선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에는 ‘구름무늬납작밑빠진벌레’, ‘모래섶벌레’, ‘끝검정알락꽃등에’, ‘해초파리’ 등의 곤충을 새롭게 확인하기도 했다.
독도에서는 이들 조류와 곤충 외에도 7속의 신속, 44종의 신종이 발견된 미생물에 대한 연구 또한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중 ‘동해아나 독도넨시스’는 2008년 4월 한국인 최초의 우주비행사 이소연 씨가 실험을 위해 국제우주정거장에 가져갔던 미생물의 하나로 유명하다. 독도에서 발견된 미생물은 육상의 환경에서 발견된 미생물에 비해 강한 생리활성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슈와넬라 독도넨시스’, ‘패니바실러스 동도넨시스’, ‘보마넬라 독도넨시스’ 등의 신종 미생물들은 국제 논문으로 발표되어 세계에 독도를 알리고 있다. 원생생물 분야에서도 독도 서도의 북서쪽에 위치한 물골에서 ‘테트라미투스 독도엔시스’, ‘다이디미움 독도엔시스’, ‘아모에보조아 독도엔시스’ 등의 신종을 새롭게 발견하였다.
식물, 조류, 곤충, 미생물, 원생생물, 식생, 해양무척추, 토양, 지질, 지형경관, 해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도의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목적은 독도를 본연의 모습으로 보전하고 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모든 이에게 잘 전달하기 위함이다. 우리 스스로 독도를 무계획적으로 이용해 훼손한다면 독도를 호시탐탐 노리는 일부 무리들에게 떳떳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독도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그동안 부족하나마 ‘살아있는 독도 이야기’를 전하게 해준 재단과 함께해 준 독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