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은 1900년 고종황제가 대한제국 칙령 제41호에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섬으로 명시한 날이다.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올해도 여러 시민단체와 관련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러한 때, 오랜 시간 독도 관련 연구와 저술을 해온 김병렬 전 국방대 안보정책학과 교수를 만나 독도 관련 사항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대담 : 홍성근 독도연구소 연구위원
김병렬 (전 국방대 안보정책학과 교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까지 국방대 안보정책학과 교수로 재임하였으며 독도연구보전협회 이사, 대한국제법학회 이사, 경상북도 독도사료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독도를 지키는 사람들》, 《백두산정계비의 비밀》, 《일본군부의 독도침탈사》, 《독도냐 다케시마냐》 등이 있다.
Q1 국방대 교수직에서 퇴임한 지 벌써 1년이 지나고 있는데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지요?
김병렬 1998년 《독도-독도자료총람-》이라는 책을 발간했는데 그간 개정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이 책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시 읽으며 오 ‧ 탈자를 수정하고, 해석이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면서 책에 수록된 원문들을 본래의 것과 비교하는 중입니다. 이 책에는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발굴된 문서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중 일본의 도쿠가와(德川) 막부시대 문서와 메이지(明治)유신 시기 문서가 특히 중요한데 책에는 부분적으로 발췌 ‧ 수록했기 때문에 그 밖의 부분까지 추가로 탈초하고, 현대 일본어로 해석한 후 다시 우리말로 번역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제가 최초로 발굴 ‧ 공개했던 샌프란시스코대일강화조약의 초안문도 이후 이석우, 정병준 교수 등에 의해 추가로 발견된 것까지 더해서 다시 한 번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2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한, 이력이 조금 독특하십니다.
김병렬 육사를 나왔다고 전부 장군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경우 육사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바로 예비역으로 편입되고 그 사람들이 사회 각층에서 미국을 끌고 나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사관학교 졸업자들은 대부분은 어떤 문제를 체계적으로 보려는 성향이 알게 모르게 많이 계발되어 있습니다. 그게 사관학교에서 중점적으로 교육하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초급장교 시절 군위탁교육으로 고려대에서 법학 석사교육을 받았는데, 그때 우연치 않게 한 권의 책을 읽고 독도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현역 군인이라서 각국에 나가 있는 무관들로부터 해당국의 독도 관련 원자료를 수집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국방대 교수라는 신분 덕분에 각국의 국방대 교수와 학생들에게 독도가 러 ‧ 일전쟁의 필요성 때문에 일본이 약탈해간 섬이라는 것을 손쉽게 알릴 수도 있었습니다.
Q3 오랜 시간 독도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해오셨습니다. 특별히 독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김병렬 석사 과정 공부를 하면서 일본의 가와카미 겐조(川上健三)가 지은 《竹島의 역사지리학적 연구》를 읽었는데, 놀랍게도 그전에 제가 알고 있었던 지식과는 180도 다른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상당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지적 충격을 해결하고자 국내 학자들의 논문과 저서를 섭렵하기 시작했고, 가와카미 겐소와 국내 학자들이 인용했던 원자료들을 하나하나 직접 찾아서 확인한 게 독도 연구의 출발점이 된 것 같습니다.
Q4 1999년 발간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책 《독도를 지키는 사람들》에 이어, 지난해 《독도를 지키는 우리들》이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두 권 모두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인데 책을 통해 담고 싶었던 의미는?
김병렬 우리나라에 독도 관련 책들이 대단히 많습니다. 거의 대부분 역사적으로 이러이러한데 일본이 터무니없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식으로 저술된 것들인데, 우리가 반성해야 한다고 기술하는 책은 사실 거의 없습니다. 과거를 반성할 줄 알아야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 같은 잘못을 범하지 않게 될텐데요. 그래서 《독도를 지키는 사람들》에서는 옛날 역사를 통해서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은 없는가를 조명했고, 《독도를 지키는 우리들》에서는 현대 역사 속에서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문제의식 있는 선생님들이 많이 추천해주셔서 생각보다 많은 어린이들이 읽고 있습니다. 더 많은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고 독도에 관심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Q5 그간 교수님께서 독도와 관련하여 발간하신 책 중 가장 의미 있게 생각하는 책 한 권을 꼽으신다면 무엇이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김병렬 앞서 말씀드린 《독도-독도자료총람-》입니다. 제가 공부를 하다 보니 독도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문을 참조해야 하는데, 일본과 논쟁을 해온 지 60년이 넘는 시점까지 이렇다 할만한 원문 자료집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자들이 원문을 보지 않고 선행 학자들의 인용문을 재인용하면서 선행 학자들의 오류를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미흡하나마 이 책을 발간하여 관련 분야 연구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6 한 ‧ 일 관계에서 독도가 어찌 되었든 예민한 사안인데, 이러한 것들을 연구해오는 동안 힘든 부분이 있다면?
김병렬 우선 제가 일본의 소로붕(候文)을 해독할 줄 몰랐는데, 이 문자를 해독할 줄 모르면 일본 도쿠가와(德川) 막부시대 때 작성된 문서들을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국사편찬위원회에서 개설한 고일본어 해독 과정을 수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단기간에 배운 실력이 오죽하겠습니까? 이후 관련 분야 전문가들에게 묻고 함께 해독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했는데, 아직도 실력이 미흡합니다.
Q7 독도 연구와 관련하여 우리가 좀 더 힘을 쏟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김병렬 전문가 양성입니다. 독도와 관련하여 일본 고문서는 누구, 미국 고문서는 누구 하고 떠오르는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필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2차 자료를 이용하여 우리나라의 고문서나 고지도를 조금, 일본의 고지도를 조금 아는 정도에요. 물론 폭넓은 지식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게 하다보면 정작 세부적인 면에서 간과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각 부문의 세부 전문가 양성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누가 특별히 양성을 해서 될 일은 아니고 연구원 각자가 자기 분야를 정해서 평생 동안 연구에 진력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는 연구자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어야 하고요.
Q8 2005년 대통령 소속기구인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바른역사정립기획단’의 독도대응팀장으로 일하시면서 독도 정책에도 깊이 관여하셨는데, 독도 정책의 기본 목표나 방향은 무엇인지요?
김병렬 독도대응팀장 근무 시절, 독도 정책의 기본 목표와 방향에 대해 문서로 작성해 둔 게 있었는데 정권이 바뀌고 담당자가 바뀌다 보니 사라져 버린 것 같네요. 독도 정책의 기본 목표는 독도를 안전하게 관리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입니다. 모든 정책은 바로 이 기본 목표에 부합되는가를 고려한 후에 수립되고 시행되어야 합니다. 독도를 개발하는 것이 이 목표에 부합한다면 개발해야 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개발해서는 안 되겠지요. 그런데 어떤 정책이 이 목표에 부합되느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정책을 개발한 부서와 이를 반대하는 부서가 모여 심층적인 토론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시뮬레이션이 필요한데, 특정한 개인의 반짝 아이디어나 부처 이기주의에 의해 정책이 수립되고 시행된다면 장기적인 목표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Q9 최근 초 ‧ 중 ‧ 고 교과서의 독도 왜곡 기술 등 일본의 독도 도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데, 이러한 일본의 행태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시는지요?
김병렬 대단히 어려운 질문입니다. 원래 어떤 나라의 교과서 내용에 관한 문제는 해당 국가의 고유 권한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잘못 가타부타하게 되면 내정간섭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 보편의 가치에 어긋나는 내용이 교과서에 실리게 되면 내정간섭이 된다하더라도 잘못의 시정을 요구해야겠지요. 독도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시각이 다른 문제가 굉장히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할 방법 중 하나가 공동교과서를 집필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프랑스와 독일 사이의 많은 문제들도 공동교과서를 통해 완화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유럽연합(EU)이라는 대역사가 이루어진 것 아닙니까? 지난 정부에서 몇 번 시도하다가 중단되었는데 공동교과서 제작은 다시 추진되어야 합니다. 공동교과서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간극은 점점 더 벌어지게 되고, 독도 문제의 해결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Q10 국내외적으로 독도와 관련된 연구나 활동을 하는 기관, 단체들이 많다 보니 사업이나 활동이 중복되기도 합니다. 기관 단체 간 역할 분담이나 좀 더 효율적인 기능 수행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교수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김병렬 이 문제는 제가 독도대응팀장으로 있을 때 일부 시도하려다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예산을 담당하는 부서에 전 부서의 독도 관련 예산을 정리해 달라고 해서, 이를 가지고 이 사업은 이쪽 부서, 저 사업은 저쪽 부서로 교통정리를 하려고 했지만 워낙 반발이 심해서 결국 실패했습니다. 연구기관들도 백화점식으로 모든 분야를 연구하는 것보다 특화된 부분만을 연구하도록 유도하려 했는데 마찬가지로 실패했습니다. 이러한 실패를 통해 제가 깨달은 점은 위로부터의 개혁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관련 연구기관이나 단체의 책임자들이 모여서 연구 분야를 조정하고, 예산을 조정하고, 필요한 경우 인적 자원까지도 조정하는 대혁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몇 년만 이렇게 조정 노력을 한다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Q11 재단 자문위원으로 출범 초기부터 재단을 지켜봐 오셨는데, 그간 재단이 이뤄온 성과와 향후 과제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김병렬 재단의 활동 목적이나 내용은 재단설립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이 법을 망각한 채 재단의 목적이나 취지에 맞지 않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최근 자문위원에 위촉되신 분들이 재단설립법에서 요구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모른 채 자문회의에 참석해서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이런 경우 재단에서는 그러한 요구가 우선 재단설립법의 취지에 맞는지 검토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동안 재단에서는 많은 일을 해왔습니다. 특히 재단에서 내놓은 연구 결과 중 괄목할 만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연구 결과가 너무 많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해당 분야의 연구원들도 재단에서 무슨 연구를 했는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재단이 단순히 연구실적물을 몇 건 냈다는 정량적 의미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재단의 연구원들은 관련 연구 파트에서 생산한 결과물에 어떤 것이 있는지 전부 파악한 후, 새로운 연구 결과는 무엇이 있고 잘못된 것은 무엇이 있는지를 판단해서 다음 연구 소요를 창출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