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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한일관계사’ 연구의 쟁점과 향후 방향을 점검하다
  • 임상선 (한일관계연구소 연구위원)

재단은 지난 102627일 대회의실에서 한일관계사 쟁점과 좌표를 주제로 국제 학술회의를 개최하였다. 이번 학술회의는 해방 이후 한일관계사연구의 시대별 주요 쟁점을 검토하고, 향후 재단의 연구 방향을 점검해 보는 자리였다.

    

‘한일관계사’ 연구의 쟁점과 향후 방향을 점검하다한일관계사 쟁점 변화와 현황

먼저 현행 일본 중학교 사회(역사)교과서 속의 임나일본부설주제발표에 나선 김기섭 공주대 교수는 일제시기 한반도 식민지배의 이론적 토대가 된 임나일본부설이 당시 교과서에 반영되고,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현행 일본의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에는 임나일본부라는 용어는 보이지 않지만, 4~6세기 왜() 군대가 한반도 남부를 정벌하고 지배했다는 왜곡된 내용이 여전히 기술되어 있다. 해방 직후와 현행 교과서를 비교하면, 본문 내용이나 보조 자료(주석 및 삽도)는 큰 차이가 없고, 다만 현행 교과서에는 각종 철제품 및 전방후원분에 관한 기술이 새로 추가되었다고 한다.

남북국 시기 한일관계사 쟁점의 재검토를 주제로 발표한 임상선 재단 연구위원은 발해와 신라를 일본이 속국(屬國) 혹은 조공국(朝貢國)으로 간주하고 있었다는 일본 역사학계와 역사교과서의 내용을 비판하였다. 발해는 727년 군사적 도움을 기대하며 일본에 처음 국교를 요구하고, 일본은 고구려와 마찬가지로 발해를 속국 혹은 조공국으로 간주하였다고 하나, 기록에 의하면 발해는 고구려 땅에 건국된 사실을 알리고, 일본과 우호를 맺기 위해 처음 사신을 보내었을 뿐이었다. 종속국 대우에 반발한 신라를 일본이 8세기 중반 정벌하려고 했다는 이른바 신라정토계획도 이를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사료가 없다고 지적하였다.

명나라는 일본의 조선침략전쟁(임진왜란:1592-1598)’에 얼마나 많은 비용을 소모했는가에 대한 주제발표에서 푹윙킨(卜永堅) 홍콩 중문대 교수는 명나라가 일본의 조선 침략전쟁, 즉 임진왜란 참전에 어느 정도의 전쟁비용을 지불했는지 당시의 사료에 기반하여 검토한 결과, 대략 500~700만량일 것으로 추정하였다. 전쟁 참여국의 경제적 부담에 초점을 맞춘 점이 주목을 끌었으며, 향후 한 3국 연구자들 간 공동 연구의 필요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서현주 재단 연구위원은 일본군위안부문제를 왜, 어떻게 교과서에 기술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역사교과서와 이를 둘러싼 상황의 차이 속에서 보다 바람직한 교과서 서술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일본은 검정 기준의 변경이 필요하고, 한국은 일본군위안부서술 강화에 관해 집필자 연구자 역사교육 전공자들의 폭 넓은 논의가 필요하며, 나아가 한국과 일본의 교과서 집필자들이 교과서 내용을 검토하고 일본군위안부문제를 어떻게 기술할 것인가에 대한 서술 권고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다음으로 중세 한일관계사 연구의 쟁점과 사료발표에 나선 세키 슈이치(関周一) 일본 미야자키대(宮崎大) 교수는 해방 이후 일본의 중세(고려시대와 조선 전기) 한일관계사의 전환은 1980년대인데 이 시기에 조선관, 지역론, 왜구 등에 대한 논쟁이 있었고, 1990년대 이후는 왜구와 경계인, 외교와 대외관, 위사(僞使) 등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일본학계에서는 문헌사에 그치지 않고 현물을 토대로 고고학 미술사 불교사 등의 공동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였다.

장화(張華) 중국 중앙민족대 교수는 중국의 일본사 연구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중국의 일본사 연구상의 주요 과제를 고대부터 현대까지에 걸쳐 발표하였다. 고대 중세 시기는 야마타이국 문제와 다이카개신 문제, 그리고 근현대기는 메이지유신, 일본 근대침략전쟁, 일본 파시즘, 전후사 등이 주요 연구 대상이며, 향후 중국의 일본사 연구는 이론과 거시적 해석의 틀, ‘중국의 일본사 사료학확립, ‘동아시아 관점에서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소개하였다.

    

‘한일관계사’ 연구의 쟁점과 향후 방향을 점검하다향후 연구 방향과 과제

고미야 히데타카(小宮秀陸) 일본 돗쿄대(獨協大) 교수는 일본에서의 고대 동아시아세계론에 대한 연구사적 검토를 통해 일본을 비롯하여 한국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세계를 역사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일본학계의 연구 궤적을 정리해주었다. 현재까지도 한국사를 비롯하여 일본사 동양사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니시지마 사다오(西嶋定生)의 이른바 책봉체제론1960~1970년대 일본의 위치를 정립하는 작업이었고, 1990년대 이후 활발해진 동아시아 지역 설정의 논의 또한 냉전 붕괴 후 새로운 세계적인 역사를 구상할 필요성에서 나타난 것이었다고 발표하였다.

일본의 전후처리와 역사인식주제발표에 나선 남상구 재단 연구위원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인한 피해에 대한 보상과 역사인식을 둘러싼 대립은 과거가 아닌 현재의 문제임을 강조하였다. 일 양국은 식민지 지배와 피해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식민지 지배와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 문제가 국제사회에서는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일본에 의한 식민지 지배 문제를 한 일 양국 간 특수한 문제가 아닌 세계사적 문제로 접근하면서 새로운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을 제안하였다.

마지막으로 신주백 연세대 교수는 일의 공동 역사연구와 역사교재 개발의 현황과 방향을 통해 현재 한 3국 사이의 역사대화 또는 역사교과서 대화는 국제질서 변화 속에 정부 차원의 논의는 중단되고, 민간 차원 역시 동력을 많이 상실한 상태라고 하였다. 역사 문제, 분단 문제, 지역질서 문제를 연계시켜 국가의 현재와 미래 전략을 수립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한 사례로 서독의 동방정책을 참고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번 학술회의를 통하여 해방 이후 한일관계사 및 일본 역사교과서에서 임나일본부, 발해 신라 종속국 번국(蕃國) 인식, 왜구, 임진왜란, 강화도조약, 강제병합, 강제동원, 독도, 일본군위안부등이 여전히 쟁점이 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쟁점 해결을 위해 향후 한일관계사에 대한 체계적 장기적 연구,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새로운 이론 구축, 그리고 한 일 혹은 한 일 역사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하게 되었다. 재단에서는 학술회의를 통하여 제기된 내용을 보완하여, 2018년 중 별도의 단행본으로 발간해 일반 국민 및 학계에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