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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중앙유라시아사 속에서 한국 고대사를 조망하다
  • 장석호 (한중관계연구소 연구위원)

사마르칸트! 실크로드상의 주요 교역로이자 소그드인들의 궁성이 있었으며, 티무르 제국의 번성을 살피게 하는 각종 건축물들이 여전히 그 위용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인도, 이란, 아제르바이잔, 시리아, 더 멀리는 서쪽의 지중해 연안과 동쪽의 타쉬켄트와 탈라스를 지나 중국과 몽골, 그리고 한반도로 이어지는 대 교역로가 고대로부터 이어져 있었다. 사마르칸트 시의 동북쪽으로 10km 지점에는 아프라시압 궁전 유적지가 있다.

    

중앙유라시아사 속에서 한국 고대사를 조망하다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개최된 국제 학술회의

1965~1968년까지 쉬쉬킨(V.A.Shishkin)을 단장으로 한 아프라시압 폐허지 발굴단의 알바움(L.I.Al'baum)유적 23로 명명된 궁전 벽에서 당시의 국제 정세와 지역 문화 풍습 등을 살피게 하는 벽화를 발굴하였다. 우리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아프라시압 궁전 벽화1,300여 년 만에 그 모습을 새롭게 드러낸 것이다. 이 벽화가 발견되자, 그 속에 등장하는 열두 명의 외국 사절 가운데 조우관(鳥羽冠)을 쓰고 환두대도(環頭大刀)를 찬 두 명의 인물이 우리 학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그동안 꿈도 꾸지 못했던 내륙 아시아와 고대 한반도 사이의 소통에 관한 논의들이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다시 50여 년이 지난 2013년부터 3년간 동북아역사재단은 아프라시압 궁전박물관과 협약을 체결하고 이 벽화의 디지털 복원 프로젝트를 실시하였으며, 이로써 사마르칸트와 교류 및 관계 복원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이 벽화가 발견됨으로써 한국의 역사문화 학계에서는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였으며 그에 힘입은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문화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기관의 관계자들은 적극적으로 인적 교류를 시작하였다.

2017928일과 29일 양일간 실크로드상의 문명을 재조명하는 국제 학술회의가 과거로부터 미래로의 실크로드 문명자연, 사회, 인문학의 관점에서를 주제로 사마르칸트 소재 국립 사마르칸트대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 학술회의는 유네스코 실크로드 프로그램 개시 20주년에 즈음하여 개최된 것으로 사마르칸트시 소재 중앙아시아 연구 국제연구소가 주관하였으며, 회의 기간 동안 모두 18개국 40명의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주제 발표를 하였다.

 

실크로드상에서 흥기한 국가와 민족들의 역사와 문화

학술회의는 총 6개의 세션으로 구성되었다. 1세션의 주제는 실크로드 문명의 상호작용이었으며, 무스타파에프 샤힌 메드지토비치 아제르바이잔 과학아카데미 동방학연구소 부소장의 사회로 총 6개의 연구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2세션의 주제는 실크로드상에서 문명 발굴이었는데, 카자흐스탄 과학아카데미 A.Kh.마르굴란 기념 고고학연구소의 책임연구위원인 스마굴로프 에르불라트 아키자노비치의 사회로 모두 7편의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3세션의 주제는 실크로드 문명의 증거였으며, 우즈베키스탄 과학아카데미 카라칼파크 분소의 인문학연구소 부소장 마크세트 카를르이바에프의 사회로 역시 모두 7편의 연구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4세션의 주제는 실크로드 미래의 계획들이었는데, 아제르바이잔 하자르대 전 총장이자 교수인 아사도프 마게라모비치의 사회로 모두 7개의 소주제가 발표되었다. 5세션의 주제는 실크로드 문명의 기반들이었으며, 러시아 국립 인문대 야첸코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교수의 사회로 모두 7개 소주제들이 발표되었다. 재단에서는 고광의 박사와 필자가 아프라시압 궁전벽화 디지털 복원중앙유라시아 고대 암각화 속의 우주동물 연구를 주제로 각각 발표하여 참가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6세션의 주제는 실크로드의 고대 흔적들이었으며, 우즈베키스탄 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의 책임연구위원인 보고몰로프 게나디 이고레비치의 사회로 모두 6편의 소주제가 발표되었다.

이번 학술회의는 실크로드상에서 흥기한 국가와 민족들의 역사와 문화를 고고학, 문화인류학, 사회학, 경제학, 인문학 등 여러 관점에서 살펴보고 이 지역의 미래에 대한 진단도 동시에 내려 보고자했다. 참가한 발표자들의 주요 연구 무대는 지중해 연안에서부터 이란,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남부 및 서부 시베리아, 그리고 중국 서북부 지역 등 광활한 중앙유라시아 대륙이었다.

 

중앙유라시아사 속에서 한국 고대사를 조망하다

 

21세기 신 실크로드 문명 교류

학술회의의 키워드인 실크로드는 대륙 가운데 점재하는 사막과 오아시스, 관개 농경지, 그리고 산악지대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시킨 교통망이다. 따라서 40명의 참가자들은 바로 그 선상에 남아있는 옛 도성, 주거지, 농경지, 의례 공간, 바위 그림과 고분벽화, 그리고 무덤 등의 조사와 더불어 그곳에서 출토된 각종 유물들의 연구 성과, 이들 유적 및 유물의 보호와 전승, 그리고 역내 정치 경제 문제 및 평화 유지와 갈등 해소 방안 등을 발표 . 토론하였다.

중앙유라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세계의 관련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그간의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또 각종 학술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일 또한 21세기 신 실크로드 문명 교류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참여자들은 실크로드상에서 꽃피었던 과거의 문화에 대한 회상과 찬미뿐 아니라 그 유산들을 어떻게 보존시켜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인가 함께 방안을 모색하였고, 또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지도 고민하였다.

세계사 속에서 한국사의 바른 정립은 매우 어렵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국내외 여건이 한국사의 바른 정립과 그의 확산에 꼭 우호적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유사 이래로 끊임없이 주변 국가로부터 역사 왜곡의 수모를 겪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 일을 멈출 수 없다. 거대한 문화판인 실크로드를 포함하여 중앙유라시아사 속에서 한국 고대사를 조망할 때 주변 국가들의 아 문화 논리를 극복할 수 있는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연구 프레임의 다변화는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