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의 여름은 생동감이 넘친다. 연중 가장 많은 새와 식물, 곤충, 물고기 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괭이갈매기와 바다제비는 풍요로운 바다와 둥지를 오가며 부지런히 새끼들을 키운다. 식물들은 꽃을 피우고, 꿀을 찾아 바쁘게 움직이는 곤충들의 도움으로 열매를 맺는다. 자연이 생명을 이어가는 모습은 신기하기만 하다. 우리는 아직까지 살아있는 독도의 모습을 모두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 아름다움이 유지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생동감 넘치는 풍경을 연출하는 독도의 여름 식물에 대해 알아보자.
흔한 벼과 식물 vs 희귀식물인 초종용, 섬초롱꽃, 섬기린초
독도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고 널리 분포해 있는 식물은 무엇일까? 개밀, 큰이삭풀, 참억새, 왕포아풀, 왕김의털, 돌피, 바랭이, 왕바랭이, 가을강아지풀, 금강아지풀, 금방동사니 등의 벼과 식물이다. 이 벼과 식물은 여름 동안 자라서 꽃을 피우고 가을에 이삭을 만든다. 잘 자라고 수가 많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는 잡초로 여기지만 환경이 열악한 독도에서는 이들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우선 토양이 적은 독도에서 뿌리를 내려 비바람 혹은 태풍 등에 의한 토양 유실을 막아주고 식물 생장에 필요한 수분을 유지해준다. 또 괭이갈매기의 둥지, 곤충과 작은 새들의 먹이 및 은신처를 제공해 주는 등 독도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밀과 큰이삭풀은 동도와 서도에 가장 넓게 분포하고 참억새, 가을강아지풀, 금강아지풀, 왕바랭이, 금방동사니 등은 독도경비대 막사 주변에서 주로 자란다. 돌피는 바다제비가 굴을 파고 살아가는 동도의 한반도 지형에서 군락을 이룬다.
벼과 식물과 달리 독도에서 그 분포가 제한적인 식물로는 희귀식물인 초종용, 특산식물인 섬초롱꽃, 섬기린초 등이 있다. 열당과에 속하는 초종용은 6~7월 보라색 꽃을 피우고 독도경비대 막사 주변에서 20여 개체가 자란다. 초종용은 일반적인 식물과 달리 광합성을 하지 않고 갯제비쑥의 뿌리에 기생하여 생활하는 기생식물이다. 한반도의 해안가, 제주도, 울릉도 등에 분포하지만 개체 수가 점점 줄고 있다. 최근 연구를 통해 독도의 초종용은 일반 초종용과 비교하여 식물 전체에 가느다란 흰색 털이 없는 민초종용(가칭)임이 밝혀졌다. 울릉도에서는 털이 있는 것과 없는 것 모두 발견되지만 독도에는 털이 없는 것만 관찰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보전 노력이 필요하다. 초종용의 생존에 중요한 갯제비쑥은 울릉도와 독도에 자생하는 식물로 국화과에 속하고 6~9월까지 꽃을 피우며 독도 곳곳에서 주로 암석지에 자란다.
특산식물인 섬초롱꽃은 초롱꽃과에 속하고 6~8월까지 자주색 바탕에 짙은색 반점을 가진 꽃을 피우며 서도의 물골 지역에서 10여 개체가 확인된다. 가파른 지형과 바위에 붙어서 자라기 때문에 항상 훼손의 위험성이 높다. 또 하나의 특산식물인 섬기린초는 돌나물과에 속하고 6~8월까지 노란색 꽃을 피운다. 동도 독도경비대 막사 주변의 암벽 경사지와 서도의 물골 지역에서 좁은 분포 양상을 보여준다.
독도의 자연환경에 잘 적응해 온 자생식물들
독도에는 사철나무, 보리밥나무, 섬괴불나무, 개머루, 댕댕이덩굴 등 5종류의 나무(목본식물)가 자란다. 이들은 키가 크지 않고 바닥에 붙어 편평하게 자라는데 이것이 강한 해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다. 강한 해풍뿐만 아니라 험준한 지형, 척박한 토양, 가뭄을 견뎌낼 수 있는 적응력도 가져야 한다. 이런 요건을 두루 갖춘 나무가 바로 사철나무다. 사철나무는 6~8월까지 황백색 꽃을 피우고 동도 천장굴의 급경사지, 서도의 탕건봉과 암벽지 등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절벽지에 멍석 모양으로 자란다. 특히 동도 천장굴에서 자라는 사철나무는 국토의 최동단인 독도를 100년 이상 지켜왔다는 영토적·상징적 가치와 독도에서 생육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종이라는 의미를 갖기 때문에 천연기념물 제538호(2012년 10월 5일)로 지정되었다. 보리밥나무는 사철나무와 비슷하게 동도와 서도의 급경사지에서 자라고 덩굴성인 개머루와 댕댕이덩굴은 초본 식물과 어울려 자란다.
독도의 식물상 조사가 시작된 이후 6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관찰되어 보고되는 분류군은 대략 20여 개로 독도 유일의 양치식물인 도깨비쇠고비, 열매가 바람에 흔들려 소리가 나는 참소리쟁이, 주로 해안가에 분포하는 가는갯는쟁이와 번행초, 술패랭이꽃, 개미자리와 함께 자라서 혼동되는 큰개미자리, 댕댕이덩굴, 갯괴불주머니, 땅채송화, 특산식물 섬기린초, 천연기념물 사철나무, 개머루, 이름에서 말하듯이 해안가에 자라는 갯사상자와 갯까치수염, 잎의 모양 때문에 하수오로 오해받는 박주가리, 미국까마중과는 다른 까마중, 희귀식물 초종용, 길에서 사는 특징에서 유래된 질경이, 여름부터 가을까지 독도를 자주색으로 물들이는 해국, 방가지똥, 바랭이, 짙은 황적색 바탕에 흑자색 반점이 있는 예쁜 꽃을 피우는 참나리 등이다. 이 분류군들은 조사 초기부터 관찰되어 독도의 자연환경에 잘 적응한 분류군이며 독도의 자생식물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독도는 식물들이 살아가기에 열악한 환경이라 외부의 작은 영향에도 쉽게 식물의 이입과 멸종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독도 자생식물은 오랜 시간 독도에 뿌리 내리고 독도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을 것이다.
여름은 독도를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그래서 독도선착장에는 하루에 많게는 5번 정도 손님들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 손님들을 제일 먼저 맞는 이는 하늘과 독도를 뒤덮은 괭이갈매기다. 괭이갈매기는 ‘여름 독도의 주인’답게 엄청난 배설물로 영역표시를 한다. 그래서 불쌍한 식물들은 하루에도 수차례 험한 몰골이 되고 만다. 그러나 그것이 독도 식물들이 튼튼하게 생장하는 데 필요한 질소와 인을 공급해 주는 중요한 기회가 되니, 역시 자연의 균형은 우리가 보는 것만으로 섣불리 판단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