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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보고
한국사는 발해사를 어떻게 '계승'했나
  • 윤성환(대구시 동구 신천동)

근래 중국에서는 이른바 동북공정을 추진하면서 발해사를 자국의 지방정권으로 규정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여러가지 이론과 근거를 제시했다. 물론 이런 현상은 근래에 들어서만 행해진 것이 아니다. 이미 중국은 1980년대부터 이러한 주장을 내세웠던 것이다. 그러면 중국학자들이 발해를중국, 구체적으로는 당(唐)나라의 지방정권이라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이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발해를 말갈족의 국가로 본 것이다. 곧 발해의 고구려 계승성을 부정하고 발해의 건국자인 대조영의 출자(국적) 역시 속말말갈로 규정지어 발해를 한국사가 아닌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이해한 것이다. 그러나 이 견해는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무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먼저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한 사실이 중국, 일본 등 당대의 역사 기록에 뚜렷이 나오고 있다. 이런 점은 현재 고고학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또한 설령 발해를 말갈족 국가로 보더라도 말갈족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한족(漢族)과는 엄연히 구별되는 다른 종족이었다. 말갈족은 뒤의 여진족으로서 금(金)과 청(淸)을 건국했다. 역대 중국에서는 금나라와 청나라를 이민족의 역사로 이해하고, 전통적인 중화사상에 입각한 화이론(華夷論)에 따라 이들 역사를 정통으로 내세우지 않았던 것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주자학을 집대성한 주자(朱子)였다. 또 다른 하나는 한국사가 발해를 계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견해 역시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볼때 합리적이라 할 수 없다. 그러면 한국사는 어떻게 발해를계승하였던가?

발해는 926년 거란에 의해 병탄당하였다. 비록 대부분의발해 영토와 주민들은 거란에 귀속되었지만 거란은 발해 계승을 전면적으로 표방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거란태조 야율아보기는 발해를 병탄할 때에"발해와 거란은 대대로 원수였다"고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역대 중국의 왕조역시 발해의 정통을 계승했다거나 발해가 자국의 역사라 주장한 적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고려는 이와 달랐다. 고려의 왕건은 발해를 친척의나라 또는 동맹국이라 하고, 심지어 발해 왕실과 고려 왕실은 혼인을 맺은 사이라 언급했다. 이것이 사실이든 아니든중요한 것은 왕건이 발해를 고려와 계통상 완전히 다른 나라로 인식하지는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 송나라 사람서긍 역시『고려도경』에서 고려의 역사적 계통을'(고)조선-고구려-발해-고려'로 기술하고 있다.

물론 고려가 발해를 완전히'계승'했다고 보기는 어려움이따른다. 고려인들은 삼국(三國)계승의식을 지니고 있었을 뿐 발해 계승의식을 지니고 있지는 않았다. 『삼국사기』와『삼국유사』에서 발해에 대한 구체적 기록이 없는 사실과 12세기 농민항쟁 시기 삼국 계승을 표방한 반란은 있었으나 발해계승을 표방한 반란은 없었던 사실에서도 이러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적어도 고려인들의 일반 정서 속에서 발해는 그리 가까운 나라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왕건의 언급과 그 외의 기록에서도 일정하게 알 수 있듯 고려가 발해를 자국과 다른 이민족 국가로 본 것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고려인들은 발해인들에 대해 동족의식이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이 면면히 이어진 끝에 조선 후기에 오면서 발해 계승의식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한다. 특히 자주성과 주체성을 추구한 실학자들은 발해를 우리 역사로 보았으며 그 결과가 유득공의『발해고(渤海考)』로 나타났다. 유득공은 이 책에서 최초로 신라와 발해의 남북국시대를 설정하고,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한 우리 역사임을 역설했던 것이다. 따라서 발해 역사는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우리 역사속에서 면면히 계승되어 왔던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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