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에 검정된 일본 고등학교 역사교과서가 금년4월 신학기부터 교육현장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역사관련 교과서는 총 6 과목 27종(일본사 10종, 세계사 5종, 지리 2종, 지도 3종, 공민 6종)이다. 이미 언론에 보도되었듯이 독도와 동해 표기,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영토문제의 서술에서 문부성의 적극적인 개입이 드러났고 교과서 출판 업체들도 문부성의 검정에 대비해 정부가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신청단계부터'자체검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2차 대전 당시'오키나와 주민 집단자결사건'에 대한 서술을 둘러싸고 일본 내 논란이 증폭되어 뒤늦게 수정이 가해지는 등 최종 단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독도 영유권 및 동해 표기 문제
독도에 관한 기술은 모두 15종으로 교과서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예외 없이 독도를 일본 영역 안에 표기하고 고유영토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예컨대 일본지도상에 울릉도와 독도간에 경계선을 긋고"島根/竹島(隱岐의 島町)" 혹은"竹島/島根"로 표기하고 있다. 독도는 시마네현(島根縣)의 부속도서 이고 나아가 오키섬(隱岐) 島町마을의 관할하에 있다는 점을보여주고 있다.
'07년도 검정의 특징은 일본 문부성의 관여가 두드러지고있다. 문부성의 검정의견서에 따르면," 독도가 일본의 영토"라는 것을 이해하기 쉽도록 내용을 수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교과서 원본에는"죽도(독도)의 영유권 문제 … 등 미해결의 문제도 있다"라는 표현에 대해 수정문에서는"일본의 영토에 관해서는 … 한국과는 죽도를 둘러싼 문제가 있고…"라고하여 독도의 명칭과"미해결의 문제"라는 문장을 삭제했다.이것은 독도에 대한 기술을 일본을 주어로 하는'일본의 영토'임을 전제로 한 기술이다.
동해 표기와 관련해서는 2003년과 마찬가지로 '07년 검정본의 모든 교과서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다. 동해명칭표기와 관련해서도 문부성은 오해 우려가 있는 표현에 대해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검정 신청본에"일본해를 어떻게 부를까, 우리들이 말하는'일본해'는 한국 등에서는'동해'라고도 불리고 있다."(동경서적 일본사A)라고 하는 기술에 대해 수정문에는"일본해 호칭: 세계지도에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일본해는 한국에서는 동해라고 불리고 있다."로 표현을 바꾸고 있다. 이것은 한국의 동해가 일본해와 동등한 입장에서 기술되어 일본측이 주장하는 일본해가 논란의 대상에 오르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앞의 독도 표기 문제와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군'위안부'문제
전체적으로 이번 교과서 역시 이전 기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용어에서 대부분'종군위안부'(일부는'위안부')를 사용하고 있다. ' 종군'이란 용어는'종군기자'가 연상되듯이 군을 따라 움직이는 행위의 자발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들은 행정력을 동원한 징집업자에 의해 취업사기로 끌려간 경우가 대부분으로 일본군의 운송수단에 의해 전장에서 성노예로 전락하였다. 하지만 검정교과서 기술에는 일본 정부(군)의 주도적 역할에 의해 위안소가 설치되었고, 위안부 모집에 군이 관여했다는 기술은 없다.
'06년 검정에서"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로 된"이라는 표현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검정의견에 따라"일본군의 위안부로된"으로 수정된 바 있는데, 이번의 검정에서는 이러한 검정의견은 없었으나 검정에서의 탈락을 우려한 출판사가'자율규제'했을 가능성이 높다.
보상문제에 대한 기술에서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개인 보상은 국가 간의 협정에 의해 해결되었고 정부차원의 사죄도 했다고 주장한다. 문부성의 검정의견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개인소송은"해결해야 할"과제라는 표현에 대해(실교출판, 윤리)전후보상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라고 수정을 요구하여," 해결해야 할"이라는 문구는 삭제되었다.
한ㆍ일관계사 서술과 특징
고대사의 서술에서 아직도 잘못된 사료해석과 역사인식에 의한 내용이 적지 않다. 예를 들면『일본서기』에 보이는 야마 토정권이 백제에 임나4현을 할양했다는 기사를 무비판적으로 서술하고, 광개토왕비문의 신묘년조 기사를 그대로 번역ㆍ기재하여 독자로 하여금 마치 해당 지역이 고대일본의 영유하던 지역에 들어가 있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반면 문화사 서술에서는 한반도 삼국문화의 일본 전래에 비교적 상세히 서술하고 있어 정치외교사적 서술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근현대사 부분의 한국 관련 내용은 전반적으로 객관적으로 서술하려는 노력이 엿보이고 평가할 부분도 있지만, 몇 가지면에서 문제점도 확인된다. 조선과 청의 관련 기술에서 종주국ㆍ조공 등 식민지시대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여 한국과 한국인의 타율성, 외세 의존적, 사대적 이미지로 나타내고 있다. 토지조사사업에 대한 서술에서는"농민의 토지를 빼앗아"를"토지소유자를 확정"혹은"접수하여"로 기술하고 있다. 이것은 일본의 식민지지배의 수탈성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판단된다.
평가 및 대응 방안
'08년도 현행교과서는 4년 전과 내용상 별 차이가 없으나 영토 및 영해표기는 일본정부의 입장이 교과서에 뚜렷하게 반영되어 있다.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군)의 책임을 회피 또는 극소화 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대사 부분에서 사실관계의 오류와 왜곡이 방치되어 있다. 근세, 근대사 부분에서는 침략의 합리화 혹은 정당화하는 등 잘못된 역사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몇 가지 대응방안을 제기해 본다.
첫째, 일본의 논리를 극복할 수 있는 치밀한 실증적ㆍ이론적 연구가 수행되어야 하고 동시에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해야한다.
둘째, 학회, 연구자 차원의 학술교류를 통해 공동의 역사인식을 도모해야 한다.
셋째, 집단적 시위나 국민적 감정의 과잉표출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양식 있는 시민단체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인류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국제적 호소와 협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