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4일 모스크바에선 국제지도학회(ICA)의 총회와 지도 관련 학술발표회가 7일간의 일정으로 개최되었다. 4년마다 개최되는 국제지도학회의 총회와 더불어 진행된 학술발표회에선 전세계 지도 관련 학자, 전문가들이 총 26개의 주제에 대해 약 5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그야말로 지도학에 관련한 전세계적 지적 논쟁의 장이었다.
동해표기 업무를 담당하는 필자의 관심은 당연 동해명칭과 같은 지명 관련 학자들의 논문 발표였지만 아쉽게도 지명에 관한 논의는 몇몇 기술적 주제 외에는 크게 눈이 띄는 것이 없었고 아직도 많은 학자들이 동해 표기 이슈에 대한 지식이 부재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필자는 본 학술행사의 참여를 통해 동해표기 관련 업무의 향후 방향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지도는 이제 정보통신의 발달에 힘입어 새로운 변화의 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지도는 종래의 종이에 인쇄된 개념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지도, GIS, 측지 및 Geo-Sciences 를 종합한 결과로써 새로이 등장하고 있었으며, Hard copy 개념이 아니라 Digital, Real-time, User-Oriented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지도의 변화와 더불어 지도학계의 관심 또한 종래의 지도 제작, 분석에서 최근에는 사용자에게 정확한 지리정보를 어떻게 손쉽게 전달할 수 있는가 하는 논의로 옮겨가고 있었고 이러한 논의의 한가운데에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정보통신 수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미 'Google Earth', 'Mapquest.com'과 같은 인터넷 매체를 통한 지리정보의 습득이 일상화 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지도학계는 이에 대한 합리적 대응방안 모색과 더불어 정확한 지리정보의 올바른 전달 및 시각화라는 지도의 본연의 역할이 이러한 격변의 과정에서 훼손·왜곡되는 것에 대한 우려와 해결책 모색에 부심하고 있었다.
이러한 지도학계의 고민과 궤를 같이 하여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에 따른 지도의 혁명적 변화는 동해표기 문제에도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기존의 지도 공간에선 불행한 역사의 산물인 '일본해'가 기득권을 차지한 채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지도의 지평이 확산되고 있는 현시점에선 지속적, 체계적 대응의 여부에 따라 동해바다가 본연의 이름으로, 본연의 정체성으로 세계지도에서 온전히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한하다. 하지만 동시에 온라인이 오히려 기존의 오류가 전이, 확산되는 새로운 통로로 활용될 수도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우리는 주지해야 할 것이다.
지금껏 동해표기의 정당성 확산을 위해 다각적인 접근이 진행되었고 앞으로도 그러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정보영역이 그 폭발적 힘과 함께 전지구인의 삶에 중요한 일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고 향후 그 영향력과 파급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새로운 도전과 기회의 영역을 동해표기 확산의 전기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현명한 대처와 체계적 준비가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