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이 일본의 식민지에서 벗어난 지 76년이 되었지만, 일제강점기에 자행된 일본의 한국인 학살 만행의 진상은 아직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은 1894년 전후 시기부터 1945년 8월 15일 일본 제국주의 침략 세력의 패망 전후 시기까지 약 55년간 일제 침략 세력이 국내외 각지에서 벌인 한국인 학살과 각종 만행의 진상을 서술하였다. 식민 지배의 역사를 청산하고 한일우호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과거 사실을 직시하고, 그 의의를 성찰하여 과거의 잘못을 다시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이 과거와 현재 사실의 올바른 인식과 해석을 도와 참다운 한일 우호 관계를 정립하는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문명과 야만, 두 얼굴의 일본·일본인 『일제강점기 학살당한 한국인들』을 말한다
일본인 화가가 그린 한인 학살 그림
필자는 독립기념관에 재직하고 있을 때인 1999년 11월 일본 도쿄(東京) 교외에 있는 국립역사민속박물관과 오사카(大阪)에 있는 골동품상점을 방문해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인들의 ‘조선인’ 학살 만행을 목격한 화가가 그린 그림 원본을 직접 본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관동대진재(震災)라고 하는데, 그림 내용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이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뒤 동북아역사재단에 재직하고 있을 때인 2013년 7월 말에 다시 국립역사민속박물관을 방문해 관동대지진 당시 한국인 학살 관련 내용을 전시하고 있나 찾아봤다. 그런데 한인 학살 관련 그림과 자료, 지진 관련 영상이 전시·상영되고 있었다. 그들로서는 감추고 싶은 자료를 일본 국민들에게 나름대로 전시, 교육하고 있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도 이러한 그림과 자료들이 그대로 전시되고 있는 지는 알 수 없다.
재단은 2013년 8월 말에 일본 관동대지진 때 한인 학살 문제 관련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고, 연말에 『관동대지진과 조선인 학살』을 간행했다. 또 이 책을 일본어로 번역해 『관동대진재와 조선인 학살(關東大震災と朝鮮人虐殺)』(論創社, 2016)을 출판, 다수의 일본인들도 진상을 알 수 있도록 했다. 필자 역시 이 책에 『독립신문』 보도 한인 학살 관련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다.
1920년 말 일본군의 중국 연변지역 한인 학살로 희생된 한인들의 합동 장례식(김재홍 제공)
이러한 배경에서 2020년 재단 공모사업으로 추진된 ‘일제침탈사 바로알기’ 집필에 참여하게 됐다. 애초에 관동대진재 당시 한인 학살이나 일본 군경의 수원제암리 만행, 유관순 관련 충남 병천(아우내) 3·1운동 탄압, 그리고 1920년 말 중국 연변(북간도) 지역에서 자행된 일본군의 한인 학살만행 등에 대해서는 연구 실적이 있었지만, 다른 주제들에 대해서는 필자의 연구 성과가 별로 없었다.
이 때문에 일본군의 동학군·의병 학살, 한국인 강제연행과 희생, 일제 패망 전후시기의 중국 해남도(하이난섬)와 일본 사할린에서의 한국인 학살 문제 등에 대해서는 김상기·박찬승·신영우·홍순권·방일권·정혜경 등 전문 연구자들의 논저와 도노무라 마사루(外村大), 다케우치 야스토(竹內康人) 등 일본인 연구자, 관련 민간단체, 언론 기사 제공 자료 등을 널리 활용할 수 밖에 없었다. 책을 쓰면서 일제 침략기나 강점기에 일본 측의 학살이나 만행 관련 기초연구가 별로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와메 데이지(河目悌二, 1889~1956)의 한인 학살 묘사 그림
(출처 : 도쿄 재일한인역사자료관, 원본은 일본국립역사민속박물관 소장)
가야하라 하쿠도(萱原白洞, 1896~1951)의 그림 ‘동도대진재 과안록(東都大震災 過眼錄)’에 그려진 한인 학살 장면
(도쿄 고려박물관, 2018.8 특별기획전)
지속적 학살만행 조사·연구, 교육 절실
이제 재단에서 본격적으로 일제침탈사 연구총서와 자료총서, 교양총서가 출판되고, 널리 보급·활용된다면 국내 일부 인사들은 물론, 일본 정부와 일부 우익 인사 등의 일본 침략·식민지 지배 미화, 강제 연행·학살 부정 등에 대한 상당한 견제가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
아쉽게도 필자의 능력 부족과 지면의 제한 등 여러 사정으로 당초 서술코자 했던 1919년 경남 창녕과 경기도 안성의 원곡·양성면, 평남 강서(사천)·맹산군 등지에서 일본 군경의 3·1운동 탄압과 학살, 1920년 말 일본군의 서간도 지역 한인 학살, 같은 해 4월 러시아 연해주 4월 참변, 또한 1930년대 만주 독립군과 항일빨치산 탄압과 재만(在滿) 한인 학살 문제 등을 서술하지 못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 분야 자료와 국내외 연구 성과를 활용하여 증보 개정판이나 별도의 학술 단행본을 냈으면 한다.
문명과 야만, 과거 두 얼굴의 일본 정부당국과 일본인들의 모습! 그들 바로 옆에 살고 있는 우리는 항상 이들의 동향과 특유의 체면치레와 본심(本心), 국제관계 등을 예의주시하고, 다시는 과거와 같은 무시무시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자강불식하는 한편, 선린우호 관계를 잘 유지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속적 학살·만행의 조사·연구, 교육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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