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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새 책
『20개 주제로 본 한일 역사 쟁점』
  • 최이락(연합뉴스 전국부장, 전 연합뉴스 도쿄지사장)

냉각, 경색, 사상 최악, 외면. 최근 한일 관계에 대한 보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수식어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10여 년간 한일관계의 흐름을 보면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악화일로였다가 2016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회복 단계로 들어서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17년 12월 우리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의 검증결과 발표와 다음 해 10월 일본 기업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 배상 판결 그리고 같은 해 12월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사건을 거치면서 양국의 관계는 전대미문의 경색 국면으로 들어섰다.



강제 동원 배상 판결, 위안부 합의 등의 쟁점을 심도 있게 분석하다

6월 들어 정경두 우리나라 국방부 장관과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이 8개월 만에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열고 냉각된 국방 교류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한 상황이다. 이는 지난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강경화 외교장관에게 한 말로도 짐작 가능하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감을 갖고 (강제 동원 판결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내는 발언이다. 장관급인 일본 외무상이 한 나라 정상의 책임을 언급하는 게 격에 맞지 않다는 것을 그가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도적 도발’을 한 것은 양국 간의 관계 정상화의 길이 멀고도 험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필자가 글의 서두에서 다소 길게 한일 관계 현주소를 언급한 것은 동북아역사재단이 최근 발간한 책 『20개 주제로 본 한일 역사 쟁점』이 앞서 언급한 키워드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음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필자는 2007년부터 3년간, 그리고 2016년부터 또다시 3년 동안 총 6년에 걸쳐 연합뉴스의 도쿄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변화무쌍했던 한일 관계를 취재해 왔다. 이를 위해 개인적으로 한일 관계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정리, 축적해서 기사 작성 시 활용해 왔지만 재단이 발간한 『20개 주제로 본 한일 역사 쟁점』을 한 장 한 장 읽어 나가면서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재단 새 책



한일 갈등 사안을 쟁점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일본에서 취재 활동을 하는 우리나라 도쿄 특파원들에게 필독서로 추천할 만하다. 또 통일·외교·안보 분야를 담당하는 언론인이나 이들 분야의 연구자, 학생 등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라 말할 수 있다. 한일 관계의 역사와 현주소, 갈등 사안의 역사적 맥락과 의미, 갈등의 진행 과정 그리고 한일 간의 입장 차 등에 대해 일목요연하면서도 깊이 있게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최근 한일 관계를 최악의 경색 국면으로 몰고 간 것은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 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측의 강한 반발 때문이었다. ‘가해자’ 쪽인 일본의 반발 수위는 우리 입장에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일본의 과도한 대응은 이 책의 제4장 두 번째 글인 「1965년 한일협정:성과와 한계」를 보면 그 배경을 유추할 수 있다. 동북아역사재단 조윤수 연구위원은 이 글에서 “현재 존재하는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의 기원은 식민지 지배가 불법이라는 한국과 합법이라는 일본의 인식 차이에 있다”라고 지적한다. 조 연구위원은 “과거사 때문에 관계가 나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현재 관계가 나쁘기 때문에 과거사를 둘러싼 문제들이 심각해질 수도 있다”며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어떻게 지혜롭게 처리할 것인가는 영원한 숙제”라고 덧붙였다.



야스쿠니, 일본 침략전쟁에 대한 왜곡된 역사인식의 원천

매년 봄, 가을, 광복절이면 일본 정치인들의 참배로 문제가 되는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다루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의 역사부터 역할, 문제점까지 짚고 있는 것이다. 재단의 남상구 연구위원은 「야스쿠니 신사, 추모시설인가, 침략전쟁 미화 시설인가?」라는 글에서 “일본 총리와 정치가의 참배가 외교 현안이 되다 보니 야스쿠니 신사 문제라고 하면 총리나 정치가의 참배 문제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그렇다면 일본 총리나 정치가들이 참배하지 않으면 야스쿠니신사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일까?”라고 묻는다. 그는 한국인 무단 합사 문제, 일본 총리의 참배 및 위헌소송 등을 소상하게 파헤친 뒤 “침략을 인정하는 것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전사자에 대한 모독이라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한 왜곡된 역사인식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한일 간 갈등의 뿌리까지 친절하게 분석하다

이러한 한일 간의 거시적 갈등 현안과는 별도로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한국인의 과거와 오늘을 조망한 이양수 오사카경제법과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객원연구원의 글 「재일한국인의 역사, 차별과 맞서 싸운 사람들」도 한일 관계를 이해하는데 빠져서는 안 될 부분이다. 필자가 일본에서 취재를 하며 만났던 재일한국인들은 과거에 비해 개선되었다고 해도 재일한국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은 여전하다고 이야기한다. 자신들을 향하는 일본 사회의 시선은 한일 관계의 부침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이양수 연구원은 이 글에서 “과거사 청산을 못하고 있는 한일 간에 재일교포의 징검다리 역할은 크다”며 “재일교포의 진가는 남북의 정부가 아니라 스스로 개척해 가야 할 것”이라며 재일한국인의 주도적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또 일본군‘위안부’ 등의 현안뿐 아니라 임나일본부설, 임진왜란, 조선통신사, 메이지유신과 조선 침략론, 일본의 한국 식민지 통치 등 시간을 거슬러 올라야 마주하는 한일 관계의 쟁점들도 소상하게 소개한다. 현재 한일 간의 갈등뿐 아니라 이들의 갈등을 불러온 뿌리를 이해함으로써 현안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통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