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협업 및 소통 강화’를 주제로 한 하반기 워크숍은 11월 13일부터 1박 2일, 11월 20일부터 1박 2일의 두 차례 일정으로 나누어 여주와 공주에서 진행됐다.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배려가 담긴 운영방식이었다. 전사적 규모의 단일 행사는 아니었지만, 참여한 부서 구성원들이 오히려 밀착된 형태로 상호 업무를 이해하며 소통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총 4개 팀, 팀당 20여 명으로 구성된 참여자들은 각자의 소임에 매진해 온 일상의 순간을 함께 되돌아보며, 업무 속에서 쌓였던 긴장을 풀어내는 일종의 ‘힐링’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소규모로 마주 앉아 서로의 에피소드와 오해, 인상 등을 공유하며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와 같은 격려의 말들을 훈훈하게 주고받았다.
이번 워크숍은 인적 역량 강화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재단 목적 사업의 주요 축인 ‘동북아 역사의 변화’를 체험하는 현장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자리였다.
세종대왕릉과 신륵사, 여주로 가다
고려시대 대장경을 보관하는 법보사찰로 지정될 정도로 큰 사찰인 신륵사는 산속이 아닌 강가에 자리 잡은 독특한 자연환경이 먼저 눈길을 끌었다. 관음전과 극락전, 다층석탑과 다층전탑, 고려시대 비각·석탑, 조선시대 동종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고찰을 거닐며, 그 어우러짐과 깊은 관록을 느낄 수 있었다. 혜목산 아래 위치한 고달사지 역시 또 다른 천고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었다. 국보와 보물이 남긴 장엄한 조형미는 폐사지의 고요함 속에서도 대가람이 지녔던 위상을 웅변하는 듯했다.
신륵사 다층전탑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재단 직원
신륵사를 원찰로 둔 세종대왕릉은 신륵사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깨끗하게 정비된 재실을 지나 홍살문에 다다르자 홀연 주변을 감싸는 숙연한 바람이 우리를 맞았다. 그리고 정자각에서 무릎 꿇고 맞춘 시선이 정자각 뒷문 너머의 언덕을 가리켰다. 바로 위에 모셔진 세종의 영령이 바람을 불러 우리의 발걸음을 이끌었나 보다. 정자각 왼쪽으로 단장된 숲길을 따라 약 3백 미터 정도 올라 능침의 서편 가장자리까지 갈 수 있었다. 가벼운 묵념 속에서, 자기 완결적 문명국 조선의 전형을 이룩한 세종의 치적을 되새기며 경의를 표했다.
정자각으로 내려와 반대편 오솔길을 따라 1킬로미터 정도 걸어서 효종대왕릉에 도착했다. 북벌을 꿈꾼 효종의 영면 공간은 세종의 그것에 비해 다소 소박하게 느껴졌다. 이러한 단출함 때문일까? 명·청 교체기라는 격변의 동북아 정세 속에서도 문명국 조선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했던 효종의 결의가 뇌리를 스쳤다. 단장 공사가 진행 중이라 입구에서 먼발치로만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던 점이 아쉬움을 더했다.
양섬은 나들이하기 좋은 한강의 정취를 자아냈다. 잔잔히 흐르는 남한강을 바라보며 고즈넉한 평화로움에 잠길 수 있었지만, 천주교 박해와 한국전쟁기 양민학살이라는 피의 기억이 남아 있는 장소이기도 하기에 그 고요함 속 어딘가 떨림도 느껴졌다.
무령왕릉과 공산성, 공주로 가다
천년의 세월을 견뎌온 동학사와 마곡사의 석탑이 우리를 맞았다. 망국과 정변의 상흔을 치유하려 했던 전통을 지닌 동학사. 박제상, 정몽주, 길재 등 충신의 초혼제를 이어 갔고 세조마저 직접 초혼제를 올리게 했던 엄정함이 오르내리는 돌계단 곳곳에 서려 있는 듯했다. 자장법사와 지눌대사의 자취를 간직한 천년 고찰 마곡사는 이곳에서 출가한 백범 김구 선생의 우국충정을 통해 동학사의 충혼과 조용히 호응하고 있었다.
왕가의 묘역으로 알려진 무령왕릉과 왕릉원은 세종대왕릉과는 또 다른 숭엄함의 공간이었다. 송산의 아늑한 남쪽에 자리 잡은 고분 뒤로 절정의 가을 단풍 숲이 거대한 병풍석처럼 둘러싸며 우리를 무령왕릉으로 재촉했다. 백제·삼국·동아시아를 함께 품은 압도적인 무령왕릉 유물은 수려함과 절제의 조화를 자랑하며 문명국 백제의 품격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정상에서 고분군 숲길을 따라 내려갈 때 마주한 만추의 풍경은 전시관에서 경험했던 백제다움의 미학과 맞물려 은근한 감흥을 불러냈다. 고도(古都)의 위의를 드러낸 공산성 정상 왕궁지에서 바라본 무령왕릉과 왕릉원의 장대한 전경은 천년 문명과 역사의 자부심을 다시금 북돋웠다.
이번 탐방을 통해 세종대왕릉, 효종대왕릉, 무령왕릉뿐 아니라 공산성과 마곡사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류 문명을 담고 있는 우리 역사의 소중함을 되뇌며, 북녘과 만주 벌판에서 밀레니엄의 시간을 거쳐 남겨진 우리의 문명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동시에 우리 재단이 수행해야 할 소명도 새롭게 각인했다.
올해 상반기 워크숍에서 재단의 정체성과 공공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면, 이번 하반기 워크숍은 서로 건넨 수고와 감사의 말을 짙은 울림으로 전하며 조직 속 ‘사람’의 의미를 상기시켰다. 이러한 소통의 여운이 앞으로의 업무와 운영 속에 오래도록 남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