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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회의 현장
한국사를 종단하며: 여행 서사로 본 세계, 교류, 그리고 인식
  • 구도영 한중연구소 연구위원
재단-유럽 한국사연구모임(ENKH) 국제학술회의
 

재단과 베를린자유대학 공동 주최, 국제학술회의
 
2025년 10월 30~31일, 재단과 베를린자유대학교 한국학과가 공동으로 주최한 국제학술회의가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었다. 
 
그동안 한국학 국제학술회의는 주로 한국에서 대회를 열고 유럽의 한국학자를 초청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으나, 올해 베를린에서 열린 회의는 한국 연구자들이 직접 유럽 대학 속으로 들어가, 그 사회 속에서 호흡하며 현지 연구자들과 보다 긴밀히 교류하고자 한 것이었다. 한국사 연구자들이 유럽 학계와의 ‘거리 좁히기’를 위해 실제로 그들의 공간으로 걸어 들어가는 방식은, 기존의 학술회의와는 다른 접근이며, 한국사 연구자들이 유럽 학계와의 교류 기반을 차분하게 넓혀 나가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방향성을 제공하고, 향후 한국학 확장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본다.
 

베를린에 모인 유럽 각국의 연구자
 
이 학술회의는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고, 독일, 영국, 프랑스, 루마니아, 이탈리아, 네덜란드, 크로아티아, 덴마크, 스페인, 체코 등 유럽 10개국에서 온 14명의 연구자가 참여했다. 하나의 학술대회에서 이처럼 다양한 국가의 연구자들이 한꺼번에 모인 사례는 흔치 않다.
 
이들은 각자의 연구 주제를 바탕으로 발표를 진행했을 뿐 아니라, 발표자와 참관자 모두가 서로 긴밀하게 질문을 주고받으며 한국학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학술회의의 주제는 “한국사를 종단하며: 여행 서사로 본 세계, 교류, 그리고 인식(Traversing Korean History: Ideas of the World, Exchange and Perception in Travel Narratives)”이었다. ‘여행’이라는 주제가 주는 개방성과 이동성 덕분에, 발표자들은 서로의 시대적 배경이 다름에도 자연스럽게 하나의 큰 흐름 속에서 논의를 이어 갈 수 있었다.
 
한국학 연구자들
  베를린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연구자들
 
 
폭넓은 시대와 주제를 아우른 발표
 
발표에서 다룬 시대적 범위는 매우 넓었다. 한국 청동기시대 고고학에서 출발해, 고려 후기 문인 이규보의 『남행월일기』 분석, 13세기 말 동아시아 해역에서의 왜구 문제, 그리고 조선통신사가 일본에서 사용했던 일본어 교재 연구까지 이어졌다. 또한 조선과 명·청 사이에서 오가던 사신들의 연행록과 통신사행록 속 기록은 오늘날 시각으로 보아도 생생한 타자 인식과 외교 경험을 담고 있어 큰 관심을 모았다. 양국 지식인들이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방식,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해와 기대가 교차했던 지점을 조명하려는 문제의식도 확인되었다. 동시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K-담론의 관점에서 읽어낸 발표는 문화의 혼종성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질문을 던지며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번 학술회의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유럽 여행가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남긴 기록들이 다수 발표되었다는 점이다. 미국, 스페인, 중국, 체코슬로바키아 등 다양한 국적의 여행가들이 남긴 기행문 속에는, 조선을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선과 상상, 기대, 조심스러운 관찰이 담겨 있었다. 이 중에는 한국 학계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기행문 자료도 포함되어 있어, 이 발표들은 한국학 연구의 자료 기반을 한층 더 풍부하게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체 발표가 청동기시대부터 20세기 초까지를 아우르는 통시적 구성이었고,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해적, 관광, 기행문, 외교, 외국어 학습, 도시로의 이동, 유럽인의 조선 인식,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평가 등 다양한 주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여행 경험이 한국사의 흐름과 국제관계, 문화교류의 양상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인 접근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각국연구자1  각국연구자2
각국연구자3  각국연구자4   
학술회의에서 발표하는 각국 연구자들
 

ENKH의 본격화, 다음 회의를 기약하며 
 
올해는 2년마다 유럽 여러 대학을 순회하며 학술회의를 공동으로 개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ENKH(European Network for Korean History)도 구체화하기 시작하였다. 
 
재단과 ENKH는 2026년과 2027년 학술회의를 네덜란드 라이덴대학교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고려사 연구로 잘 알려진 렘코 브뢰커 교수가 ENKH의 회장으로 선출되어 향후 2년간 재단과 함께 국제학술회의를 기획하고 한국사 연구의 국제적 협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학 국제학술회의가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더 성장할지 기대된다. 
 
브뢰커 교수
2026~2027년 ENKH 회장으로 확정된 렘코 브뢰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