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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역사포커스 제15호 「이야기와 그림, 고구려 속으로」
  • 배현준 한중연구소 연구위원
광활한 만주 벌판을 누비던 고구려의 역사는 흔히 전쟁과 정복의 연대기로 기억된다. 국가의 성립부터 광개토왕의 영토 확장, 수·당과의 전쟁, 그리고 멸망까지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정치적 사건과 군사적 성과에 시선을 집중해 왔다. 하지만 그 흐름 아래에는 고구려를 이끈 수많은 인물이 있고, 그들이 누렸던 생동감 있는 문화가 숨어 있다.
 
이번 동북아역사포커스 제15호에서는 연대기적 역사서술의 무거움을 덜어내고 한 발 물러서서 고구려를 새로운 각도에서 만나보려 한다. ‘인물의 이야기’와 ‘벽화의 그림’이라는 두 개의 창(窓)을 통해 당시 고구려의 사회와 문화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호 포커스는 「이야기와 그림, 고구려 속으로」라는 제목 아래 ‘이야기로 만나기’와 ‘그림으로 만나기’ 두 부분으로 구성했다.
 
동북아역사포커스15호표지 1125
동북아역사포커스 제15호(2025 겨울)
 

이야기와 그림을 통해 고구려와 만나기
 
<포커스 Ⅰ: 이야기로 만나기>에서는 신화 속 왕에서부터 실제 역사 속 인물까지, 다양한 인물의 삶을 통해 고구려 사회의 변화를 조명한다. 권력, 신분, 운명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이야기로 펼쳐지는 과정에서 독자는 그 이면의 고구려 사회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정빈(경희대학교)은 「이방에서 온 낯선 왕: 부여의 동명과 고구려의 주몽」에서 동명과 주몽 신화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이방에서 온 낯선 왕’이라는 공통 서사를 찾아낸다. 이어서 부여와 고구려, 특히 고구려가 어떻게 왕권의 신성성과 정당성을 표현하려 했는지를 읽어낸다. 강진원(숙명여자대학교)은 「6세기 고구려가 품은 왕의 남자 온달」에서 온달이 단순한 ‘공주의 남자’가 아니라 왕의 개혁의지 속에서 ‘왕의 남자’로 출세했다는 시각을 제공한다. 그리고 온달의 삶은 이후 신흥세력의 부상과 고구려 군사정책의 전환점을 알리는 이정표였음을 강조한다. 김진한(경북대학교)은 「연개소문과 고구려의 흥망」에서 7세기 고구려 말기의 집정자 연개소문을 중심으로 권력의 성격과 국가의 흥망을 탐구한다. 연개소문의 일대기를 통해 국가의 흥망은 외부 침략보다는 내부 불화와 불의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포커스 Ⅱ: 그림으로 만나기>에서는 시각적 증거로서 고분벽화를 통해 당시 고구려의 사회와 문화를 생생하게 복원한다. 밥상을 차리고 손님을 맞이하는 일상의 순간들, 이색적인 유라시아 문화의 흔적, 이주민이 남긴 삶의 자국 등 벽화 속 이미지는 고구려가 역동적이면서도 개방적이고 온화했던 사회라는 점을 무언의 언어로 증언한다. 
 
김근식(전남대학교)은 「벽화가 전하는 고구려인의 식생활」에서 고구려인이 풍족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손님맞이’에 진심이었고, 야외에서 음식과 오락을 즐기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당시 고구려인의 생활방식, 사회적 유대 등을 우리에게 전해주는 매개체로서 벽화의 역할을 부각시킨다. 박아림(숙명여자대학교)은 「유라시아 전통과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고구려 벽화에서 보이는 기마 인물의 파르티안 샷, 나무와 결합된 씨름도, 말과 마차 구성, 서역인의 모습 등 유라시아 문화 요소를 초원문화 속에서 추적한다. 그리고 고구려 고분벽화를 유라시아 미술의 흐름 속에 재배치하여 고찰해야만, 고구려 미술의 진정한 역사적 위상을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안정준(서울시립대학교)은 「고분벽화로 본 고구려 속의 이주민 사회: 낯선 이들이 그린 또 하나의 고구려 상(像)」에서 벽화를 통해 고구려가 가진 다문화 사회의 면모를 소개한다. 이주민이 남긴 석실봉토벽화분에는 그들의 장례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이는 고구려가 주변국과의 경쟁 속에서도 전략적으로 외부인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전통을 유지할 자유를 허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역사현장에서 만나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체험! 역사현장>에서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루는 두 편의 글이 실렸다. 배현준(재단)은 「부여의 땅 위에 선 고구려, 나통산성을 가다」에서 중국 지린성에 위치한 고구려 나통산성이 부여 땅에 축조된 역사적 맥락을 살피고, 미완의 관광지로 남아 있는 현재를 답사기 형식으로 소개한다. 김상규(경기연구원)는 「중국 ‘승전 80주년’ 열병식이 우리에게 던진 질문」에서 ‘항일전쟁·세계반파시즘전쟁 승리 80주년’ 열병식을 분석했다. 이 행사는 ‘과거 전쟁에 대한 기억’을 현재의 최신식 무기체계 과시를 통해 ‘미래의 자신감’으로 전환하려는 의도와 함께, 북한·중국·러시아 연대의 공고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음을 지적한다.
 

대화와 이해, 협력 그리고 자아성찰
 
<NAHF 톺아보기>에서는 이번 여름과 가을 재단에서 개최한 주요 학술회의와 콜로키움의 성과와 의의를 소개했다. 7월에 개최된 한일 국제학술회의 <일본에서 본 한일관계>에서는 일본 내 한국 관련 차세대 연구자들을 초청하여 한일 관계의 사회·역사·정치적 쟁점을 폭넓게 논의했다. 이경미 재단 연구위원은 이번 학술회의를 ‘시선’이 교차하는 ‘대화’의 장이었다고 평가한다. 8월에 개최된 한중 역사·고고학 분야 학술회의 <동북아시아의 역사와 문화>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학자들이 직접 대면하여 고대 한중의 교류와 갈등, 국제정세의 변화 등을 주제로 각자의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이규호 재단 연구위원은 이와 같은 학술 교류를 한중 역사 갈등 해소의 근본적인 토대를 마련하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한다. 10월에 개최된 <독도연구소 콜로키움>에서는 120년에 걸친 일본의 독도침탈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장정수 독도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콜로키움이 일본의 독도 침탈의 역사를 성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역사서술과 학제 간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함으로써 앞으로 독도 연구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는 뜻깊은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이번 『동북아역사포커스』 제15호는 익숙하지만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고구려의 역사를 ‘이야기와 그림’을 소재로 당시 사회와 문화를 알기 쉽게 소개하고자 했다. <포커스>에서는 총 6편의 옥고가 여러분을 고구려 속으로 안내한다. <체험! 역사현장>에서는 고구려 유적의 과거와 오늘, 중국의 열병식 행사가 가지는 의미를 되짚어준다. 마지막으로 에서는 재단의 학술행사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