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의 발해 유적 발굴조사
▶ 발해 유적 발굴조사의 현황
재단의 발해 유적 발굴조사는 주로 중국과 러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북한 지역에도 다수의 발해 유적이 분포하고 있으나, 남북 학자 간 공동 발굴이나 조사는 아직 실현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 밖에도 재단에서는 현재의 몽골 지역까지 발해 유적 조사의 대상 범위를 확대하였다. 이는 발해 멸망 이후 발해 유민들의 분포와 관련이 있으며, 몽골 지역에 산재한 발해 유민 유적과 유물 조사는 디아스포라(Diaspora: 이주, 분산) 발해 연구의 중요한 과제가 된다. 이에 따라 재단의 발해 유적 조사는 자연스럽게 중국 동북 지역, 러시아 연해주, 그리고 몽골 지역을 주 무대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발해 유적 발굴 현황을 보면, 2000년대 이후 중국 학계는 대규모 조사와 함께 다수의 발굴보고서를 발간하였다. 대표적인 출간 보고서로는 『서고성』(2007), 『상경성』(2009), 『홍준어장』(2009), 『육정산』(2012), 『팔련성』(2014), 『용두산』(2025) 등이 있다. 비록 한국 학자들이 직접 참여하지 못했으나, 이 보고서들은 발해사 연구를 위한 1차 자료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재단은 이러한 중국 내 발굴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그 성과와 한계를 분석해 왔다. 중국 측 발굴의 특징은 비교적 일방적이고 폐쇄적이라는 점인데, 공동 조사가 배제된 상황에서는 유적과 유물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고, 발굴 해석 역시 자국 중심의 관점으로 편향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러시아의 크라스키노 발해 염주성 발굴은 재단과 러시아과학원이 공동으로 장기간 수행한 국제협력의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 이 유적은 발해사 연구에 결정적인 자료를 제공하였으며, 재단이 주도한 국제 공동 연구의 대표적 성과로 자리매김하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중국 내 발해 유적에 대한 한국의 직접 발굴 참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나, 러시아 연해주에 산재한 발해 유적은 한국 학자들이 공동 발굴과 조사를 계속할 수 있었다. 러시아에 산재한 발해 유적의 고고학적 성과를 통해 문헌사료의 부족을 보강하며 발해사 연구를 심화할 수 있었다. 특히 매년 발굴 성과를 정리하여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한 한국사임을 입증하고, 중국의 동북공정에 학술적으로 대응했다.
그런데, 북한의 발해 유적 발굴은 재단과 한국 학자들이 직접 공동 발굴을 수행할 수 없었다. 그런 가운데,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연변대학교를 통해 북한 유적 발굴 성과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이는 연변대학교 발해사연구실 학자들이 북한 학자들과 공동 발굴한 결과물을 출간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재단으로서는 중국 못지않게 접근이 어려운 북한 발해 유적 발굴 결과를 보고서로 출간함으로써 남북 간 학술적 거리를 실낱같이 이어갈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는 재단이 평소 연변대학교와 지속적으로 유지해 온 학술교류 기반 위에서 가능하였다.
몽골 내 발해 유적 조사는 거란 유적과의 연계 속에서 진행되었다. 특히 크라스키노 발해 염주성 발굴에 참여한 러시아 학자들이 몽골 발해 유적 조사와의 연결고리를 제공하였다. 이후 몽골 내 거란 유적 발굴 책임자와 직접 교류하며, 발해 유민 관련 유적과 유물을 조사하였다.이처럼 재단에서 추진한 다양한 발해 유적 조사는 단순한 발해와 발해 유민의 디아스포라 회복을 넘어, 아나스포라(Anaspora: 귀향, 회향) 발해 인식의 중요한 기반을 마련하였다.
▶ 재단의 조사와 관련 성과 출간 상황
① 중국
중국 측 발굴의 특징은 일방적이고 폐쇄적이라는 점이다. 1960년대 중국과 북한의 공동 발굴조사는 양국이 각각 보고서를 출간했는데, 특히 북한은 발해의 고구려 계승성을 강조했다. 이후 중국은, 북한은 물론 한국, 일본, 러시아와의 발해 유적 공동 조사 교류를 배제하였다. 이에 따라 중국 내 발해 유적과 유물은 재단 연구자들이 직접 확인하기 어렵고, 발굴 해석 역시 자국 중심으로 편향될 가능성이 커졌다. 필자는 재단의 기획연구로 『발해 유적의 국가별 발굴성과와 재해석』(2020)을 출간하여, 중국 측 발굴조사의 한계를 지적하고 학문적 대안을 모색하였다. 특히, 오랫동안 출간이 지연되었던 용해고분군(龍海古墳群) 발굴보고서가 2025년 『용두산발해왕실묘지보고서』로 공개된 것은 늦었지만, 향후 발해 유적 해석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용두산발해왕실묘지보고서』는 발굴 종료 후 십수 년이 지난 시점에야 출간되었다. 다른 발해 유적 발굴보고서 역시 발굴 종료 시점과 출간 간격이 길었다. 이에 재단은 중국 현지 유적을 직접 조사하는 방식을 취하며, 발해사 세부 분야 전문가들의 분석과 모니터링을 통해 발해 유적의 보존·관리·활용 변화상을 지속해서 정리하였다. 또한, 중국 측 발굴보고서 출간 이후 예상되는 중국의 발해 유적 세계유산 등재 움직임까지 시야에 넣어 조사하였다. 재단에서는 출간되는 중국 측의 발굴보고서를 입수하여 번역과 함께 학술회의 등을 통해 발해사학계에 성과를 제공하였다. 또 현지 조사를 종합하여 실태조사 분석자료집으로 정리하고, 계속되는 현지 조사의 방향을 마련하였다.
② 북한
북한 내 발해 유적 조사는 아직 직접 공동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그러나 재단 설립 이후 협력 파트너인 연변대학교가 북한 성과를 한국에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필자는 재단에서 부거리 일대, 회령 일대, 북청 일대 발해 유적 발굴보고서를 보정 후 한국에서 출간하였다. 『부거리 일대의 발해 유적』(2011)은 연변대학교 발해사연구소와 북한 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의 공동 발굴 성과를 정리한 보고서다. 『회령 일대의 발해유적』(2015)는 2012~2013년 북한 회령 지역 발해유적 발굴 결과를 연변대학교를 통해 접수, 원고와 도면을 편집·보정하여 출간하였다. 『북청 일대의 발해 유적』(2020)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출간되었다. 북한에는 발해시기 5경(京) 중 남경(南京)이 위치한다. 위 유적들은 바로 발해시기 남부 지역의 문화를 살필 수 있는 기초자료로 의미가 크다.
이러한 보고서 출간은 연변대학교를 매개로 이루어졌으며, 남북 간 직접 교류가 재개될 때까지 중요한 학술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앞으로도 재단은 연변대학교와의 학술교류를 계속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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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거리 일대의 발해 유적』
(동북아역사재단,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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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령 일대의 발해유적』
(동북아역사재단,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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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청 일대의 발해 유적』
(동북아역사재단,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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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몽골
몽골 내 발해 유민 관련 유적은 연해주와 중국 외 지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울란바토르에서 서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불간 아이막 톨강 유역에는 수백 곳의 거란계 성터가 존재한다. 이 중 본격적인 발굴은 소수지만, 친톨고이와 엠겐트 성은 발해 유민이 멸망 후 거란에 의해 이주하며 흔적을 남긴 곳이다. 바로 앞에서 언급한 디아스포라 발해의 대표적인 조사 대상이다. 이를 통해 기존 발해 역사 영역과 문화범위를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몽골 내 발해 유적 정보는 몽골 고고학자들이 국내에 제공하였다. 특히, 크라스키노 발해성 공동 발굴에 참여한 러시아 학자들이 몽골 내 발굴 소식을 전하며 조사 인연을 이어주었다. 이후 재단과 교류를 지속하는 몽골 학자들과 현지 조사를 수행하였다(『몽골 친톨고이 유적 발굴 보고서(2004~2007)』, 2009). 이는 한국과 몽골 학술교류의 중요한 성과이자 국제 역사공조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중국의 일방적 해석 비판에도 기여하였다.
『크라스키노 발해성: 발굴 40년의 성과』 출간과 활용
▶ 크라스키노 발해성 발굴조사 성과의 정리
중국은 ‘자국 영토 내 역사는 모두 중국사’라는 논리로 고구려와 발해사를 중국사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중국 내 발해 유적에 대한 한국의 직접적인 발굴조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러시아 연해주에 산재한 발해 유적은 한국 학자들이 공동 발굴과 조사를 지속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례였다.
연해주 발해 유적 중 크라스키노 발해 염주성(鹽州城)은 재단 설립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 극동 역사학·고고학·민족학연구소와 공동으로 발굴되었으며, 매년 발굴 성과를 정리하여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한 한국사임을 입증하며 중국의 동북공정에 학술적으로 대응해 왔다. 이러한 공동 발굴 성과는 매년 발굴보고서로 출간되면서, 러시아에 산재한 발해 유적의 고고학적 성과를 통해 문헌자료의 부족을 보강하며 발해사 연구를 심화시켰다.
재단은 크라스키노 발굴에 앞서 러시아 극동 역사학·고고학·민족학연구소와 공동 발굴 협정서를 체결하고, 이를 근거로 매년 발굴을 진행하였다. 발굴은 매년 여름 약 한 달간 수행되었다.
크라스키노 발해성의 획기적 성과는 ‘발해 조기 문화층’과 고구려 시기의 층위 및 유물 실마리를 확인함으로써, 새로운 염주성 발굴의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발굴 전개는 한국과 러시아 간의 긴밀한 공동 발굴 추진이 기반이 되었으며, 중국, 일본, 나아가 몽골 고고학계까지 주목하게 만들었다.
발굴 시기를 3단계로 나누면, 1단계는 1980~1992년 이전까지 러시아 측 단독 발굴과 1992년 이후 2006년 한·러 공동 발굴 시작 시기다. 이 시기에는 러시아 주도하에 한국이 참여하였다. 2단계는 2007~2010년으로 한국 측이 정식 발굴단을 구성하여 러시아 측과 명실상부한 공동 발굴을 진행한 시기다. 3단계는 2011년 이후 현재까지로 이전의 한러 발굴 기반 위에서 심화와 확장 발굴을 수행하며 양과 질 모두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시기다.
2016년에는 재단의 발굴이 이루어지지 못하였으나, 러시아 측 연구자들이 이를 해결하고, 2017년 재단은 러시아 극동 역사학·고고학·민족학연구소 내 발해연구협의회와 협약을 통해 후속 조치를 마련하여 발굴을 재개하였다.
필자는 정년 퇴임 전인 2018년까지 발굴을 수행하였다. 2018년도 조사에서는 성의 북쪽 중심 건물군, 북서쪽 사찰 진입로, 48구역을 대상으로 확장 및 심화 발굴을 진행하였다. 27, 28, 29 주거지로 이어지는 3동의 건물군이 확인되었고, 기존 도로 아래 새로운 도로의 발굴과, 발해 전체 시기를 보여주는 토층과 저장구덩이도 드러났다. 이러한 발굴 성과는 발굴 종료 후 이듬해 출간하는 발굴보고서를 통하여, 대내외 학계에 공개하여 발해사의 기초적 연구에 활용할 수 있게 하였다.
▶ 책의 내용과 구성
재단의 크라스키노 발해성 발굴 성과를 담은 보고서는 재단 설립 이후 2019년까지 12권의 발굴보고서로 출간되었다. 또한 크라스키노 발해성 발굴 성과를 종합한 『크라스키노 발해성: 발굴 40년의 성과』 를 출간하였다. 이 책은 재단이 추진해 온 크라스키노성 발굴을 포함하여 러시아 학자들의 초기 발굴 성과까지 종합하였다. 기존 발간된 발굴보고서들은 각 발굴 연도와 구역 단위의 조사 내용만을 담고 있으며, 하나의 유구를 여러 시기에 걸쳐 조사한 경우, 관련 내용이 서로 다른 연도의 보고서에 흩어져 있어 발굴 성과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이유로 크라스키노성에서 진행된 발굴조사의 모든 성과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종합 학술서가 필요하여 이 책이 기획되었다.
『크라스키노 발해성–발굴 40년의 성과』(동북아역사재단, 2021)
이 책에서는 유적 입지와 발굴 경과를 소개하고, 그동안 조사된 유구와 유물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또한 크라스키노성의 구획과 배치, 층위와 생활면의 상대·절대 편년 문제, 유적의 역사적 의미 등을 논하였다. 유구 소개는 연도나 구역 단위가 아닌, 서북지역, 중북지역, 중남지역, 동문지 일대로 구분하여 진행하였다.
주요 유구로는 1980년대 러시아 학자들의 성벽과 사원지, 2005년 발굴된 온돌 유구, 2015년 발굴된 발해 전체 시기를 보여주는 토층 등이 있다. 2011년 이후 최근 발굴에서는 도로 유구를 통해 계획 도성임을 확인하였다. 또한 기존 5개 생활면은 최근 발굴을 통해 6개로 세분되었다. 2015년 발굴에서는 토층 전체를 분석하여 발해 시기 이전 고구려 시기까지 성이 사용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유물은 불교 관련, 지붕 관련, 토제·석제·철제·청동(금동)제·청동-철제, 납·유리·뼈, 토기·자기·시유기, 식물·동물 유체 등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1980~2018년까지 발굴된 모든 생활면, 유구, 출토 유물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하였다. 향후 과제로는 유물 간 상대·절대 편년 작업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 크라스키노성은 발해 유적 중 가장 오랫동안 발굴된 표지 유적이다. 발굴 종합보고서 출간은 향후 후속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 책의 활용과 후속 연구
『크라스키노 발해성: 발굴 40년의 성과』는 출간 이후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에서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발해의 대표 항만 도시였던 크라스키노 유적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본 보고서는 동북아 고고학 연구의 전환점을 마련하였다.
참여 연구자인 필자와 정석배는 이후 다양한 저술을 통해 성과를 확장하였다. 필자는 「해동성국 발해로 다가가는 문, 연해주 크라스키노 성」(2021), 「나의 발해사 연구 여정 40년」(2021), 「크라스키노 발해성 발굴의 회고와 전망」(2024) 등에서 공동 발굴의 의미를 회고하였다. 정석배는 『발해유적총람 Ⅳ–러시아 지역』(2023), 『발해 강역 연구』(2024) 등을 통해 유적 편년과 공간 분석을 체계화하였다. 또 여러 소장학자들이 논문과 발표에서 이 책을 활용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재단의 이 책을 활용하여 크라스키노 발해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양샤오윈(楊筱筠)과 쑹위빈(宋玉彬)의 「크라스키노성 유적의 기와 연구」(『변강고고연구』, 2022)를 비롯해, 쑹위빈·자오후이위(嬌蕙羽)의 「진(震/振)국, 발해국, 해동성국, 동단국」(『중국변강사지연구』, 2023), 쑹위빈의 단행본 『발해 와당 연구』(문물출판사, 2023), 펑샨궈(彭善國)의 『발해국 문물 연구』(상해고적출판사, 2023) 등이 주목된다.
일본에서도 이 책을 토대로 크라스키노 발해성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고지마 요시타카(小嶋芳孝)는 「두만강 하류 지역의 초기 불교사원과 발해 동경 부속사원」(2024)과 「발해 멸망 이후의 크라스키노성 유적과 고분군」(2025)에서 크라스키노 지역의 역사적 위상을 새롭게 조명해 주었다. 일본은 일찍부터 러시아 연구기관과의 공동 조사를 추진해 왔지만, 주로 시굴 중심의 소규모 발굴이 이루어졌다. 특히 염주성 동문 일대를 중심으로 한 발굴 결과는 대학 학술지에 간략한 보고 형태로 소개되어 왔다. 그럼에도 일본은 러시아와의 협력 기반이 탄탄해, 학술회의와 공동 연구, 논문집 발간 등 학문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이 최근 중국과 일본에서의 크라스키노 발해 염주성 연구는 모두 재단에서 출간한 『크라스키노 발해성: 발굴 40년의 성과』를 다양하게 적용한 해석으로 기존 발해사 인식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를 통해서 이 보고서의 국제적 영향이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종합보고서를 넘어 학문 연구, 교육, 전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한국·러시아 공동 발굴의 경험을 기록한 성과물로 국제협력 성공모델로 자리매김하였다. 향후 발해사와 동북아 고고학 연구를 연결하는 학문적 플랫폼이자 국내외 학계가 공유하는 핵심 기반으로 기능할 것이다.
향후 발해 유적 조사에 대한 제언
재단은 매년 여름 크라스키노 발해 염주성의 발굴 성과를 정리하여 다음 해 보고서로 간행하며 학술적 신뢰도를 높여 왔다. 그런데 이들 유물이 러시아 연구기관이 관리하고 있어, 향후 공동 관리 체계와 자료 접근성 확대가 중요하다. 따라서 재단은 향후 크라스키노 발해 염주성 유물 종합전시를 위한 현지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한국 내 전시를 확장하며 중국·일본 순회전시도 개최할 필요가 있다. 중국 『용두산발해왕실묘지보고서』는 발굴 후 십수 년이 지나 공개되었으나, 재단의 러시아 발굴은 신속한 보고서 간행을 통해 국제적 연구 공유를 실현하였다. 앞으로는 발굴·보고·보존·연구·전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종합 운영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 체계는 국내 소장 연구자들이 현장에서 발해 유물을 직접 다루며 연구 연속성을 이어갈 기반이 된다. 동시에 국내외 학자 간 협력모델을 발전시키고, 발해 유적의 역사적 가치가 학계와 대중 모두에게 폭넓게 확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국 재단 주도의 향후 발해 유적 조사는 단순한 발굴 성과 축적을 넘어, 학술과 문화가 만나는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발해사 연구는 국제적 공감대 속에서 심화하며, 발해의 역사와 문화는 동북아 공동 유산으로 재조명될 것이다. 더 나아가. 발해사가 한국사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발해와 신라라는 남북국시대의 한 축으로서만의 시각은 좁은 범위의 발해 인식으로 귀결되는 것은 자명하다.
재단이 추구해야 할 앞으로의 발해 유적 발굴과 조사 방향은, 현재 각 나라에 분포해 있는 발해 유적과 유물의 종합적 관리를 위한 동아시아 발해 유적 공동 관리를 위해서도 큰 지침이 될 것이다. 발해 멸망 후 이루어진 발해 유민들의 디아스포라를 이제는 회향시킬 아나스포라 발해로 그 지평을 넓힐 시기가 더 늦춰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