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수교 35주년 공동학술회의 개최의 의미
9월 12일, 재단,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 그리고 한국유라시아학회는 한러 수교 35주년을 맞아 공동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최근 갈등이 첨예한 국제정세 속에서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도 갈등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이하 러우전쟁)의 영향으로 한러 관계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악화되었다. 따라서 동북아 평화와 협력의 비전을 제시하고, 건설적이고 우호적인 한러 관계 구축을 위한 논의의 장이 절실히 필요했다.
환영사를 하고 있는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
35년간 한러 관계의 현주소와 발전 방안
오전 학술회의는 라운드테이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러시아 정치 및 역사 전문가인 참가자들은 러우전쟁 이후 한국의 대러 제재, 러시아의 한국에 대한 비우호국 지정, 북한군 파병 등으로 양국 관계가 수교 이후 최악의 관계임에 공통으로 동의했다. 다만, 알렉산드르 보론초프(동방학연구소)가 러시아는 한국을 적성국으로 인식하지 않으며 이재명 정부 시기에 한러 관계 복원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을 언급한 것을 생각한다면, 악화된 한러 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참가자들은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위한 방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선 벨라박(동방학연구소)은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의 문화와 인적 교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완석(한국외국어대학교)은 무너진 한러 관계 복원을 위한 민·관·학 등 다층적 소통 구조 형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서동주(유라시아정책연구원)는 한러 지방 협력 포럼 강화, 직항 재개, 인문 교류 증진 등 가능한 영역부터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라운드테이블로 진행된 오전 학술회의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논의
오후 학술회의에서는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필자는 특히 러중 관계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안보 지형을 분석했는데, 북한 요인이 러중 관계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안드레이 구빈(극동연방대학교)은 한러 관계가 더욱 악화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정치적 대화 및 경제‧무역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논의는 발레리 한(세계경제외교대학교)이 세계에 거주하는 한인(고려인 포함) 글로벌 네트워크가 구축된다면, 이 네크워크가 한반도 안정과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현재 세계 속 고려인의 위상이 작으므로 남북 관계의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운 소통 창구를 마련할 필요성을 강조한 점은 생각해 볼 만한 지점이다.
동아시아, 평화 공간으로 재편을 위한 노력
현재 국제사회, 동아시아 지역은 갈등의 공간처럼 보인다. 특히 북중러 연대가 강화되면서 한국의 안보 불안은 심각하다. 따라서 동아시아 지역을 갈등이 아닌 협력의 공간으로 재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충분한 숙의다. 이번 학술회의를 시작으로 동아시아 학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여, 이것이 평화로운 동아시아를 만드는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