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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2019년 하반기 한-베 국제학술대회: 새로운 미래를 위한 협력의 현장
  • 이장욱 재단 한국고중세사연구소 연구위원

21세기, 나날이 부상하는 중국과 그에 맞서는 미국 사이 긴장된 동북아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 정부는 안정된 정치, 경제 및 문화적 파트너를 찾아 신남방정책을 중심으로 동남아 국가들과 긴밀한 교류를 추진 중이다. 베트남은 동남아 지역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비슷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재단은 베트남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와 긴밀한 학술협력 및 정보공유 등을 골자로 20175월 베트남에서 MOU를 체결했다. 그 결과로 작년부터 재단과 베트남 사회과학원은 두차례에 걸쳐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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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진행된 하반기 학술대회, 한국과 베트남 역사 속의 해양 거버넌스

 

상반기 학술대회인 시공을 초월한 국가의 형성” (Shaping nations through space and time: Comparison between Vietnam and Korea)에 이어 작년 12월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에서 재단과 베트남 측의 공동 주최로 한국과 베트남 역사 속의 해양 거버넌스” (Powering the sea : State Governance and Communities Attachment in History of Vietnam and Korea)라는 주제로 하반기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학술대회는 전근대, 근현대, 영토해양 총 3개 세션으로 구성했으며, 두 기관에서 각각 발표자 4, 토론자 3인 및 사회자 1인 모두 16명의 연구자가 참석하였다. 12월 학술대회는 주최 측인 베트남의 의견을 수용하여 해양 관련 내용을 중심으로 학술대회를 진행하였고, 재단은 전근대와 근현대사 그리고 영토해양 세션에서 재단 측 이슈들을 준비해 발표 및 토론을 진행하였다.

 

 

세션별로 살펴본 한-베 국제학술대회

 

첫 번째의 전근대 세션에서는 재단의 권은주 연구위원이 양국의 문화유물 및 유적 속에 있는 여러 유사한 케이스를 중심으로 향후 한베 양국이 고대사 분야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여러 주제군을 제시하였다. 베트남은 70여 년(1884-1954)간의 프랑스 식민 지배를 받기 전까지 한자를 주요 문자로 사용하는 국가였다. 따라서 베트남의 주요 사서인 대월사기전서(大越史記全書)”를 비롯한 주요 사료는 모두 한자로 작성, 편찬되었으며 다른 동남아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역사 사료를 가지고 있다. 권은주 연구위원이 제시한 중국과의 조공문제나 금석문 등의 연구는 향후 한베 간의 근원 및 여러 중요한 역사적 사실들을 파악할 수 있는 기초연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오전 발표자로 나선 역사연구소 응웬 득 뉴에 부소장은 19세기 초 베트남 응우엔 왕조(阮王朝)의 민망제(明命帝, 18201841년 재위)시기 남중국해의 황사군도를 포함한 행정구역에 대해 발표하였다. 응웬 부소장은 19세기 베트남에서 편찬된 여러 한문 사료를 중심으로 황사군도가 베트남 영토라는 여러 근거를 제시하며 오늘날 이 지역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반박 내용을 발표하였다.

 

두 번째 세션의 근현대사는 재단의 서종진 연구위원과 남상구 한일문제연구소 소장이 "일제침탈사"와 관련해 의견을 제시하였다. 서종진 박사는 일본 다이쇼 시기의 문화정책을 비판하면서 일본이 당시 추진했던 내지연장주의에 대한 한국 및 일본 국내 상황을 설명하며, 일본 정부가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에 대한 남방정책을 수립한 것과 프랑스의 베트남 독립운동 세력들을 분열시키는 여러 정책을 추진했음을 발표하였다. 남상구 소장은 현재 일본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는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일본의 동남아 침략에 대한 역사 왜곡 사례를 구체적인 교과서 자료, 삽화 및 사진 등을 포함해 소개하였다. 남 소장이 베트남 측에 제언한 주요 내용은 한국-베트남은 과거 일본-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고 역사 왜곡이 제국주의 국가들 특히, 일본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따라서 재단과 베트남 사회과학원이 공동연구 및 학술대회를 통해 식민지배의 여러 역사적 이슈에 대해 체계적 연구를 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서종진, 남상구 박사가 발표한 여러 중요 역사 이슈는 향후 재단과 베트남 사회과학원 간 공동연구 기반이 되리라 생각된다. 마지막 발표는 딘 꽝 하이 역사연구소 소장이었다. 그는 15세기 베트남 사료를 근거로 황사군도가 베트남의 행정구역에 이미 오래전부터 존속했다는 사실을 재차 주장하였다. 딘 소장은 베트남이 이 지역에서 중국과 마찰을 가지게 된 주요 원인을 과거 프랑스 식민정부가 중국과 안일하게 국경 문제를 해결한 것에서 찾았다.

 

마지막 세션인 영토 해양에서는 재단의 유하영 연구위원이 우리나라와 일본의 어업협정을 중심으로 현재 우리가 처한 영토 해양 문제 및 향후 과제를 소개하였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이는 베트남 해안경비대에서 초빙되어 온 응우옌 반 민 박사였다. 그는 현재 베트남이 황사군도를 포함한 해양영토 문제로 겪는 주변국들과의 갈등과 문제해결 시도를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베트남은 영토 및 해양경계획정을 가지고 주변국인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과는 문제 해결을 한 반면, 작년 여름 탐사선을 파견하는 등 남진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 필리핀과는 아직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베트남과 필리핀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과의 협상이 중요한 관건인데 최근 중국의 적극적인 이 지역에 대한 진출은 베트남으로서 굉장히 어려운 처지라고 의견을 제시하였다. 2019년 상하반기 각 1차례씩 총합 2회에 걸쳐 개최한 한베 학술대회는 21세기 들어 한국과 베트남 양국이 서로의 필요성에 의해 함께 교류하고 협력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긴밀한 협력체계를 이룰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2019년은 한베 양국의 주요 역사기관 간의 긴밀한 교류가 이뤄졌고 이는 새로운 시대를 잇는 기반이며, 그 시발점으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