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NGO세계대회는 역사화해를 위한 소통의 장으로서, 역사화해를 위한 지구시민사회의 역할을 모색하고 국제사회의 평화 담론을 발전시킨다. 역사NGO포럼의 중점 사업인 이 대회는 동아시아 역사 갈등을 신뢰와 협력을 통해 역사화해로 이끌어 가기 위해 만들어졌고 올해까지 총 8회 진행, 해외 55개국에서 750여 명이 참가했다.
역사, 화해, 평화의 담론장이 열리다
‘2019 제8회 역사NGO세계대회’는 ‘1919년의 동아시아적 함의: 역사화해와 평화’를 주제로 7월 22~23일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실내 활동을 중심으로 개최되었고, 이어 7월 24~26일에는 현장 중심의 역사문화탐방이 진행됐다. 이번 대회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3·1운동 정신을 아시아적 가치로 계승·확산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동아시아 역사화해를 위한 시민사회의 교류와 협력 네트워크 강화로 동아시아의 역사 갈등과 역사 현안에 대한 시민사회의 공동 대응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일본, 중국, 동남아, 유럽, 미국 등 해외 15개 국가에서 40명의 역사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참가했고, 국내에서는 30여 개 단체에서 약 200명이 참여했다.
7월 22일 첫날 개막식에서 역사NGO포럼 이장희 상임대표는 역사화해와 평화를 위해 국제 역사 및 평화 시민단체들의 연대와 협력을 강조했다. 이어 고려대학교 유진희 교무부총장의 환영사와 동북아역사재단 김도형 이사장, 유럽역사교육자연합회 유로클리오 파올로 체콜리 회장의 축사가 끝나자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김원웅 광복회 회장, 역사NGO포럼의 해외 파트너인 캐나다 알파 (ALPHA Education)와 독일의 기억·책임·미래재단의 영상 축하 메시지가 이어졌다.
개막식에 이어 개최된 국제심포지엄에서는 3·1운동의 자주와 평화 정신에 영향을 받았거나, 유사한 경험을 가진 8개국의 전문가들이 자국의 입장에서 3·1운동을 학문적으로 분석한 견해를 발표했다. 안병우 한신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심포지엄은 한국, 일본, 중국, 미국, 인도, 베트남, 필리핀, 영국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1919년에 일어난 한국 3·1독립운동의 역사적 함의와, 이 시기 각국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과의 상호연관 관계 및 그 영향력에 대해 자국의 경험과 입장을 발표하고 토론했다.
둘째 날인 23일에는 다양한 주제에 관한 소규모 워크숍이 동시에 개최됐다. 워크숍은 역사NGO포럼이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주제와 개별 회원단체가 가지고 들어오는 주제 그리고 해외 단체가 주관하는 워크숍, 청소년 및 청년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구분된다. 포럼의 중심 주제는 ‘국제규범과 시민사회헌장’, ‘동아시아 풀뿌리 시민 역사대화’, ‘영토문제와 평화’였다. 해외 참가자 특강은 ‘나가사키 재일조선인 인권을 지키는 모임’의 활동가 기무라 히데토 선생과 미국 센트럴미시간대학교 호프 메이 교수에 의해 이뤄졌다. 기무라 히데토 선생은 ‘전쟁과 평화: 원폭과 강제동원’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일본 나가사키에서 한국인의 강제징용 문제, 위안부 문제, 원폭피해자 인권 문제 등에 직접 관여해 오고 있기 때문에 오랜 경험에서 얻는 현장의 소리를 생생히 들려주었다. 호프 메이 교수는 ‘3·1운동과 국제평화사의 붉은 실(red thread)’을 주제로 강연을 했는데 일제강점기에 한국의 독립을 위해 봉사한 외국인들과 1919년 당시 미국에서 한국 독립을 위해 활동한 애국지사들의 활동을 연구해 소중한 자료를 많이 확보하고 있었기에 강연에서 해외 독립운동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했다.
대회 선언문 위원회는 제8회 대회의 취지와 배경을 근간으로 ‘2019 역사NGO세계대회 선언문’ 초안을 발표하고 참가자들의 인준을 받았다. 여기에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그 정신과 기억을 언급하면서 3·1운동의 비폭력 정신과 민주주의 원칙의 계승을 강조했다. 또 평화와 화해의 문제는 국가에만 맡겨 둘 수 없기에, 모든 국제사회의 시민사회와 NGO가 나서 민중 중심의 지역 평화와 번영에 도움이 되는 사회 환경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제안했다.
이틀간의 실내 활동을 마친 후 해외 대표단은 한국의 근현대사와 관련된 역사 유적지를 방문해 한국 역사를 배우고 DMZ 평화기행에 참여해 한반도의 분단과 평화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세계 역사NGO가 만드는 평화의 네트워크, 역사NGO세계대회
제8회 대회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성취는 영향력 있는 해외 단체들과 협력 네트워크를 공고히 했다는 것이다. 15개 국가에서 참가한 대표단은 이번 역사NGO세계대회 프로그램이 매우 유익했고, 체계적으로 잘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또 역사NGO세계대회를 통해 뜻이 같은 전문가들이 만나 정보를 교환하고 평화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가 되었다고 했다. 이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역사NGO세계대회를 개최해 온 역사NGO포럼의 봉사와 노력에 대한 성취일 것이다.
이번에 새로 시작한 역사문화탐방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비록 해외 대표단 중 일부만 참여했지만 3일 동안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배우며 우정을 돈독히 했다. 일본인 참가자를 포함하여 동북아역사재단의 독도체험관을 견학하며 함께 독도의 진실을 배우는 기회를 가진 것 또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역사NGO세계대회의 성과를 요약하면, 역사NGO세계대회를 통해 우리는 국내외 역사NGO들의 네트워크 구축과 강화에 기여했고, 역사화해와 평화운동에서 민·관·학의 협력 모델을 발전시켜왔다. 역사화해를 위한 국내외 시민사회 교류와 공론의 장을 제공해 왔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국내 역사NGO의 위상 및 역량 강화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청소년과 청년들의 참여를 통한 글로벌 미래세대 양성에도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대회를 마치고 나면 아쉬움과 숙제가 남는다. 해외 참가단체들과 한국의 시민사회를 연결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준비하는 노력이 더 필요했다. 또한 청년들이 자원봉사자로만 참가하기보다 워크숍과 대회 프로그램에 주체적으로 더 많이 참여하도록 홍보하고 연결하는 노력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1회부터 8회 대회까지 참가한 국내외 인적 네트워크 기반을 활용해 국제사회의 여론을 형성하고, 동아시아의 역사화해와 평화 증진에 기여하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유럽에서 유로클리오가 정기적으로 역사교육자들과 전문가들을 모아 역사교육과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나가듯 동아시아에서는 ‘역사NGO세계대회’가 역사화해와 평화로운 사회 건설에 기여할 수 있는 공론의 장으로 계속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