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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박물관’ 타이완 일본군‘위안부’의 삶을 담은 곳
  • 김정현(재단 일본군‘위안부’연구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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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의 첫번째 ‘위안부’ 인권운동 기지, 아마 박물관

2016년 12월 개관한 타이완의 「할머니의 집(阿嬤家) - 평화와 여성인권관 (아마 박물관AMA Museum)」은 타이완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59명의 삶의 기록을 담은 사진, 동영상 등을 전시하고 있다. 타이완에서 첫 번째 ‘위안부’ 인권 운동의 기지로 설립된 이곳은 여성인권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교육도 담당하고 있다.


아마 박물관의 건립은 타이완의 민간단체인 부녀구원사회복리사업기금회(婦女救援社會福利事業基金會, 이하 부녀구원기금회)가 주도했다. 부녀구원기금회가 일본군‘위안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때문이었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으로 일본군‘위안부’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자 부녀구원기금회는 타이완도 일본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비슷한 피해를 입은 할머니들이 있는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1992년 타이완 여성이 위안소에서 ‘위안부’로 활동했다는 기록을 찾은 부녀구원기금회는 즉시 ‘위안부팀’을 꾸리고, 타이완의 ‘위안부’ 조사사업과 대일 보상요구 활동을 벌여왔다. 또한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위안부’할머니의 생활을 돌보면서, ‘위안부’ 관련 사료와 영상, 서적류 5,042건과 문물 730건을 수집했다. 아마 박물관은 이러한 자료를 보관·전시하고 있다. 아마 박물관은 타이베이시 전 통 재래시장 디화제(迪化街)의 한 건물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은 편이며, 박물관 입구 1층에는 차를 마시고 기념품도 살 수 있는 예쁜 커피숍이 있다.



억새의 노래, 강인한 생명력 그리고 사랑과 용기를 말해주는 생명의 이야기

타이완 ‘위안부’ 피해자는 대략 2천여 명으로 추산된다. 그중 ‘위안부’로 등록된 할머니는 59명이고 현재 90세가 넘은 ‘위안부’할머니 두 분만이 생존해 있는 상태다. 아마 박물관은 일본 정부에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증언자가 사라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전쟁 피해 후세대 여성들을 일깨우고 이를 기억하게 하는 사회교육의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건립되었다. 박물관의 건립은 민간의 모금을 중심으로 시작되었고, ‘위안부’할머니의 후손들이 직접 참여하고 지원하며 구체화되었다. 모금에 큰 힘이 된 것은 ‘위안부’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억새의 노래’ 상영이었다. 타이완에서 ‘위안부’할머니들은 약하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억새’로 상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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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타이완 사람들은 청·일전쟁 이후 50년 동안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대한 생각이 우리와는 달랐다.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높기 때문에 아마 박물관 건립을 반대하는 정치가들과 일반인들 이 꽤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아마 박물관이 건립되기까지 기금회는 많은 좌절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원적인 접근 방식으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전시, 서적 출판, 거리 행동, 세미나, 캠퍼스 내 교육, 국제‘위안부’ 단체와의 교류, (영화할머니의 비밀, 억새의 노래) 등을 통해 ‘위안부’라는 용어가 가진 의미를 재정립해 나간 것이다. 그 결과 ‘위안부’는 역사적 대명사일 뿐만 아니라 강인한 생명력과 더불어 사랑과 용기를 말해주는 생명의 이야기로 타이완 전역에 울려퍼지게 됐다.


타이완의 ‘위안부’할머니들은 타이완 여권 운동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이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점점 쇠락해가면서도 생명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용서하고, 희망과 꿈을 품고, 용감하게 나서 자신과 다른 피해자들을 위한 운동에 힘을 보탰다. 아마 박물관 부지 선정이 어려움을 겪을 때에는 당시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돕기도 했다. 마 총통은 2015년 타이완의 항일승전 70주년 기념식에서 ‘위안부’기념관을 설립하는 목적이 ‘항일 승전을 과시하거나 누구의 허물을 들추려 함이 아니라 전쟁의 아픔을 되새기고 평화의 소중함을 기억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제연대의 상징으로서의 아마 박물관

아마 박물관은 관광지에 위치해 있어 한국, 중국, 일본, 미국뿐 아니라 유럽 여러 나라의 관광객들이 참관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전시를 관람하면서 그간 역사교육에서 배우지 못했던 일본군‘위안부’의 실상을 접하며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타이완 ‘위안부’ 전시를 설계할 때 해외와의 연계, 국제 연대 활동을 보여주고자 했던 아마 박물관의 노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기념관에 전시된 유물들 중에는 돌아가신 할머니들이 생전에 만들었던 공예품과 기증 물품들 그리고 한국의 단체들과 오랫동안 교류하면서 축적한 자료들도 있다. 그중 ‘정신대 만행 사실인정’이라고 쓰인 옷은 타이완 ‘위안부’할머니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일본 정부에 대한 항의집회에서 입었던 것으로 우리나라와 국제연대 활동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부녀구원기금회는 1992년부터 한국, 필리핀 등의 지원 단체와 연합해 여러 차례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했다. 1999년 ‘위안부’할머니 9명과 함께 일본에 가서 일본 정부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2005년 판결에서 패소하게 된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이후 한국, 중국 등 8개 국가 14개 단체와 공동으로 2016년 5월 31일 ‘위안부의 목소리( Voices of the Comfort Women)” ’라는 이름의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억목록(Memory of the World Register)에 등재 신청한다. 2,744건의 신청 건 중 타이완 자료와 문물은 271건이다. 타이완 자료는 1)일본의 해남도 위안소 건설과 자금조달 자료, 2)『대만일일신보』의 위안소 설립 기사, 3)‘위안부’할머니들의 도항 허가증을 포함한 공식문서, 4)‘위안부’할머니들의 증언과 예술 작품, 5)1992년 이후 인권 운동의 과정, 소송, 거리 시위 관련 문헌과 자료 등이다. 이에 유네스코 측은 자료의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일본 측과 대화를 권고하며 등재 결정을 보류하고 있는 중이다.


아마 박물관의 판칭(范情) 관장과 쩡 징진(鄭靚瑾) 전람교육 팀장은 박물관의 사회교육 활동에는 예술 공연이 중요하며, 또한 앞으로 동북아역사재단과 ‘위안부’ 관련 사회교육 활동을 함께 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