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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보고
아름다운 경치에 숨겨진 역사적 진실, 도담삼봉
  • 송민용(건국대 사학과 4)

아름다운 경치에 숨겨진 역사적 진실, 도담삼봉

사학도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역사 공부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역사를 공부하는 방법으로는 책으로 배우는 것보다 현장을 직접 답사(踏査)함으로써 역사적 사실을 확실히 조사해 보는 게 더욱 중요하다. 유적지에 직접 가봄으로써 그 속에 숨은 역사적 오류와 진실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그 살아있는 배움을 위한 장소로 충북 단양을 찾았다.

     

옛 선조들도 예찬한 도담삼봉의 경치


단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은 도담삼봉이다. 단양팔경(丹陽八景) 중 제1경으로 손꼽히는 단양 도담삼봉은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이 만들어낸 원추 모양의 봉우리이다. 남한강이 휘돌아 이룬 깊은 못에 크고 높은 세 개의 봉우리가 우뚝 솟아 그 형상이 기이하고 아름다우며, 남한강과 어우러져 뛰어난 절경을 보여준다. 이 세 개의 봉우리는 남편봉을 중심으로 아담한 모양새의 처봉(妻峰)과 첩봉(妾峰)이 양 옆을 지키고 있는데, 특히 남편봉에는 삼도정(三嶋亭)’이라 불리는 육각정자가 있어 더욱 운치가 있다.

     

예로부터 많은 이들이 도담삼봉의 경치를 예찬하였다. 퇴계 이황, 금계 황준량, 추사 김정희, 단원 김홍도 등이 남긴 시와 그림에는 도담삼봉에 대한 예술적 감흥과 애정이 배어 있다. 대표적 작품으로 황준량의 금계집에 실린 한시(漢詩)가 있는데, 이 시에서 도담삼봉을 하늘 장인의 손으로 이루어낸 재주라 극찬하고 있다. 이런 멋진 절경과 더불어 남한강 수운의 중심이었던 도담 나루에는 수운 교통이 번창하던 시기 소금 배와 뗏목들이 몰려 물산이 넘쳐났고, 경강 상인과 봇짐 장수들이 흥청거렸다. 비록 오늘날에는 남한강 수운 교통이 쇠퇴하여 번성했던 도담 나루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지만, 현재 작은 나룻배가 하나 남아 남한강 물줄기에 둘러싸인 도담리 마을의 유일한 교통편이 되고 있다.

     

도담삼봉에 숨겨진 역사적 진실, 삼봉 정도전


삼봉공원에 세워진 정도전 동상도담삼봉의 한 편에는 삼봉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이곳에서 매년 4월 삼봉문화축제가 열린다. 삼봉공원에는 삼봉 정도전의 동상, 숭덕비(崇德碑), 그리고 봉화 정씨 문중에서 세운 시비가 있고, 삼봉문화축제를 통해 정도전을 기리는 여러 행사를 진행한다. 그렇다면 과연 도담삼봉은 정도전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백과사전이나 문화재청, 그리고 단양군청의 도담삼봉 소개 글을 보면 정도전의 유년 시절과 관련된 설화를 언급하면서 정도전의 호 삼봉이 도담삼봉에서 유래한 것이라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단양지방에 전해오는 정도전 출생 설화인 단양읍 도전리 설을 보면 도담삼봉과 정도전은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정도전의 부친 정운경이 젊었을 때 어느 관상가를 만났는데, 관상가가 그에게 10년 후 결혼하면 재상이 될 아들을 얻을 것이라 하였다. 정운경이 10년간 금강산에서 수양하고 고향 봉화로 돌아가다가 도담삼봉 도전리(道田里)에 머물게 되었는데 이때 단양 우씨의 한 여인을 만나 정을 나누게 되었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정도전이었다. 도전이라는 이름은 길에서 얻었다는 뜻으로 정운경과 단양 우씨 여인의 만남에서 따온 것이며, 단양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정도전이 도담삼봉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그의 호를 삼봉이라 하였다는 이야기다.

     

이 설화를 기반으로 기존 학계 연구에서 정도전의 호가 도담삼봉에서 따온 삼봉이라는 주장이 인정을 받았다. ‘도담삼봉설은 한영우 교수의 정도전 사상의 연구(서울대출판부, 1973)에서 제기되어, 그간 학계와 일반인들 사이에서 정설이 되었다. 그러나 이는 단양지방에서 구전되어 온 설화일 뿐 객관적 역사 사실로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있으며, 오히려 단양 사람들이 후대에 부회한 이야기로 볼 수 있다. ‘단양읍 도전리 설은 도전리라는 마을 이름이 정도전 이름과 같다는 이유로 연관시킨 것이지만, 유학자인 정도전의 이름은 도를 전한다는 유교적 뜻이 담긴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또한 정도전의 어머니 단양 우씨의 본관도 영천 우씨라는 주장이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요즘 학계에서는 설화의 역사적 오류를 지적하며 정도전의 호 삼봉은 삼각산에서 차용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후 한영우 교수도 왕조의 설계자 정도전(지식산업사, 1999)에서 삼봉이라는 호는 그의 옛집인 개경 부근의 삼각산에서 차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도전의 저서 삼봉집(三峰集)에서 그가 삼각산 근처에 있었던 자신의 학당 삼봉재(三峯齋)’를 부평과 김포로 옮겼다는 기록을 보면 삼봉이 삼각산을 말하고 있음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정리하자면, 최근 학설의 추세는 기존 정도전의 호 삼봉이 도담삼봉에서 유래하였다는 근거들의 오류를 지적하며, ‘삼각산의 약칭인 삼봉에서 따왔음을 말한다. 현재 단양 도담삼봉에 가보면 많은 사람들이 멋진 자연경관에 감탄하고, 삼봉 정도전의 동상과 숭덕비가 조성되어 있기에 그의 호 삼봉의 유래를 이곳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역사적 유래의 오류가 숨어 있으니, 많은 이들이 구전의 오류와 진실이 얽힌 도담삼봉에 와서 멋진 자연경관과 역사적 유래의 진실을 고민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