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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포커스
일 · 러 정상회담의 의미와 평가
  • 이종국(한일관계연구소 연구위원)

이번 정상회담은 일본의 야마구치현 나가토시(山口県長門市)와 도쿄에서 개최되었다. 회담이 개최되기 전부터 양국은 치열한 외교전과 홍보전을 벌여, 회담에 적극적인 자세를 드러냈다. 물론 러시아 보다 영토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일본이 적극적으로 회담에 임하였다. 일본은 이번 회담을 통해 남쿠릴열도 4개 섬과 관련하여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향후 전개될 교섭에 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동안 아베 총리와 푸틴 대통령은 공식적인 외교 활동을 통해 자주 만나,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면서 영토 문제에 관한 논의를 거듭하였다. 또한 이번 회담은 시기적으로 일본이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차기 대통령이 당선된 상태를 잘 활용하는 적극적 외교활동 노력의 결과였다. 일본의 준비는 치밀하게 진행되었고, 아베 총리의 지역구에 푸틴 대통령을 맞아 온천욕을 하면서 일본의 현안인 영토문제를 조금이라도 진전시키려는 의지를 보였다.

     

이 글에서는 먼저 이번 정상회담의 역사적인 경위를 살펴보면서, ·러 양국의 주장이 어떻게 변하였는가를 살펴본다. 그리고 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무엇을 목표로 향후 어떻게 전개하려고 준비하고 있는지와 마지막으로 정상회담의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영토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주장과 역사적 경위

     

일본은 19519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조인하면서 전쟁 상태를 종결하고 쿠릴열도를 포기하였다. 당시 소련은 위 조약에 서명하지 않음으로써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 평화조약 체결 문제가 남게 되었다. 이후 양국의 초점은 남쿠릴열도 귀속을 둘러싼 문제였으며, 교섭은 어려움을 겪었다. 1955년 교섭 시작 단계에서 당초 일본이 2개 섬의 반환을 주장하였으나, 소련이 두 개의 섬 반환을 제시하자 갑자기 일본은 방침을 바꿔 4개 섬 반환으로 맞선 결과 교섭이 중단되었다.

     

1956년 일·러 회담 이후 양국은 일·소 공동선언에 조인하고 국교정상화를 실현하였다. 이 공동선언에서 양국은 평화조약을 체결하고 두 개의 섬을 일본에게 반환한다고 명기하였지만, 이후 냉전을 맞아 대화다운 대화를 하지 못하다가, 1990년대 접어들어 대화를 재개하였다. 19914월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일·소공동성명에서 4개 섬의 이름을 열거하며 영토문제가 존재한다고 인정하였다. 소련 붕괴 후 러시아는 2개 반환을 인정하고 쿠나시리와 에토로후 협의에도 응한다는 비공식적 쿠나제 제안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일본 측은 쿠나시리와 에토로후의 반환이 보증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19984월 일본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 총리는 러시아가 4개 섬에 대한 일본의 주권을 인정한다면, 당분간 러시아의 시정권을 인정하겠다는 가와나(川奈) 제안을 제시하였다. 즉 남쿠릴 4개 섬의 북쪽에 양국이 최종적으로 국경선을 긋고, 남쿠릴열도가 일본의 영토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러 두 정부가 합의할 때까지 4개 섬의 반환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현상 변경하지 않고 러시아의 시정을 합법이라고 인정하자는 것이다. 나아가 일·소공동선언(1956)에 명기된 하보마이와 시코단의 두 개 섬 반환을 즉각 요구하지 않겠다고 강조하였다. 다시 말해 반환의 구체적인 시기를 미래에 맡기고, 러시아가 남쿠릴영토에서 행정과 사법 등의 시정권을 갖는 것은 적법하다고 인정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4개섬 반환을 전제조건으로 하는 종전의 방침에서 최대한 양보하였지만 러시아 측이 거부하였다.

     

그 이후 모리(森喜郎) 총리가 병행협의를 제안하였다. 20013월 러시아의 이르츠크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에서, 1956년의 일소공동선언에서 평화조약을 체결한 후 반환하기로 한 두 개의 섬과 관련된 반환조건이나 일정 등을 협의하였다. 그리고 동시에 별도의 회의에서 쿠나시리와 에토로후의 귀속문제, 어느 쪽의 영토인지를 협의하기로 하고, 그 다음 단계로 첫 번째와 두 번째 협의가 끝난 후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제안을 하였다. 당시 모리 총리는 목표가 4개 섬 반환이었지만 이를 전제조건으로 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20123월 러시아 대통령 선거 직전, 당시 푸틴 총리가 서로 양보하므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사를 표시하자, 아베 총리와 푸틴 대통령은 20134월 정상회담에서 쌍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만들어 노력을 가속화하자는 의견 일치를 보았고, 이후 여러 번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두 정상은 새로운 접근을 논의하기로 합의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에 이르게 되었다.

     

·러 양국이 얻고자 하는 것들

     

일본이 원하는 것은 남쿠릴열도의 반환을 통한 영토관련 현상변경이다. 그동안 일본은 고유영토론을 주장하며 4개 섬의 일괄반환을 요구하였다. 그러기 위해 조기해결을 향한 교섭에서 러시아가 유연한 자세로 임하길 희망하고 있다. 이미 전후 71년이 경과하였으므로 조금이라도 확실한 진전을 끌어내기 위해 여전히 고유영토론을 주장하고 있으나, 최근 일본의 여론은 고유영토론이 어려워지자 ‘2+ 으로 조기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하였다. 즉 하보마이와 시코탄에 더해 일본에게 유리한 배타적 경제수역을 설정하기도 하고, 두 개의 섬에 쿠나시리를 포함한 3개의 섬을 반환받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아래 아베 총리의 전략은 4개 섬에서 공동경제활동이나 인적 왕래의 확대에 합의하고, 영토문제를 포함한 평화조약교섭의 진전으로 연결시키겠다는 것이다. 즉 종래의 발상에 머무르지 않고 영토교섭에서 새로운 접근을 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러시아는 경제협력을 통하여 쿠릴열도 지역의 경제발전을 이루고자 한다. 아직 일·러 간 신뢰관계가 구축되지 않아 두 나라 사이에 평화조약 체결의 기한을 설정하기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즉 쿠릴 4개 섬은 여전히 러시아의 주권이 미치는 곳으로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8개 항목의 경제 협력, 인적 교류, 공동경제활동 등을 통하여 신뢰를 구축하여야 영토교섭이라는 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며, 푸틴 대통령 역시 양국 간의 협력, 우호, 신뢰의 분위기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시작이며, 신뢰를 기초로 평화조약 체결을 향한 준비에 양국이 합의하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협력은 평화조약 체결의 조건은 아니라는 생각을 밝히고 있다.

     

·러 양국 사이에 이러한 접근이 진행되면, 앞으로 신뢰구축을 위한 여러 진전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현재 대러시아 제재 문제로 미국, 유럽연합, 일본 사이에 제재 네트워크가 새로운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러 정상회담의 주요 내용

     

이번 정상회담은 두 장소에서 차례로 진행되었다. 먼저 첫날 정상회담은 아베 총리의 지역구인 나가토시의 오타니 산장에서 오후 68분에 시작해 총 5시간 정도 정상회담을 진행하였다. 회담에 들어가기 전 아베 총리는 자신의 고향에 푸틴 대통령을 초대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언급하면서,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지방의 향토음식을 맛보며 지내기를 바란다고 인사하였다. 그리고 정상회담의 피로감은 온천을 함으로써 완전히 풀릴 것이라고 하였다. 푸틴 대통령은 고향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고, 지금까지 정기적으로 회담을 행하면서 아베 총리 덕분에 일·러 관계가 진전되고 있다고 인정하였다. 그러므로 이번 정상회담은 일·러 관계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베 총리는 푸틴 대통령과 3시간에 걸쳐 정상회담을 한 후, 매우 좋은 분위기 속에서 회담을 하였다고 설명하였다. 주로 경제문제에 대해 회담을 하였고, 소수가 행한 회담에서는 양국 간 문제 혹은 국제적인 과제에 대해서도 논의하였음을 밝혔다. 또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하고, 일본과 러시아가 함께 협력하면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회담 내용을 설명하였다. 두 정상만의 회담도 95분 동안 진행하였는데, 여기서는 평화조약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하였다.

첫날 회담은 지금까지 두 나라의 정상이 소치, 블라디보스톡 그리고 리마에서 한 논의를 기초로 진행되었다. 아베 총리는 전 남쿠릴열도 주민들이 고향을 자유스럽게 방문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과 4개의 섬에서 일·러 양국이 특별한 제도아래 공동으로 경제활동을 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그리고 평화조약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솔직하고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되었다고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였다. 또한 두 정상만의 회담에서는 전 주민들의 편지 중 하나를 푸틴 대통령이 직접 러시아어로 읽어 소개하고, 다른 편지들을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모습을 연출하였다. 섬이 고향인 주민들은 이미 평균 연령이 81세가 되었으므로 시간이 없다는 생각을 확실히 가슴에 새기며 회담에 임하였다고 설명하였다.

     

두 번째로, 2011년부터 중단된 외무·방위 각료협의(2+2)의 재개에 의견일치를 보았다. 이것은 안전보장면에서 대화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같이 한 것이다. 그리고 푸틴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에 염려를 표시하였으나, 아베 총리는 주변국이나 지역에 위협을 주지 않는다고 답하며 이해를 구하였다. 또한 북한 문제를 언급하면서 유엔안보리이사회의 결의를 엄격하게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러시아와 연계하고 싶다는 의사를 제시했다.

     

첫날 회담을 정리해보면, 먼저 남쿠릴열도의 영토교섭을 진전시켜 나가고자 공동경제활동을 위한 수산가공, 관광, 의료, 환경 등 분야를 상정하였다. 그리고 남쿠릴열도의 전 주민들이 러시아 비자없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한 확충문제를 논의하였다. 둘째, 4개 섬과 관련된 주권문제는 거의 제기되지 않았다. 주권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은 논의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즉 남쿠릴 4개 섬은 러시아 영토이며,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러시아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회담 전부터 감지되었다. 러시아는 남쿠릴열도가 반환될 경우, 여기에 미군기지가 주둔할 것이라는 경계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일본의 동맹국으로서 의무수행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오츠크 해를 둘러싸고 있는 캄차카 반도와 쿠릴열도를 아시아·태평양 국경 방위의 거점으로 정하고 정비를 서두르는 상황이다. 최근 쿠나시리와 에도로후에 신예의 지대함 미사일을 배치한 것도 이러한 이유와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첫날의 논의는 도쿄에서도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두 정상 간의 회담은 내일 회견장에서 보고할 것이라고 아베 총리는 설명하였다.

     

둘째 날 회담은 도쿄로 자리를 옮겨 진행되었다. 이날은 첫날 회의를 확인하는 자리로 서명없는 공동문서를 채택하면서 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동시에 공동경제활동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16일 오후 일·러 두 정상은 첫째 날 회담을 바탕으로 기자회견의 형태로 4개 섬에서 공동경제활동이 진행될 수 있도록 공동경제활동 협의를 시작하고 평화조약 교섭을 향한 양국의 신뢰관계 구축에 대한 공동문서를 발표하였다. 러시아 측에 따르면, 공동경제활동은 4개 섬 모두를 대상으로 하고, 어업, 의료, 환경 등 구체적인 분야를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진행하기로 하였고, 일본 측은 특별한 제도아래 법적인 특별조치를 인정하는 특구 같은 것을 설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일·러 정상회담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일·러 정상들이 영토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협력이라는 카드를 중심으로 교섭하였으나 접근방법에서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한 회담이었다. 그리고 공동경제활동을 어떻게 행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되었다.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 우샤코프의 공동경제활동에 러시아의 국내법 적용이 전제라는 설명은 이러한 상황을 미리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므로 문제는 일본의 법적입장을 해치지 않는 형태로 실현 가능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러시아는 자국의 주권 아래서 실시할 것을 요구하며, 공동경제활동에 일본을 끌어들여 주권을 인정하라고 할 것이다. 4개 섬들은 당연히 러시아의 귀속 아래 있으므로 러시아의 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러시아 제재와 일·러 경제협력의 문제이다. 경제협력이 활발하게 진행된다면 국제사회가 실시하는 제재가 형해화(形骸化)되어 국제공조가 약화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양국이 경제협력과 안전보장의 교류를 통하여 신뢰구축 환경을 조성하여 영토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러한 움직임 역시 일본이 미국과 유럽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하면서 진행할 것인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