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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래 백년대계의 학문자산 축적을 위한 한국 외교사 연구
  • 홍면기 (경영평가대책반 연구위원)

동북아역사재단은 2015년 하반기 중장기 사업으로 한국 외교사 연구개발 사업에 착수하였다. 동아시아 질서가 격동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국제 관계에 관한 올바른 이해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재단은 이런 과제를 풀어가는 데 우리가 밟아온 역사 경험을 통찰력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지식체계 수립이 절실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이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동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역사는 한반도의 전략적인 위치와 건설적인 역할이 동아시아 평화의 전제였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은 물론 구미 학계가 이러한 한국사의 위상과 특성을 정당하게 평가하는 일에는 매우 인색했던 것이 저간의 사정이었다. 동아시아 역사를 중국과 일본 양국의 이항적 대립, 경쟁 구도로 보려는 경향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고, 한국사에 관한 이런 잘못된 인식이 중국과 일본이 우리 역사를 왜곡하는 심리적 기저를 이루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국의 정치외교학과에서도 한국 외교사를 통사적으로 가르치지 못하고, 대부분 개항 이후 국력 쇠퇴기 대외관계를 동아시아 대국관계 속에서 가르치는데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학문적 결손 때문에 지식 대중이나 일반 국민들의 우리 역사에 대한 진취적 상상력이 제약당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과 일본은 자국 중심으로 동아시아사를 해석하기 위한 이론의 얼개를 만들고, 이를 치밀하게 현실 국가전략에 투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과거와 질적으로 다르게 진화하고 있는 역사경관(historical landscape)을 조망하면서 안과 밖을 통찰하는 미래지향적 역사상을 확고히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재단은 고대에서 대한민국 시기에 이르는 한국 외교사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편찬하여, 주변국 역사왜곡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기반을 다지는 지적인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국 외교사 연구개발 사업은 크게 1945년 이전 시기와 대한민국 시기 두 부분으로 나누어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유념하고 있는 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한국 외교사 연구개발 사업의 주요 추진 방향

첫째, 한국 외교사는 역사학과 정치학 등의 학제 간 공동 노력으로 각 학문 분과별로 이루어져 왔던 연구 성과를 포섭하며, 이를 한국사의 발전이라는 맥락에서 정리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잘못 알려지거나 왜곡된 한국사 상의 많은 쟁점(책봉, 조공관계의 성격, 임진왜란 등 대외전쟁 시 한국의 역할 등)을 학문적으로 재조명해 나갈 것이다. 특히, 현대사 부분은 각 시대별 주요 쟁점을 아우르는 방식으로 국내외 전문가, 연구기관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가면서 객관적인 외교사 서술에 힘쓸 것이다.

둘째, 한국 외교사는 한국의 국제관계와 외교사상, 외교정책의 흐름을 짚고, 각 시기 우리 역사가 당면했던 시대 상황을 어떻게 이해했고, 어떻게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대응했는지 살핀다. 기존의 수세적이고, 저항의 역사 해석을 넘어 우리가 보고, 판단했던 시대 상황과 전략적 고민과 대응을 온전히 드러내기 위한 노력이다.

셋째, 이와 관련하여 한국 외교사는 총론편을 우선 구성하여 후속 연구 기반을 확보하는 한편, 한중관계사 연구, 근대 한국 외교문서 정리사업, 중국정사외국전 역주사업 등 재단이 추진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다른 사업과 연관성을 확보함으로써 사료와 자료에 기반한 학문 연구 성과를 착실히 축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동 사업 추진 과정에서 관련 사료와 연구성과를 지속적으로 수집, 편찬하여 주변국의 '한국사 왜소화'에 대응하는 한편, 국제 학계에서의 경쟁력 확보에도 노력할 것이다.

넷째, 한국 외교사는 분단 70년 남북관계의 발전, 전개 과정을 정리하고, 북한 대외관계의 특징과 전략을 연구함으로써 통일시대를 견인하는 학문의 실천성에도 유념할 것이다. 또 세계화 시대 재외한인 문제 등 국가전략 수립에 빠뜨릴 수 없는 쟁점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왕건의 민족통합 노력, 조선 초 여진 포섭 전략 등 현재적 맥락에서 유의미한 주제도 적극 발굴해 나갈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 외교사 연구개발은 한국사에 관한 국제사회와 주변국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의 기반을 닦는다는 학문적 집념을 표명하는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재단이 부여받은 책무를 다한다는 의미가 있음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학문적 성과가 국민들의 우리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미래지향적 역사상을 고양해 나갈 것임은 물론이다.

재단은 이런 과업이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며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재단은 한국 외교사가 외국 학자들 손에서 그들 방식으로 연구·전파되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으며, 격변하는 주변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우리 학문의 틀이 시급하다는 소명감으로 동 사업을 기획, 추진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재단은 동 사업 추진과정에서 관련 학계와 전문가의 중지를 모으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에도 유념하고 있다. 우리는 학계의 연구 역량을 결집하여 추진될 이번 연구 사업을 통해 한국 사회가 역사 공간, 국력과 네트워크 확장을 모색하면서 변화하는 환경을 보다 넓은 전략적 캔버스에서 검토하는, 국가 백년대계를 수립해 나갈 학문적 자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