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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ISSUE
2026 북중미 월드컵과 스포츠 내셔널리즘: 스포츠, 국가, 그리고 상징
  • 석주희 독도연구소 연구위원
2026년 6월 캐나다‧멕시코‧미국이 공동 개최하는 제23회 FIFA 월드컵이 개막했다. 이번 대회는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48개국이 참가하는 대회로, 한국도 본선에 진출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FIFA 월드컵은 국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세계 선수권 대회다. 1930년 우루과이에서 처음 개최된 이래, 제2차 세계대전으로 중단된 1942년과 1946년을 제외하고 4년마다 열리고 있다. 월드컵은 세계적인 단일 스포츠 이벤트로 성장하였으며, 참가국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올해는 역대 최다인 48개국이 참가하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축구를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스포츠(Football Unites the World)’라고 규정했다. 1921년 FIFA 제3대 회장이자 월드컵 창설을 이끈 쥘 리메(Jules Rimet)는 축구가 언어와 국경을 초월해 세계를 하나로 연결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월드컵은 동시에 내셔널리즘이 강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범세계적 차원에서 국가 대항전인 월드컵은 참가국 국민들을 하나로 묶는 대국민 이벤트다. 국가대표팀의 승리는 국민적 자부심이 되며, 패배는 국민적 상실감을 겪게 한다. 월드컵 대회 기간 동안 자국의 국기와 응원을 통해 국민적 단결이 강조되며, 선수들은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가 된다. 이른바 ‘스포츠 내셔널리즘’이 발현되는 순간이다. 스포츠 내셔널리즘은 국가가 스포츠를 통해 국민 통합과 국가 정체성, 국제적 위상을 추구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특히 월드컵은 국가 대항전의 성격이 강하므로 내셔널리즘이 표출되는 공간으로 볼 수 있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욱일기가 등장했다. 일본과 튀니지의 경기 도중 관중석에서 욱일기가 펼쳐진 장면이 중계 화면을 통해 포착되면서 논란이 제기되었다. 한국과 중국 언론에서는 욱일기는 일본 군국주의와 침략전쟁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욱일기 사용은 FIFA 규정을 위반하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하였다. FIFA는 경기장 내 정치적 의도가 담긴 응원이나 상징물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욱일기는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욱일기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축구경기장에서의 응원 방식이나 표현의 자유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식민지 지배와 전쟁을 둘러싼 역사 인식의 차이, 동아시아에서 아직 완결되지 못한 역사 화해와 집단기억의 충돌이 스포츠 공간에서 발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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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FIFA 월드컵 로고와 포스터 
 

월드컵과 욱일기: 전통적 상징과 역사 기억의 충돌
 
2002 FIFA 월드컵은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한 아시아 최초의 월드컵이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월드컵을 통해 일본의 국제적 위상과 국가 이미지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일본 축구대표팀은 ‘사무라이 블루(Samurai Blue)’라는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고, 일본 언론은 이를 일본인의 정체성으로 내세우며 조직력, 희생정신을 강조하며 적극 활용했다. 2002 월드컵에서 일본 축구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16강에 진출하자 일본 국민은 열광했다. 일본 언론은 “일본 축구가 세계 수준에 도달했다”, “일본인으로서 자랑스럽다”는 보도가 이어졌고, 월드컵은 국민적 자부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 가운데 일부 일본 응원단 사이에서 욱일기(旭日旗)가 등장하였다. 욱일기는 붉은 태양과 방사형 광선을 형상화한 깃발로, 일본 제국 육·해군이 사용한 군기였다.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욱일기는 일본 제국주의와 식민지 지배, 침략전쟁을 상징한다. 욱일기를 나치 독일의 하켄크로이츠(Hakenkreuz)와 유사한 전범 세력의 역사적 상징으로 이해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FIFA 차원의 별도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일본 응원단 일부는 경기장에서 욱일기를 흔들며 응원 도구로 사용하였다. 
이후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 한일전에서도 욱일기가 등장했으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도 반복적으로 등장하였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FIFA 공식 인스타그램에 욱일기 응원 사진이 올라왔다가 항의 이후 교체되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개막을 한 달 앞두고 카타르 도하의 대형 쇼핑몰에 욱일기 응원 사진이 게시되었으나 현지 교민과 네티즌들의 항의로 철거되기었다. 이처럼 일부 일본 응원단이 욱일기를 사용하자 한국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FIFA에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번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 재등장한 욱일기는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온 욱일기 논란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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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월드컵과 욱일기 응원 
출처: 서경덕 교수 인스타그램을 캡처한 중앙일보 기사(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11028)

 
  
욱일기를 둘러싼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과거 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둘러싼 한일 간 역사 인식의 차이에 있다. 일본 외무성은 2021년 5월,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 기자회견 내용을 인용하여, 욱일기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을 다음과 같이 게시했다. “욱일기 문양은 일장기와 마찬가지로 태양을 형상화한 것으로, 일본에서는 현재에도 풍어기나 출산 명절 축하 깃발 등 다양한 형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일본 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대해 욱일기 게양이 정치적 선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설명해 왔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설명을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 일본 언론 역시 스포츠 경기장에서 욱일기를 사용하는 것에 전통적인 관습과 애국심의 표출로 해석한다. 
 
욱일기를 둘러싼 논쟁은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23년 5월 29일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함이 부산에 입항했을 때 ‘자위함기’를 함선에 게양하여 국내 여론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 외무성은 “1954년 제정된 자위대법 시행령에 따라 해상자위대 자위함기는 욱일 모양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는 현재 일본의 공식 군기로서 국제법상 정당한 상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자위함기는 구 일본 제국 해군이 사용했던 군기와 사실상 동일한 형태를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단순히 군사적 표식이나 전통문화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처럼 일본은 욱일기와 자위함기를 전통문화와 국가 상징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반면,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욱일기는 일본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역사적 연속선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스포츠 경기장이나 국가적 이벤트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욱일기를 둘러싼 논쟁은 역사 화해를 둘러싼 미완의 문제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포츠 내셔널리즘과 역사 화해의 과제
 
4년마다 개최되는 FIFA 월드컵은 세계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로 인류의 공생과 화합, 민족과 국가 간 갈등의 해소와 건전한 경쟁을 이끄는 전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월드컵은 국가 정체성, 민족주의, 역사적 기억이 표출되고 충돌하는 상징적 공간이기도 하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다시 제기된 욱일기 논란은 단순한 응원 문화나 표현 방식을 넘어, 스포츠 내셔널리즘과 역사인식의 갈등이 국제 무대에서 어떻게 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FIFA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역사 화해와 상호 이해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자, 동아시아 화해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또 하나의 장(場)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