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재단은 동북아역사넷과 독도아카이브를 통해서 항길고택문고 자료를 공개했다. 앞서 작년 12월에는 고문서를 종류별로 분류해 문서철로 엮고, 개별 해제를 수록한 『항길고택문고 목록집: 문서 편』을 발간했다. 이번에 공개한 자료는 30여 종의 고서와 1천여 건의 고문서이다.
방대한 고문서를 묶어 책으로 펴내다
항길고택문고의 고서와 고문서에는 15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는 강릉‧동해‧삼척 지역의 역사가 생동감 있게 담겨 있다. 재단은 2018년 동해시 강릉김씨 감찰공파로부터 고서 483책, 고문서 1,070여 건을 기증받았다. 규모도 방대하지만, 자료의 종류도 다양하여 분류가 쉽지 않았다. 이처럼 오랜 기간 한 집안이 자료를 수집하고 보관해 온 경우는 흔치 않다. 비록 현재 항길고택은 남아 있지 않지만, 그 유산은 문고를 통해 고스란히 남아 전해지고 있다.
2023년 12월, 재단 독도연구소는 먼저 고서를 8개 항목으로 분류하고 해제를 붙여 첫 번째 결과물인 『항길고택문고 목록집: 도서 편』을 펴냈다. 고서의 경우, 감찰공파의 후손인 김남용 씨가 1961년에 작성한 『항길문고도서목록』을 기준으로 삼아 작업할 수 있었다. 아울러 기증 초기에 서지 사항의 대부분을 정리해 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반면 고문서는 서지 사항은커녕 제목도 파악되지 않은 상태였다. 기초적인 분류와 문서 번호만 매겨져 있었고, 실측(가로×세로)도 완료되지 않았다. 필자는 문서의 제목을 정리하는 일부터 내용 해제 작성까지 맡았고, 문서에 대한 실측도 마쳤다. 아울러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발간한『한국 고문서 입문 1』(2020)의 양식을 따라서 1천 건의 문서를 교령류‧소차계장류‧첩관통보류‧증빙류‧명문문기류‧치부기록류‧시문류‧기타기록류 등 9개 항목으로 분류하였다. 또한 기록물 사이의 관련성을 고려해 236개의 문서철을 마련했다. 그렇게 분류별, 문서철별, 문서별 해제를 담은 결과물이 바로 『항길고택문고 목록집: 문서 편』이다.
『항길고택문고 목록집: 도서 편』(2023), 『항길고택문고 목록집: 문서 편』(2025)
디지털 자료로 공개해 대중과 공유하다
목록집 발간을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지점은 이 방대한 자료를 어떻게 공개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고서와 고문서 관리의 특성상, 일반 대중이 원자료를 직접 열람하도록 하기는 쉽지 않았다. 자료총서로 발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지만, 자료의 규모가 워낙 방대해 공개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자료별 중요도 또한 적지 않은 편차가 있었다.
이에 독도연구소는 자료를 촬영해 이미지 파일 형태로 동북아역사넷‧독도아카이브에 탑재하기로 했다. 목록집을 준비하는 동시에 고서 일부와 고문서 전체를 촬영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하였다. 다만, 분량이 많은 고서는 우선순위를 정해 순차적으로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 2024년에는 『항길고택일기』 12책의 원문을 공개했고, 2026년에는 고문서 자료 전체와 34책의 고서 이미지를 탑재하였다. 고서의 경우, 현재 공정률은 15% 수준이지만 앞으로도 중요도를 검토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독도아카이브 ‘역사자료’ 코너에 업로드된 항길고택문고
2026년의 업데이트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2024년에 『항길고택일기』를 업로드했을 때만 해도 동북아역사넷 사료라이브러리의 ‘도서’ 항목에 배치했다. 그러나 이후 자료를 추가로 공개하기 위해서는 고서와 고문서를 함께 담을 수 있는 새로운 틀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기증자료’ 코너를 신설하고 항길고택문고를 업로드했다. 항길고택문고는 크게 고서와 고문서로 나뉘며, 각각 다시 세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용자는 이를 클릭해서 서지사항과 해제를 확인할 수 있고, 우측 상단의 ‘이미지+’ 기능을 통해 원문 이미지를 열람할 수 있다.
동북아역사넷 사료라이브러리 기증자료에 탑재된 항길고택문고
항길고택문고 활용과 연구의 지평을 넓히다
항길고택문고의 고서‧고문서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다. 2010년대에도 몇 편의 연구가 진행되었으나, 울릉도 수토제와 관련해 12책의 『항길고택일기』를 활용한 경우를 제외하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고서 중에는 『척주지』와 『척주선생안』, 『척주절의록』 등 삼척‧동해 지역과 관련된 일부 자료가 영인본 및 국역본으로 출간되었고, 강릉김씨 문중의 족보 등이 ‘강원도 동해시 강릉김씨 소장 자료’라는 이름으로 국사편찬위원회 전자사료관에 공개되었을 뿐이다. 고문서로는 2008년 동해문화원에서 주요 자료 371건을 소개하고 해제한 책자를 발간한 것이 전부다.
2018년 기증 이후 재단은 항길고택문고 정리 작업을 꾸준히 준비해 왔고, 2023년 목록집의 발간을 시작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2025년 문서 편 발간은 재단이 소장한 항길고택문고의 고서와 고문서 전체를 공개한 계기가 되었다. 아직 원문 전체를 직접 열람할 수는 없지만, 자료의 전체적인 구성은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DB 구축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면서 원문도 조금씩 공개하고 있다.
독도연구소는 2024년 8월, 항길고택문고의 소장 자료를 중심으로 학술회의를 열기도 했다. 기증자인 강릉김씨 감찰공파를 비롯해, 소장 고서인 『신상정사목』, 『척주지』 같은 지리지와 『항길고택일기』의 수토 기록 등이 발표 주제였다. 이 연구들은 이후 논문으로 정리되어 기존과는 차별화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수토제로 인해 주목받은 『항길고택일기』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만한 자료들이 항길고택문고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필자 역시 2025년 11월 동해문화원의 요청으로 항길고택문고 관련 심포지엄에 발표자로 참여했다. 이때 고문서 작업에 도움을 준 국사편찬위원회 명경일 편사연구사도 함께 발표에 나서, 항길고택문고의 사료적 가치와 향후 연구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강원도 동해시에서 주관한 학술심포지엄, ‘항길고택문고, 기록과 장소의 재발견’(2025.11.25.)
두 권의 목록집 발간, DB화를 통해 항길고택문고의 고서와 고문서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필자 역시 항길고택문고의 고문서를 활용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앞으로 항길고택문고 자료가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연구자와 일반 대중의 관심과 애정이 함께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