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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회의 현장
소통과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다
  • 위가야 한중연구소 연구위원
-한일 중국사 연구자의 만남-
 
 
2025년 12월 5일, 재단 11층 대회의실에서 ‘한일 중국사 연구의 현단계와 과제 모색’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회의가 개최되었다. 이번 학술회의는 재단의 주최로 한국과 일본의 중국사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체계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환영사
학술회의 환영사를 하고 있는 박지향 이사장
 
그동안 한일 양국의 중국사 연구는 각기 오랜 학술적 전통과 독창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성과를 축적해 왔다. 다만 이러한 연구 성과가 양국 연구자 사이에서 제대로 소통이 되었는지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학연 또는 학술회의에서의 조우 등을 통해 생긴 개인적인 인연에 기반한 소통이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는 데 그쳤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학술회의는 양국 연구자들이 직접 마주 앉아 연구 현황을 짚어보고 향후 협력의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는 단순한 학술 발표를 넘어, 한일 학계가 중국사라는 공통의 주제를 통해 학술적 ‘거리 좁히기’를 시도하고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소중한 발걸음이 되었다.
 

시대를 아우른 심도 있는 논의
 
이번 학술회의는 개회식을 시작으로 시대별 연구 주제를 다루는 총 4개의 주제 발표와 종합토론으로 진행되었다. 발표의 시간적 범위는 고대 선진(先秦) 시대부터 수당(隋唐) 시대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고중세사’를 포괄했다.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해당 시기 전공 연구자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최신 연구를 소개하고 연구 과정에서의 고민을 솔직하게 토로하는 발표가 진행되었다. 
 
제1주제에서는 도쿄대학 고테라 아쓰시 교수가 간독 자료인 청화간(淸華簡) 『오기(五紀)』의 주요 논점과 문헌 고증의 학문적 장벽을 해설하고 젊은 연구자 발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측 발표자인 서울대학교 김병준 교수는 출토 자료의 기록을 맹신하기보다, 『사기』의 서사 의도와 사료적 근거를 면밀히 비교·분석하여 고대사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사료 비판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이어진 제2주제와 제3주제에서는 주오가쿠인대학 미즈마 다이스케 교수가 위진남북조 시기에 유가 경전이 법적 근거로 활용된 사례를 분석하여 경서가 율령을 보완하거나 조정하는 실질적인 법규범으로 기능했음을 고찰했다. 경북대학교 오준석 교수는 리야진간(里耶秦簡) 출토 이후 한국 학계의 진대 지방행정 연구 성과를 정리하여 진대 지방통치체제의 실상을 구체화했다. 도쿄대학 사가와 에이지 교수는 일본 내 위진남북조사 연구가 전통적인 시대구분론적 관점에서 벗어나 동아시아를 넘어선 유라시아 규모의 ‘글로벌 히스토리’적 관점으로 확장되어 온 흐름을 설명했다. 창원대학교 홍승현 교수는 최근 20여 년간 한국 중국사 학계의 위진남북조 시대 연구 경향을 석각 자료의 발굴과 활용, 국가 권력 및 사회 구조 분석 등을 중심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제4주제에서는 교토대학 쓰지 마사히로 교수가 당대사 연구의 기초가 되는 당회요의 보존 상태와 정리 현황을 점검하고,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원전 비판 및 문헌학적 연구 과제를 제언했다. 성균관대학교 하원수 교수는 과거제도의 형성과 그에 따른 사인 계층의 변화를 중심으로 한국 수당사 연구의 주요 쟁점을 검토하고, 제도사와 사회사를 연결하는 향후 연구 방향을 모색했다. 
 
하원수교수
하원수 교수의 발표
 
 
지속적인 교류와 연대를 향하여
 
마지막 종합토론은 동국대학교 정병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는데, 이 자리에서 발표자들과 참석자들은 한일 학계의 연구 시각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어떻게 상호 보완할 것인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종합토론
정병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종합토론

이번 학술회의는 한국과 일본의 중국사 연구자들이 서로의 연구 성과를 체계적으로 확인하고, 학술적 소통의 갈증을 해소하는 기회가 되었다. 학술회의의 기획자 입장에서는 한일 연구자  간의 심리적·학술적 거리를 좁히고 향후 공동 연구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을 성과로 자부하고 싶다. 이번 만남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양국 학계가 더 넓은 시야로 중국사를 바라보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지속적인 협력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