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한일 국제학술회의 <일본에서 본 한일관계> -
지난 7월 21일, 재단 대회의실에서는 뜻깊은 학술 교류의 장이 열렸다. 이번 학술회의는 ‘일본에서 본 한일관계: 사회·역사·정치’라는 주제로 일본에서 한국 관련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는 차세대 연구자들을 초청하여 그들의 연구 시각과 성과를 한국 연구자들과 공유하고 대화를 나누는 자리였다. 한일 양국의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미래 세대의 학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마련된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오키나와와 원폭 피해자를 통해 본 한일 현대사
‘사회’를 주제로 진행된 1부 회의는 한일 관계의 복잡한 역사가 남긴 상처와 과제를 깊이 있게 다루었다. 첫 발표에서 나리타 치히로(成田千尋) 리쓰메이칸대학 교수는 ‘오키나와 반환과 한일 관계’를 주제로 냉전 시기 동북아 국제정세 속에서 오키나와 미군기지 문제가 어떻게 한국의 안보인식과 연결되었는지를 이승만·박정희 양 정권의 인식과 대응을 중심으로 밝혔다.
이어 다카하시 유코(高橋優子) 오사카공립대학 연구원은 ‘재일 한인 원폭피해자가 지향한 통일과 연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재일 한인 피폭자들이 분단과 배제 속에서도 피폭 경험을 공통분모로 남북한과 일본에 흩어진 동포들과 연대하려는 독자적인 ‘통일’을 지향했음을 역설했다.
두 발표에 대한 한국 연구자들의 심도 있는 질의와 논평은 한일의 현대사가 냉전을 배경으로 얼마나 다층적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한일의 근대가 낳은 식민의 유산
오후에 진행된 2부에서는 ‘역사와 정치’를 주제로 더욱 심화된 논의가 이어졌다.
이토 슌스케(伊藤俊介) 후쿠시마대학 교수는 갑오개혁 당시 추진된 개혁이 일본의 개입으로 강권적으로 변모하며 민중의 저항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이쿠라 에리이(飯倉江里衣) 가나자와대학 교수는 여순항쟁 당시 민간인 학살을 주도한 지휘관의 만주국군 경험을 통해 식민의 유산이 해방 후 국가폭력으로 이어진 과정을 계엄령의 전승이라는 관점에서 추적했다.
마지막으로 오가타 요시히로(緒方義広) 후쿠오카대학 교수는 재일조선인의 법적지위를 둘러싼 논의가 한일 관계와 냉전체제 속에서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 개관하며 국민국가(nationa-state) 중심의 정체성 해석이 가진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각 주제에 대해 한국 연구자들은 역사적 맥락과 자료 해석의 다각화를 주문하며 생산적이고 학문적 대화를 이끌었다.
한일 간 역사갈등의 지평을 넓히는 학술 네트워크
이번 학술회의는 단순히 개별 연구 발표를 넘어, 한일 양국의 차세대 연구자들이 서로의 연구현황을 파악하고 깊이 있는 학술 교류를 나누는 장이 되었다는 점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일본 내에서 한국 관련 연구자들이 분야를 넘어 교류할 수 있는 종합적인 학회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 회의의 시도는 모든 참가자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번 만남을 토대로 마련된 학술 네트워크는 한일 간 역사갈등에 대한 논의의 지평을 넓히고, 상호 이해를 촉진하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더욱더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입체적인 학술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