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 NORTHEAST ASIAN HISTORY FOUNDATION 로고 동북아역사재단 NORTHEAST ASIAN HISTORY FOUNDATION 로고 뉴스레터

이달의 ISSUE
올해도 반복된 일본 교과서 문제, 그 바탕에 있는 것
  • 위가야 교과서연구센터장

2025년 3월 25일, 일본 교과서의 검정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는 내년부터 고등학교에서 사용할 예정이다. 언제나처럼 문제가 되는 영토 주권 침해와 역사 왜곡 관련 서술은 지리역사과의 지리총합과 역사총합, 공민과의 공공 과목 교과서에서 찾을 수 있는데, 새로 검정을 신청해 이번에 통과한 공민과의 정치·경제 교과서 한 권에서도 한국 관련 문제 서술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강력한 항의는 당연한 수순이었으며, 초치된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묵묵부답 역시 예정된 결과였다. 매년 펼쳐지는 이러한 장면이 이젠 달라질 때도 되었는데, ‘고장난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처럼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수정 요구된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서술: ‘연행’은 ‘동원’으로

이번 검정에서 주목을 끌었던 것은, 새로 검정을 통과한 교이쿠도서(教育図書) 정치·경제 교과서의 서술 내용과 이에 대한 일본 문부과학성의 수정 요구였다. 해당 교과서에는 원래 다음과 같은 내용이 서술되어 있었다.

 

이전의 징용공 문제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조선 반도에서 일본으로 연행된(連行された) 조선인이 일본 기업에 의해 강제적으로(強制的に) 노동당했다고 여겨지는 문제. 1965년의 일한기본조약에서 일본이 한국에 경제원조를 행하는 것으로 전시 중의 배상 문제가 ‘최종적 또한 완전하게 해결되었다’라고 일본 정부는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의 재판소는 2018년에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해서 일본 기업에 대해 배상명령을 내렸다.

 

image.png

교이쿠도서(教育図書) 정치·경제 교과서의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서술

 

 

『산케이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 내용에서 문제가 된 것은 ‘연행’이라는 표현이었으며, “정부의 통일적 견해에 기반하여 기술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동원’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받았다고 한다. 교이쿠도서는 문부과학성의 지적대로 내용을 수정하여 검정을 통과하였다.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서술에서 ‘연행’이라는 단어를 강제성이 희석된 다른 용어로 수정할 것을 요구하는 행태는 이전의 교과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은 현재 사용 중인 짓쿄출판(実教出版)의 상술 역사총합 교과서의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내용을 2021년 검정 통과 당시의 서술과 비교한 것이다.

 

검정 통과본

현행 사용본

 

나아가 일본 정부는 노동력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약 80만 명의 조선인을 군수공장과 탄광 등에 강제적으로 연행하여 노동에 종사시켰다. 또한 중국인도 강제연행되었다.

<패전 후의 민중생활>
일본에 강제연행된 조선인과 중국인은 고국으로 귀환했지만, 고향의 정치 정세 불안의 이유에서 일본에 잔류한 조선인도 많았다.

 

 

나아가 일본 정부는 노동력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약 80만 명의 조선인을 군수공장과 탄광 등에 동원하여 노동에 종사시켰다. 또한 중국인도 강제연행되었다.

 

<패전 후의 민중생활>
일본에 동원되어 있던 조선인과 강제연행되어 있던 중국인은 귀환했지만, 고향의 정치 정세 불안의 이유에서 일본에 잔류한 조선인도 많았다.

 

교과서 설명

 

조선인 강제동원 서술에서 ‘연행’이라는 단어를 ‘동원’으로 수정하였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같은 상황을 서술하면서 중국인에 대해서는 ‘강제연행’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수정을 강요하는 일본 정부: 과거를 부정하는 현재

이러한 수정은 교과서 필자의 자의보다는 검정을 진행하는 문부과학성, 나아가 일본 정부의 강제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본 정부는 2014년 1월 17일에는 교과서 검정기준을 일부 개정하였다. 각의 결정 등 기타 방법으로 제시된 정부의 통일적 견해와 최고재판소의 판례가 있을 경우 이에 기초한 기술을 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는데, 이는 교과서 내용에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를 반영해야 한다는 강제조항이나 다름없다. 2021년 4월 27일 일본 정부는 전쟁 중 한반도인들을 일본에서 일하게 한 것을 ‘강제연행’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내용을 각의에서 의결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결과를 보고 있다.

혹자는 이런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일본 교과서의 내용에 타국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일종의 내정간섭이 아닐까? 실제로 초치된 일본 정부 인사들은 이따금 비슷한 항변을 늘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항변을 반박할 근거를 제공한 것 역시 과거의 일본 정부였다.

1982년 교과서 문제가 국제 문제로 비화하였을 당시 일본 정부는 “일본과 이웃해 있는 아시아 여러 나라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다룰 때는 국제이해와 국제협력의 견지에서 필요한 배려를 하도록 할 것”이라는 근린제국 조항을 신설했고, 이것이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이 일본 교과서의 문제 서술에 항의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현재의 검정기준 개정과 과거의 근린제국 조항, 현재는 과거와 언제쯤 충돌을 멈출 것인가? 그 충돌이 멈출 때 매년 3월의 도돌이표 또한 멈출 수 있는 게 아닐까.

OPEN 공공누리 - 공공저작물 자유이용 허락(출처표시 - 상업적이용금지 - 변경금지)

동북아역사재단이 창작한 '올해도 반복된 일본 교과서 문제, 그 바탕에 있는 것'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