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 야만을 구분하는 기준, 문화
“타 메이여우 원화(他沒有文化)”
직역하면 “그는 문화가 없다”가 된다. 그러나 정확한 의미는 “그는 학력이 낮다”다. 이와 같이 중국과 한국에서 ‘문화’의 의미는 다르다.
중국에서 문화는 예로부터 야만과 차별되는 ‘문명’을 의미했다. 문화는 오직 ‘중국’만이 소유한 것으로, 그중에서도 최고의 통치자만이 소유했다고 여겨졌다. 따라서 같은 중국인이라도 피통치자는 야만에 속했고, 중국 이외의 사람들은 모두 야만에 속했다. 중국은 ‘예악문화’를 이용해 야만을 교화하는 방식으로 통치했는데, 이로부터 “문화로 다스리고 교화한다(文治化)”는 말이 생겼다. 고대 중국에서 문화는 통치의 중요한 수단이었는데, 현재도 역시 그러하다.
국내용 문화정책: 문화허무주의 비판과 문화자신
핵심은 문화허무주의를 극복하고 문화자신(文化自信)을 갖는 것이다. 문화허무주의는 전통문화도 포함하지만 주로 “중국 사회주의 문화를 부정하고 서구식 민주주의를 하자”는 주장을 말한다. 따라서 ‘문화자신’은 문화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중국 특색 사회주의 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것을 말한다.
워댜오공사(窝刁公社) 혁명위원회에서 바친 깃발. 위쪽에는 마오쩌둥의 얼굴을 중심으로 광선이 빛나고 있는데, 마오쩌둥을 태양에 비유한 것이다. 중간에는 “경축, 마오 주석”이란 말이 수놓아져 있고, 그 밑에 충(忠) 자 3개를 수놓았다. 아래쪽의 해바라기는 마오 주석만을 따르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문화허무주의 극복 방안으로 마르크스주의와 전통문화를 결합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핵심은 전통문화에서 마르크스주의의 특징을 찾아내, 중국 사회주의가 외부에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자생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마르크스주의와 중국문화의 결합은 마르크스주의의 ‘기본원리’와 중국 전통문화의 ‘정수’를 결합하는 것이며, 우수한 전통문화는 중국 마르크스주의의 풍부한 자양분”이라고 한다.(〈“相合”是克思主中化的必然途〉, 《中年》, 2021. 11. 22.) 중국 정부의 핵심적인 이데올로기 사업으로 보도량도 풍부하다.
시진핑 주석이 “홍색문화 자원을 발굴하고 이용해 문화건설을 강화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홍색문화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얼빈시는 홍색문화 육성, 홍색유전자 전승을 통해 신시대 정신문명 건설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色文化文明城〉, 《日》, 2021. 6. 15.) 저장성 셴쥐현(仙居)의 한 유치원에서는 ‘당의 깃발은 내 가슴에’라는 주제로 아이들을 교육했다. 구이저우성 친시시(黔西市) 먀오족 마을에서는 홍가를 부르고 당깃발(旗)을 수놓는 활동을 했다.(〈生播色文化(新)〉, 《人民日》, 2021. 8. 17.)
1968년 11월 창러공사(長樂公社)에서 바친 깃발. 가운데 충(忠) 자를 크게 수놓았고, 그 아래쪽에는 톈안먼을 수놓았다. 양쪽에는“대해를 항해할 때는 조타수에 의지해야 하고, 혁명을 하기 위해서는 마오쩌둥 사상에 의지해야 한다.”라고 수놓았다.
사실, 홍색문화 운동은 문화대혁명 때 유행했다. 마오쩌둥 주석의 장수를 빌며 마을 사람들은 깃발에 수(壽) 자를 한 땀씩 수놓기도 했다. 현재는 시진핑 주석이 아니라 당깃발을 수놓는다는 것이 차이가 있을 뿐이다. 위쪽의 사진 두 장은 필자가 2006년 7월 20일 후난성 화위안현(花垣)에서 촬영한 것으로 문화대혁명 때 마오 주석에게 바친 당깃발이다.
국외용 문화정책: 인류운명공동체와 전파공정
국외용 문화정책은 인류운명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중국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인류운명공동체는 중국 대외관계의 기본 방향이며 중국 공산당이 건립하려는 국제질서의 최고 강령이다. 인류운명공동체 개념은 시진핑 주석이 2012년 18대 당 대회 때 처음 제안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고대 천하질서 관념의 현대 버전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인류운명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중국 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하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를 전파공정(傳播工程)이라 한다. 시진핑 주석은 “문예종사자들에게 중국의 이미지를 사랑스럽고 존경스럽게 형상화해 세계인이 중국을 신뢰할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다.(〈近平在中文第十一次全代表大中作第十次全代表大幕式上强增强文化自定文化自信展示中文新象就中文化新煌〉, 《人民日》, 2021. 12. 14.)
기존 전파공정에서는 중국어 교육, 전통문화 해외공연, 고고유물 해외전시 등의 사업을 진행하였으나, 최근에는 시진핑 주석을 홍보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가 됐다. 중국 정부는 외국인 인플루언서나 유학생들을 중국문화 전파에 활용하기도 한다.
시진핑 주석을 홍보하는 동영상. “시 다다, 우리는 당신을 좋아해요.” ‘시 다다’는 시진핑 주석을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다.
여전히 문화로 통치하다
고대 중국 통치자들은 예악문화를 이용해 자국민을 통치하고 이민족을 동화시키려 했다. 현대 중국 통치자들도 조상들의 방식을 계승했다. 중국에서는 전통문화와 홍색문화를 활용해 애국주의를 고양시키는 방법으로 자국민을 통치하고자 한다. 그리고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는 중국어와 중국 전통문화를 전파하고, 시진핑 주석을 홍보해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다. 고대 중국의 “문화로 다스리고 교화한다”는 말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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