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학계에 의하면 염제는 중화문명을 시작하고, 황제는 중국 제왕의 시작이며, 요임금은 중화문명의 핵심을 형성하고, 우임금은 하나라를 건설했다고 한다. 재단 연구팀은 위의 신화상 인물들이 고고 유적과 결합되어 역사적 인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추적해왔다. 이와 관련한 연구 성과는 다섯 차례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중국의 애국주의와 고대사 만들기가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 〈하상〉의 타이틀
“황하는 일찍이 죽었다”라는 의미의
‘하상(河殤)’이라는 글자 뒤로 황하가 흐르고 있다.
〈하상〉의 방영과 톈안먼 사건
“용의 후예들아! 황하가 우리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일찍이 우리 선조에게 다 주었다. 낡은 문명의 침전물은 이미 황하에 퇴적된 모래와 같이 우리 민족의 혈관 속에 쌓여 있다. 대홍수로 문명의 침전물을 쓸어버려야 한다. 이제 대홍수가 밀어닥칠 시기가 왔다.”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은 1988년 6월 11일부터 18일까지 다큐멘터리 〈하상河殤〉을 방영하였다. 〈하상〉은 총 6편으로 제작되었는데, 위의 내용은 1편 ‘꿈을 찾아서尋夢’에 나오는 내레이션이다. 〈하상〉의 내레이션은 물음표, 느낌표, 말줄임표로 의문을 제기하며, 우월감에 들떠 있는 중국을 조롱하고, 조소한다.
〈하상〉의 ‘河’는 ‘황하’, ‘殤’은 ‘미성년으로 죽은 주인 없는 귀신’이라는 의미로 “중화문명은 이미 사망하였다.”고 선포하였다. 〈하상〉의 부제는 ‘중화문화에 대한 반성의 기록中華文化反思錄’으로, 황하, 만리장성, 용과 같은 중화문명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황하는 중화문명을 키운 젖줄이고, 장성은 중국인이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건축물이며, 용은 중국인이 조상으로 여기는 신성한 동물이다.
〈하상〉은 중국문명을 부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중국 공산당도 비판하였다. “중국의 낙후는 공산당의 관료주의와 특권사상이 부패를 초래하여 현대화를 추진하지 못했으며, 마오쩌둥의 비과학적인 출산 장려 정책으로 인하여 빈곤과 인간의 자질 저하를 가져왔다.”고 하면서 “중국은 추상적인 사회주의 모델에 대한 미신과 사회주의가 우월하다는 사상으로 낙후한 중국의 현실을 숨기지 말고, 서구식으로 현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신장성 우루무치 도로변의 애국주의 선전물
“어린아이의 마음은 당을 향하고 있다.”고 써있다. (필자 촬영)
허무주의 비판과 애국주의 등장
〈하상〉은 중국의 전통을 부정하고 서방의 과학기술, 문화, 심지어는 정치체제까지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당시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하에서 세차게 몰아치고 있던 학생운동에 폭우를 내린 것이었다. 〈하상〉이 방영되고 1년 후에 톈안먼 사건이 발생하였다.
중국 공산당은 톈안먼 사건의 원인이 사회에 만연한 자산계급 자유화 사조에 있음을 직감하였다. 1989년 12월에 열린 ‘당의 건설 이론 연구반党建理論研究班’ 연설에서 장쩌민江澤民은 자산계급 자유화 사조를 민족 허무주의와 역사 허무주의라고 비판하였다.
허무주의는 독일어 니힐리즘Nihilismus을 번역한 것으로 니체는 ‘최고 가치의 탈脫 가치’에 의해 초래되는 의미 상실Sinnverlust의 경험 상황, 절대적 무의미함을 경험하는 상황을 허무주의라고 규정하였다. 중국에서 민족 허무주의는 “허무주의가 민족 문제에 표현된 것으로, 민족은 상상된 개념으로 민족의 문화와 전통과 역사 유산을 부정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역사 허무주의는 중국 역사를 부정하는 것을 말하는데, 특히 중국 공산당사를 부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상〉에서 중국 전통문화의 핵심인 황하, 장성, 용을 부정한 것은 민족 허무주의에 해당하고, 공산당을 부정한 것은 역사 허무주의에 해당한다. 톈안먼 사건 발생 초기에는 주로 민족 허무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으나, 현재는 역사 허무주의라는 말로 통합하여 사용 중이다.
중국 정부는 허무주의가 만연한 원인을 사상교육의 부족에서 찾았다. 덩샤오핑은 “우리의 가장 큰 잘못은 교육에 있다. 젊은이와 청소년에 대한 교육이 부족했다.”고 토로하였다. 장쩌민도 덩의 생각에 동조하였으며, 1994년 ‘애국주의 교육 실시 강요愛國主義實施綱要’를 발표하면서 정식으로 애국주의 교육을 시작하였다.
중국의 애국주의가 자산계급 자유화 사조에 대한 반격과 사회주의 이론의 퇴조로 인한 사상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시작된 만큼, 중국의 애국주의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그들은 “공산당과 국가와 집체는 일치한다.”고 강조한다. 즉, 애국과 애당은 하나라는 것이다. 애국주의 교육은 일종의 세뇌교육인 관수법灌水法으로 유치원부터 실시하기 때문에 애국주의 교육을 받은 이들은 주입된 애국주의에 의해 행동한다. 최근 중국 네티즌들이 BTS 등의 한국 연예인을 공격하거나 김치, 한복 등 한국 문화의 중국 기원설을 주장하는 것은 애국주의 교육의 영향이다.
기이한 애국
중국에서는 병적 애국주의 현상을 보이는 젊은이들을 ‘분노 청년’이라 한다.
위 그림은 분노 청년의 머리에 애국을 붓자 이성이 짐을 싸서 나가 버리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출처: 『中國日報』 영문판(2016. 7. 23, 5版, 羅杰 作)
역사 허무주의 비판과 고대사 만들기
중국 정부는 애국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전통문화, 중국 고대사와 중국 공산당사, 중국 국가 정치상황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실시하였다. 고대사 연구의 목적은 중화문명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즉, 위대한 고대사를 통해 중화민족은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문화를 창조하였고, 인류문명 발전에 탁월한 공헌을 했다는 사실을 증명하여 중화민족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고자 하였다.
중국은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관련 프로젝트를 실시하였다. 하상주단대공정은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실시되었는데, 목적은 ‘잃어버린 연표’를 찾아 하나라·상나라·주나라가 존재한 연대를 확정하는 것이었다. 이후 2001년부터 2015년까지는 중화문명탐원공정을 실시하였는데, 목적은 하나라 이전 오제시대가 중화민족의 기원과 형성에 긴밀한 관련이 있음을 밝히는 것이었다.
위의 두 프로젝트는 연구의 대상이 되는 시기가 각기 다르다. 그러나 모두 신화 상의 인물을 고고 유적과 결합하여 역사 인물화하고, 그들이 생존했던 시대를 역사시대화하고자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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